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롱 관(竹-8) 엿볼 규(穴-11) 좀먹을 려(虫-15) 헤아릴 측(氵-9)
흔히 식견이 좁아 넓은 세상의 일을 알지 못하거나 또는 어떤 일을 자기만 잘 아는 것 인양 우쭐대는 사람을 비꼬아 '우물 안 개구리'라 말한다. 뜻 그대로인 성어가 埳井之蛙(감정지와, 埳은 구덩이 감), 井底之蛙(정저지와), 坐井觀天(좌정관천)이다. 이런 우를 범하지 말라고 한 교훈의 말은 숱하다. 대롱으로 하늘을 엿보고(管中窺天/ 관중규천), 맹인이 코끼리를 품평하고(群盲撫象/ 군맹무상) 등이다. 그중 대롱으로 하늘을 엿보고(管窺) 표주박으로 바닷물을 재는(蠡測) 어리석음을 말하는 것이 이 성어다. 좀먹을 려(蠡) 자는 표주박이라는 뜻도 있다.
東方朔(동방삭)이라면 삼천갑자를 대뜸 떠올린다. 前漢(전한)시대 해학이 넘치는 문인 동방삭이 西王母(서왕모)의 복숭아를 훔쳐 먹어 장수했다는 이야기가 따르므로 갑자(60년)라면 삼천, 18만 년이라 아직 생존(?)하는 셈이다. 하지만 동방삭은 武帝(무제)가 자신의 재능을 알아주지 않아 중용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 손님이 묻고 주인인 동방삭이 답하는 형식으로 '答客難(답객난)'이라는 글을 썼다. '漢書(한서)'의 열전에 실린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어떤 객이 찾아와 蘇秦(소진)이나 張儀(장의)는 임금을 한 번 만나고서도 경상의 자리를 거머쥐었는데 재주 있다는 당신은 미관말직만 맡고 있으니 행실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하고 물었다. 동방삭은 왕실이 붕괴되었을 때와 지금 천하가 통일되어 안정을 찾은 시기와는 비교할 수 없다면서 '대롱으로 하늘을 엿보고, 표주박으로 바닷물을 헤아리고, 풀줄기로 종을 친다(以管窺天 以蠡測海 以竿撞鍾/ 이관규천 이려측해 이간당종)'는 말이 있는데 그렇게 해서는 진리를 확실히 알 수 없다고 답했다.
노사정 대타협에 따른 노사정 합의를 이루고도 법제정까지는 아득한데 실효성이 없느니 결사반대한다느니 아직 시끄럽다. 정치권에는 내년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으로 불똥이 떨어졌다. 헌법재판소가 선거구에 대해 인구 편차를 2대1 이하로 바꾸라고 한 것이 1년이 되기까지 못 본 체했다. 새누리당 측은 농어촌 지역구 감축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례대표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새정치연합은 비례대표 감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선다. 노사나 정치권이나 모두들 대롱으로 보는 눈앞의 자기 이익만 생각하고 바다에서 생길 후일의 부작용은 모르쇠이니 답답할 뿐이다.
언론인·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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