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왕이름 걸(木-6)개 견(犬-0)짖을 폐(口-4)요임금 요(土-9)

개는 주인을 위해 도둑을 지켜준다. 伴侶(반려)라 하여 인간과 잠시도 떨어지지 않는 짝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개라도 눈에는 뭐만 보인다. 좋아하는 것만 눈에 띄고 좋아해 주는 사람만 따르기 마련이다. 아주 포악한 桀王(걸왕)의 개가 악독한 주인에겐 짖지 않는 대신 천하의 우러름을 받는 堯(요) 임금을 향해서는 사납게 으르렁댄다. 개가 주인 외의 사람은 알아볼 리 없듯 자기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 됐다. 상대의 선악을 가리지 않고 악인의 앞잡이가 되어 선량한 사람을 공격할 때도 쓰인다.

이 글은 '史記(사기)'에서 먼저 사용됐다. 前漢(전한)의 지혜롭고 곧은 鄒陽(추양)이라는 사람이 모함을 받고 옥에 갇혔을 때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에 나온다. 그는 충절의 선비들이 까닭 없이 의심받고 쫓겨나거나 죽임을 당한 사실을 열거하면서 간사한 무리를 빗대 말한다. '걸왕의 개라도 요임금을 향하여 짖게 할 수 있고, 도척의 부하라도 허유를 찌르게 할 수 있습니다(桀之犬可使吠堯 跖之客可使刺由/ 걸지견가사폐요 척지객가사자유).' 폭군 걸이 기른 개는 요와 같은 성군을 보고도 짖으며, 악독한 도적인 盜跖(도척)이 키운 자객은 요임금의 양위를 사양한 성인 許由(허유)에게도 칼을 들이댈 수 있다는 뜻이다. 魯仲連鄒陽(노중련추양) 열전에 실려 있다.

漢高祖(한고조)를 도운 공신 韓信(한신)은 자신의 모사 蒯通(괴통, 蒯는 기름새 괴)의 건의를 무시했다가 참형을 당한다. 項羽(항우), 劉邦(유방)과 함께 천하를 삼분하라는 조언을 한 괴통은 모반 혐의로 잡혀 와 문초를 당했다. 그는 스스로 변호한다. '도척의 개가 요에게 짖는 것은 요임금이 어질지 않아서가 아니다. 개는 그 주인이 아니면 짖어야 하기 때문이다(跖之狗吠堯 堯非不仁 狗因吠非其主/ 척지구폐요 요비불인 구인폐비기주).' 淮陰侯(회음후) 열전에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대한 탄핵 소추안 표결에서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은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뜻과는 달리 시종일관 반대한 의원은 56명으로 집계됐다. 은혜를 베푼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것은 필요하다. 桀犬(걸견)이나 跖狗(척구)가 아니라도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사람(禮讓/ 예양)도 있었다. 다만 눈앞의 이익을 보고 의리를 생각한 것이 아닌지(見利思義/ 견리사의), 사사로운 의리를 행하면 나라는 어지럽게 된다(私義行則亂/ 사의행즉란)는 생각은 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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