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일 도(尸-9)용 룡(龍-0)갈 지(
丿-3)재주 기(
扌-4)
만약 용을 죽이는 기술을 가진 자가 있다면 어떤 대우를 받을까. 어느 누구도 할 수 없는 신기를 가졌다고 모두 부러워할까. 그런 재주로 실제 용을 잡으라고 하면 상상 속 동물인 용이 있을 리 없다. 아무도 못 가진 재주일지라도 사람들은 쓸데없는 재주라고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다. 이 성어는 용을 잡아 죽이는(屠龍) 기술(之技)이란 뜻으로, 아무리 훌륭해도 실용적 가치가 없는 기술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바로 無用之才(무용지재)다.
중국 戰國時代(전국시대, 기원전 403년~221년) 때 莊子(장자)가 우주만물을 우화로 비유하여 쓴 '장자'에 이야기가 실려 있다. 周(주)나라 때 朱泙漫(주평만)이란 사람이 기술을 배우기 위해 천금이나 되는 가산을 팔고 먼 길을 떠났다. '支離益(지리익)이란 기인을 만나 전 재산을 주고 3년에 걸쳐 용을 죽이는 법을 완전히 깨우친 뒤(朱泙漫學屠龍於支離益 單千金之家 三年技成/ 주평만학도룡어지리익 단천금지가 삼년기성)' 고향으로 돌아와 의기양양 마을 사람들에게 자랑했다. 용은 어떻게 붙잡아 머리를 어떻게 누르고 어떤 칼을 써서 배는 어떻게 가르는지를 장황하게 설명했다. 호기심에 빠져 경청하던 마을 사람들이 이제 실제로 그 기술을 보고 싶어 했다. '당신이 배웠다는 용 잡는 기술은 대단히 훌륭한데 도대체 어디 가서 용을 잡는단 말인가?' 이렇게 물어 보자 아무 대꾸도 못했다. 雜篇(잡편) 중 列禦寇(열어구)편에 나온다. 여기엔 이런 인위적인 지식을 떠나 참된 하늘의 지식을 터득하는 것에 관한 내용의 설화로 구성되어 있다.
성인은 필요한 것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마음속에 다툼 같은 것이 없고, 범속한 사람은 필요치 않은 것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마음속의 다툼이 많아 종국에는 망하게 된다고 장자는 가르친다. 세속적이고 사소한 일에 얽매여 큰 도를 이루지 못하는 소인들을 꾸짖고 있는 것이다.
올해 주요 기업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하면서 돌발적인 전형이 많아 취업 준비생들이 당황했다고 보도됐다. 식품업체 면접 때에 올바른 젓가락 사용법을 심사하는가 하면 한 연구재단에선 수수깡으로 높이 탑을 쌓게 하는 파격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꼭 필요하지도 않은 회사에서 외국어 성적, IT 활용 능력, 해외연수 경험, 각종 수상 경력 등의 스펙을 요구하던 것보다 준비하는데 부담은 줄겠다. 창의력과 순발력을 테스트한다는 명분이야 훌륭하지만 공정성이나 예측 불가능한 면접으로 또 다른 부담은 없는지 생각할 일이다. 언론인·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