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할 림(臣-11) 못 연(氵-9) 부러워할 선(羊-7) 고기 어(魚-0)

물고기가 많이 뛰노는 연못가에서(臨淵) 하염없이 앉아 입맛을 다시며 부러워해도(羨魚) 헛물만 켠다. 조금 천천히 잡더라도 집에 돌아가서 그물을 짜는 것이 물고기를 더 빨리 잡는 길이다. 바라기만 하고 실제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데 무엇이 이루어질까. 우리 속담을 인용하면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거나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등이 들어맞는다. 아무리 좋은 조건이 마련되었거나 손쉬운 일이라도 힘을 들여 이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란 뜻이다. 부러워할 羨(선)은 군침을 흘린다는 본뜻이 있는데 羨望(선망)으로 많이 쓴다.

이 성어는 약간씩 다른 표현으로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중국 前漢(전한)의 淮南王(회남왕) 劉安(유안)이 저술한 책 '淮南子(회남자)' 說林訓(설림훈)에는 '물의 근원을 막는 사람은 목이 마를 것이고, 근본을 등지는 사람은 몸이 마를 것이다.. 강가에 서서 고기를 부러워하는 것보다는 집으로 돌아가 그물을 짜는 것만 못하다(塞其源者竭 背其本者枯…臨淵羨魚 不如歸家結網/ 색기원자갈 배기본자고…임연선어 불여귀가결망)'.

前漢(전한) 유학자 董仲舒(동중서)가 武帝(무제)에 올린 '賢良對策(현량대책)'에서는 똑같은 뜻으로 '옛사람의 말에 연못가에 앉아 물고기를 부러워하는 것은 물러나서 그물을 짜는 것이 낫다고 했습니다(古人有言曰 臨淵羨魚 不如退而結網/ 고인유언왈 임연선어 불여퇴이결망)'라고 했다.

또 春秋時代(춘추시대) 老子(노자)의 제자 文子(문자)가 쓴 '문자'에서 '강가에 앉아 물고기를 탐하는 것은 집으로 돌아가 그물을 짜는 것만 못하다(臨河而羨魚 不如歸家結網/ 임하이선어 불여귀가결망)'라고 표현했다. 어느 것이나 목적을 이루려면 그만한 노력의 과정이 따라야 한다는 것을 말해 준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전반기 업적에는 어떤 것을 들 수 있을까. 지난달 남과 북이 극적으로 공동보도문을 타결한 것과 중국과의 정상회담으로 성과가 크다고 홍보한 바 있다. 하지만 초기 1, 2년차에 연이어 일어난 세월호 침몰 참사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 허둥지둥 대응하여 정부의 능력을 불신하게 됐고, 우리 탓만은 아니지만 경제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못했다. 창조경제를 신주단지로 모셔도 아직 그 개념이 아리송하다. 집권 때의 모든 훌륭한 공약도 차근차근 실천하지 않으면 연못의 물고기를 부러워하는 꼴밖에 안 된다.

언론인·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