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름 섭(
艹-9)공평할 공(八-2)좋을 호(女-3) 용 룡(龍-0)
악과 異敎(이교)를 상징하는 용이 서양에선 퇴치의 대상이다. 같은 상상의 동물인데도 큰 눈과 긴 수염을 가지고 불이나 독을 내뿜는 동양의 용은 신성시된다. 용꿈을 꾸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일상에서도 좋아하지만 용은 특히 가장 높은 왕에 비유된다. 春秋時代(춘추시대) 葉公(섭공)이란 사람이 이런 용을 누구보다도 좋아했던(好龍) 모양이라 성어까지 남겼다. 무지하게 좋아해도 실제로 나타나자 혼비백산한 것을 꼬집어 겉으로만 좋아하고 속으로는 좋아하지 않는 것을 이르는 말이 됐다.
楚(초)나라에 사는 섭공이라는 사람은 본명이 沈諸梁(심제량)이고 자가 子高(자고)이다. 葉(섭) 지역의 봉토를 이어받아 섭공이라 불렸다. 그는 특별히 용을 좋아하여 집안의 벽과 기둥뿐 아니라 가구나 그 밖의 다른 물건에도 용을 그리거나 용의 무늬를 새겨 넣었다. 이에 하늘의 용이 섭공의 이런 기특한 소문을 듣고 특별히 인간 세상에 내려와 직접 찾아갔다. 그러나 섭공은 창문으로 용의 머리가 들어오고 몸체가 건넌방에서 꿈틀거리자 기겁을 해 줄행랑치고 말았다. 이 이야기는 孔子(공자)의 제자 子張(자장)이 선비를 좋아한다는 魯(노)나라 哀公(애공)을 찾아갔으나 일주일이 지나도록 만나주지 않자 신하에게 전해달라며 말한 데서 인용됐다. 前漢(전한)의 학자 劉向(유향)의 '新序(신서)' 雜事篇(잡사편)에 나오는 내용을 요약해 보자. 자장은 애공이 선비를 좋아한다는 소문을 듣고 천 리를 멀다 않고 찾아왔는데, 거들떠보지도 않으니 '바로 섭공이 용을 좋아하는 것과 흡사하다(有似葉公子高之好龍也/유사섭공자고지호룡야)'고 했다. 섭공이 좋아했던 것은 진짜 용이 아니라 사이비 용이었으니 '왕이 좋아하는 것도 진짜 선비가 아니라, 선비 같으나 선비는 아닌 사람을 좋아하는 것(君非好士也 好夫似士而非士者也/ 군비호사야 호부사사이비사자야)'이라 말하고 자장은 떠났다.
최순실 게이트는 미르와 K스포츠재단 설립과 관련된 의혹이 불거진 데서 불붙었다. 재단 이름이 미르와 K를 붙여 미륵이라는 말이 있는데, 더블루K와 함께 다른 목적이 있지 않나 하는 분석도 있다. 우리말 미르는 용을 말하고, 왕을 상징하며 블루는 청와대 이칭이니 대통령을 끌어들여 모금하려 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대통령이 직접 재벌들을 불러 독려한 것으로 드러나 맞는 말이 됐다. 좋아하는 용을 붙여 이름 지었으나 분탕질 안 한 데가 없으니 따끔하게 용이 불을 뿜은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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