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리 군(羊-7) 말이을 이(而-0) 아닐 불, 부(一-3) 무리 당(黑-8)

사람은 독불장군으로 살 수 없다.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도 어울려 살아야 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남의 도움도 안 받는데 하며 꼿꼿이 지내기만 하면 배척당한다. 그런데 함께 살더라도 무리를 지어 파당을 만들면 분란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많은 사람과 가까이 지내지만(群而) 사사로운 개인의 정으로 누구에게 편들거나 빌붙지 아니한다는 것(不黨)이 이 성어다. 孔子(공자)님 말씀이다.

끼리끼리 모여 사적인 이익을 취하거나 분란을 일으키지 말라는 가르침은 '論語(논어)'의 곳곳에 나오는데 그만큼 군자의 몸가짐을 강조했다. 패당을 가르지 말라는 성어가 실린 衛靈公(위령공)편의 부분을 보자. '군자는 자긍심을 지니지만 다투지는 않고, 여럿이 어울리지만 편당을 가르지는 않는다(君子矜而不爭 群而不黨/ 군자긍이부쟁 군이부당).' 긍지를 가지는 자긍심은 자기 몸을 닦아 사리에 어긋나게 하지 않으므로 다툴 필요가 없다. 여러 사람과 조화롭게 지내지만 치우치는 것이 없으므로 편당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비슷하면서 가장 유명한 말이 子路(자로)편에 나오는 和而不同(화이부동)이다. '군자는 조화롭게 사람들과 화합하지만 무턱대고 동화하지 않고, 소인은 동화되지만 화합하지는 못한다(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 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 爲政(위정)편에는 周而不比(주이불비)가 나온다. '군자는 여러 사람과 어울리면서도 무리를 짓지 않고, 소인은 무리를 지어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君子周而不比 小人比而不周/ 군자주이불비 소인비이부주).' 군이부당이나 화이부동, 주이불비 등 맥락은 한가지다.

정당은 정권을 차지하기 위해 같은 정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정책을 갖고 경쟁한다. 그런데 우리 여야를 보면 개인적인 유대관계를 기반으로 사익을 추구하는 사당이나 朋黨(붕당)이 아닌데도 똘똘 뭉쳐 다른 당의 정책은 사사건건 반대한다. 작금의 선거구 획정이나 국정화 정국에서 보는 바다. 選良(선량)의 자긍심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또 한 가지 정부의 인사에서 편중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주 청문회를 마친 김수남 검찰총장이 내정됐을 때 힘 있는 사정기관장 모두가 TK(대구·경북) 출신이라며 거센 반발을 불렀다. 파당을 짓지 않으려 해도 인사 자체가 끼리끼리 인사가 됐으니 그럴 만도 하다.

언론인·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