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빨 연(口-4) 종기 저(疒-5) 갈 지(丿-3) 어질 인(亻-2)
보잘것없는 존재에게 큰 은혜를 베풀었다면 누구나 感之德之(감지덕지)한다.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계산된 행동이더라도 우선은 고맙기 때문이다. 생사를 좌우하는 장수가 전장에서 일개 병졸의 종기 고름을 빨아 주었다면 惶恐無地(황공무지)다. 끔찍한 사랑을 받은 부하는 물불 안 가리고 싸움판에 뛰어들 것이다. 그 결과 전사하니 모두의 행복은 아니다. 吮이 입으로 핥거나 빠는 것, 疽는 등창, 종기다.
위에 나오는 장군이 吳起(오기)다. 司馬遷(사마천·기원전 145~80년)의 '史記(사기)' 열전에 실렸다. 부하를 사랑했어도 오기는 무서운 사람이다. 魏(위) 나라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재산을 탕진하여 비웃는 자들을 30명이나 죽이고 魯(노) 나라로 달아났다. 曾參(증삼)의 제자가 되었을 때 모친의 부음을 듣고도 가지 않아 쫓겨났다.
이후 병법을 공부해 장군으로 발탁될 때 부인이 적국인 齊(제) 나라 출신이란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살해한 후 공을 세웠다. 노 나라에서 충성을 의심받자 이번엔 다시 고국으로 돌아갔는데 병법이 뛰어나 인간적 결함을 덮고 장군이 되었다. 이후 그는 부하와 침식을 함께 하며 신망을 얻었다. 한 병졸이 심한 종기가 나서 고름을 흘리자 오기가 서슴없이 빨아 주었다.
그 소식을 들은 어머니가 大聲痛哭(대성통곡)하자 이웃사람이 연유를 물었다. "오 장군이 그 애 아버지 고름도 빨아 주었는데 전장에서 물러설 줄 모르고 싸워 전사했다. 이번엔 아들이 어디서 죽을지 모른다."
吮癰舐痔(연옹지치)라는 말도 있는데 고름과 변을 핥는 것은 같지만 아첨을 하기 위해 윗사람에게 행하는 간사한 행위를 뜻한다. 癰는 등창 옹, 舐는 핥을 지, 痔는 치질 치.
장군이 부하를 지극히 사랑함을 이르는 말이 이젠 상당히 변했다. 순수한 의도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뭔가 목적을 가지고 행하는 선행을 가리키게 됐기 때문이다. 각박한 현실을 탓해야 할까. 누군가 나에게 은혜를 베푼다면 의도를 잘 살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뇌물이 된다. 몰랐다고 해도 변명이 안 된다.
그렇더라도 좋다. 최근에 연이어 드러나고 있는 방산비리와 성 추문 사태에서의 해군 장성들은 부하 사랑은커녕 제 검은 뱃속 챙기기와 변명에 급급했다. 吮疽之仁과 너무나 대조되는 장군들이다. 언론인·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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