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를 황(黃-0)참새 작(隹-3)재갈 함(金-6)고리 환(玉-13)

은혜는 고맙게 베풀어주는 호의나 친절을 말한다. 종교에서는 하느님 또는 부처님이 인간에 내리는 은총을 가리킨다. 그런데 은혜를 입고도 그것을 잊는 사람이 많아선지 짐승보다 못하다는 경구가 많다. '머리 검은 짐승은 남의 공을 모른다'거나 '사람은 구하면 앙분을 하고 짐승은 구하면 은혜를 한다'는 속담이 그것이다. 明(명)나라 洪自誠(홍자성)의 주옥같은 어록집 菜根譚(채근담)에도 점잖게 타이른다. '큰 은혜는 갚을 생각도 하지 않으면서 작은 원한은 반드시 갚으려 한다(受人之恩 雖深不報 怨則淺亦報之/ 수인지은 수심불보 원즉천역보지).'

은혜를 모르는 사람들을 깨우치기 위한 고사도 곧잘 등장한다. 죽어서 풀을 맺어서까지 은혜를 꼭 갚는다는 애절한 이야기 結草報恩(결초보은, 8월29일자)이 가장 잘 알려졌다. 여기 은혜 입은 꾀꼬리(黃雀)가 반지를 머금어 보답한다(銜環)는 뜻의 이 성어도 자주 인용된다. 내용을 간단히 보자. 後漢(후한)때 사람 楊寶(양보)는 심성이 아주 착한 사람이었다. 아홉 살 때 華陰山(화음산)에 올랐다가 꾀꼬리 한 마리가 올빼미의 공격을 받아 나무 밑으로 떨어진 것을 보고 집으로 데려와 정성껏 치료했다.

100여 일이 지나자 깃털이 자라나 날려 보내 주었는데 어느 날 꿈에 노란 옷을 입은 동자가 나타나 서왕모의 심부름을 왔다면서 말했다. '당신께 전할 네 개의 옥가락지를 가져왔는데 자손들이 이처럼 정직하고 고결하게 되고 지위는 삼공에 오르도록 해 드리겠습니다(以白環四枚與寶 令君子孫潔白 位登三事/ 이백환사매여보 영군자손결백 위등삼사).' 南朝(남조) 梁(양)나라의 吳均(오균)이 지은 '續齊諧記(속제해기)'에 실린 내용이다. 그 보답에서인지 양보의 아들이 학자로 유명한 楊震(양진)이다. 하늘, 신, 너와 나 벌써 넷이 알고 있으니 부정을 멀리 하라는 四知(사지, 1월15일자)의 주인공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를 꾸짖기 전 언급했던 은혜론이 구구한 해석을 낳으며 화제를 모았다. 은혜를 잊지 않는 것이 바로 은혜를 갚는 것이라고 하며 진실한 사람만 선택받게 해 달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에선 딴 의도가 있는 말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은혜를 저버린 사람 대신 '진박'(진짜 박근혜 사람)을 공천하기 위한 포석이라 풀기도 한다. 은혜를 모르는 것도 안 될 일이지만 은혜 갚기를 강요하는 것같이 보이는 것도 보기 좋지는 않다.

언론인·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