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 태(水-5)메 산(山-0)울 명(鳥-3)움직일 동(力-9)쥐 서(鼠-0)한 일(一 - 0)짝 필(匸-2)
태산이 진동하여 굉음이 요란하다. 사람들이 걱정이 되어 나와 보니 겨우 쥐 한 마리가 뛰쳐나온다. 무엇을 크게 떠벌리거나 요란하게 일을 벌였으나 별로 신통한 결과를 얻지 못한 경우에 자주 쓰는 말이다.
우리 속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와 똑같은 뜻이다.
지난 번 태산은 흙을 사양하지 않는다는 뜻의 성어 泰山不辭土壤(태산불사토양, 2월 10일 자)에서 소개한 바 있지만 태산은 아주 높고 큰 산의 대명사다. 조선 전기의 문인이자 4대 서예가 중의 하나인 楊士彦(양사언)의 시조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에서도 그 뜻으로 사용됐다. 그런데 태산은 높이가 1532m밖에 되지 않는다.
역대 황제들이 즉위하면 올라가 제사를 지내고 하늘의 뜻을 받드는 封禪儀式(봉선의식)을 치르는 곳이기에 가장 높은 산이라 여기게 된 것이다. 매우 크거나 많은 것을 비유할 때 흔히 '태산같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여기서 연유한다.
특이하게도 이 말은 중국의 역사와 고전, 또는 시가에서 나온 말이 대부분인 다른 고사성어와 달리 출처가 서양이다.
로마의 桂冠詩人(계관시인) 호라티우스(BC 65~8)가 저서 '詩學(시학)'에서 쓴 '산들이 산고 끝에 우스꽝스러운 생쥐 한 마리를 낳았다'란 구절을 한자로 의역한 것이라고 한다. '현재를 즐겨라'로 번역되는 라틴어 경구 '카르페 디엠(Carpe Diem)'을 남긴 사람이다.
帝王切開(제왕절개)나 百日天下(백일천하)가 그런 식의 서양의 사례에서 따온 성어다. 근거가 없다고는 하지만 줄리어스 시저가 산모의 배를 가른 후 태어났다 하고 엘바 섬에서 빠져나온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투에서 패배하여 퇴위한 때까지 약 100일간(Les cent jours)이라고 했다.
대대적으로 시작했던 부패척결이 총리의 퇴진으로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 대신 성완종 리스트에 거론된 현 정권 실력자들에 대한 수사가 열을 올리고 있다. 대통령과 총리까지 앞장서 강조한 부정부패 청산이 이렇게 힘을 잃는 것을 보면 리스트 수사도 끝에 가서 생쥐 한 마리가 짹짹거리는 일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泰山鳴動鼠一匹(태산명동서일필)과 유사한 성어는 다음과 같다. 龍頭蛇尾(용두사미), 有頭無尾(유두무미), 捉虎僅捉尾(착호근착미), 虎頭蛇尾(호두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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