- 닫을 폐(門-3)문 문(門-0)지을 조(
辶-7)수레 거(車-0)
어떤 물건을 만드는 데 반드시 처음 창안한 사람이 있을 필요는 없다. 그 사람이 만들 때 사용한 방식을 알면 된다. 눈앞에 처음 닥친 일을 해결할 때 앞선 사람들이 해 온 방법을 구한다. 그래서 필요한 게 설계고 매뉴얼이고 전례다. 해법이 멀리 있지 않다.
모범이 가까이 있다고 殷鑑不遠(은감불원, <246>회), 다른 사람의 실패도 교훈으로 삼는 他山之石(타산지석, <192>회)이 나왔다. 방법이나 규격이 같다면 문을 닫아걸고(閉門) 수레를 만들어도(造車) 잘 굴러간다는 이 성어는 통일된 방식의 중요성을 말했다. 그러다 고지식하게 이전 방식만 고집하고 실제에 맞는지 무시한 채 일을 처리하는 독단적인 행동을 가리키게 됐다.
이 성어는 먼저 宋(송)나라 유학자이자 주자학을 집대성한 朱熹(주희, 1130~1200)의 저서 '四書或問(사서혹문)'에서 볼 수 있다. 유학의 사서를 연구한 章句(장구)나 集註(집주) 등과 같이 이 책도 학문적으로 의문이 있을 수 있는 경우를 가정하여 문답식으로 지었다.
中庸或問(중용혹문) 편에 고어라고 하면서 상당히 오래 전부터 사용됐다고 인용한다. 설명한 부분을 보자. 軌(궤)는 수레바퀴 자국인데 周(주)나라 사람들이 제작하는 방법을 기록하여 수레의 폭이 일정하게 됐다. '옛말에 문을 닫아걸고 수레를 만들고, 밖에 나가 수레를 맞춘다(古語所謂閉門造車 出門合轍/ 고어소위폐문조거 출문합철)'고 했는데 이는 그 방법이 같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轍은 바퀴자국 철. 일정한 규칙이나 원칙에 따라 일하는 것을 나타냈다.
唐(당)나라 때 선승의 행적과 법어 등을 수록한 '祖堂集(조당집)'에도 같은 의미로 사용됐다고 한다. 먼저 진리를 밝힌 뒤 인연에 순응하여 나간다면 佛祖(불조)의 수행과 상응하게 된다면서 이어진다. '이는 문을 닫아걸고 수레를 만들고, 밖에 나가 바퀴를 짜 맞추는 것과 같다(如似閉門造車 出門合轍耳/ 여사폐문조거 출문합철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전례가 없다며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서지 않겠다고 했다가 여론의 압박에 입장을 바꾸고 출석했다. 그간 황 대행은 안보와 경제를 중심으로 국정 공백을 메우기 위한 광폭 행보를 보였고, 필요하면 인사도 하겠다고 언명해 야당의 반발을 샀다.
대화로 협치가 이어질지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황 대행이 법에 규정된 대로 고집하거나 야당도 촛불시위 때 나온 것처럼 발목 잡고 사퇴를 주장한다면 정국이 경색될 수밖에 없다. 전례라도 독단을 버리고 융통성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언론인·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