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빙(水-1) 숯 탄(火-5)아닐 불(一-3)서로 상(目-4)얼굴 용(宀-7)
물과 불은 한 곳에 공존할 수가 없다. 모든 것을 초토화하는 불이라도 물을 만나면 바로 기세가 꺾인다. 굳세고 강한 것을 이겨내는 물이라도 불을 만나면 증발하여 형체가 사라진다. 이처럼 물이 될 얼음과 불이 될 숯(氷炭)도 사이가 좋을 수가 없다. 서로 어긋나 맞지 않는 사이거나 어울리기 어려워 받아들이지 못할 경우(不相容)에 비유하는 말로 사용되는 성어다. 사이가 아주 나빠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는 犬猿之間(견원지간, 4월 21일 자) 보다는 적대감이 약간 덜하기는 해도 화합을 못하는 것은 다를 바 없다.
東方朔(동방삭)이 지은 시에 이 비유가 등장한다. 전번 管窺蠡測(관규려측, 10월 13일 자, 蠡는 좀먹을 려)에 나왔던 대로 삼천갑자의 장수를 누리고 있는 그 동방삭이다. 前漢(전한)시대 익살의 재사로 해학과 변설에 뛰어나 武帝(무제)도 곧잘 그를 불러 이야기를 들었다. 일면 행동이 괴팍스런 면이 있어 사람들은 손가락질하기도 했지만 곧은 성격의 동방삭은 되레 교활한 신하들을 은근히 비웃고 상대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자신이 楚(초)나라의 우국시인 屈原(굴원)과 처지가 흡사하다 하여 '七諫傳(칠간전)'이란 시를 지었다. 離騷(이소)로 유명한 굴원은 간신들의 모함을 받고 고향을 떠나 귀양을 갔다가 汨羅水(멱라수, 汨은 물이름 멱)에서 투신했다. 이 글은 이후에 굴원의 글과 그를 추모한 글을 모은 楚辭(초사)에도 실렸다. 그중 自悲(자비)편 부분에 나온다. '얼음과 숯이 서로 같이할 수 없음이여, 내 본디 목숨이 길지 못한 것을 알았노라. 홀로 고생하다 죽어 낙이 없음이여, 나이를 다하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노라(冰炭不可以相並兮 吾固知乎命之不長 哀獨苦死之無樂兮 惜餘年之未央/ 빙탄불가이상병혜 오고지호명지부장 애독고사지무낙혜 석여년지미앙).' 冰은 氷과 같은 얼음 빙, 兮는 어조사 혜.
우리의 여야관계는 이전에도 그랬지만 서로 합의라는 것을 모르고 국사를 팽개치고 있다. 얼마 전 부산에서 대표끼리 회동했을 때 기대를 모았다가 이내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삐걱대고 있다. 야당이 교육부 태스크포스(TF) 사무실 항의 방문, 대통령 시정연설 때 반대 피켓, 장외 촛불시위 합류 등 수위를 높이는데도 여당은 꿈쩍 않고 밀어붙인다. 산적한 현안에 힘을 합쳐도 해결이 어려운데 완전 얼음과 숯 사이가 된 여야를 보는 국민은 불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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