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을 사(歹-2) 모두 제(言-9) 칡 갈(十十-9) 달릴 주(走-0) 날 생(生-0) 버금 중(亻-4) 통달할 달(辶-9)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을 도망치게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유명한 말이다. 옛날 우화집엔 '죽은 제갈이 달려가 중달을 낳았다'고 해석하는 무식한 훈장을 비웃는 이야기로 실리기도 했다. 죽은 諸葛孔明(제갈공명)이 산 司馬仲達(사마중달)을 쫓았다는 내용의 설명을 들으면 실제 대부분 알고 있는 성어다. 陳壽(진수)의 정사 '三國志(삼국지)' 蜀書(촉서)의 諸葛亮傳(제갈량전, 亮은 밝을 량)과 曾先之(증선지)가 편찬한 역사서 '十八史略(십팔사략)'에 자세히 실려 있다. 死孔明走生仲達(사공명주생중달)이라고도 한다.
서기 234년 蜀(촉) 나라 군사 제갈량(字가 공명)은 10만 대군을 이끌고 魏(위) 나라를 치기 위해 五丈原(오장원)에 진을 쳤다. 상대 장수가 司馬懿(사마의, 字가 중달, 懿는 아름다울 의)였다. 제갈량은 속도전으로 승패를 결정지으려 했지만, 사마중달이 이를 간파하고 지구전을 펴 촉의 병사들이 지치기만 기다렸다. 그해 가을 제갈량은 자기 죽음을 예감하고 자신의 모습을 본뜬 좌상을 만들게 한 후 수레에 앉혀 실제 지휘하는 것처럼 하도록 조처를 했다. 어느 날 밤 유성이 빨간빛을 끌면서 촉 나라 진중에 떨어지자 제갈량이 숨을 거뒀다. 촉의 진영에선 철수를 서둘렀고 위의 군사는 공명의 사망 소식이야말로 적을 물리칠 절호의 기회라며 대대적 추격전을 벌였다. 이때 제갈량이 죽기 전 일러 준 작전에 따라 姜維(강유)의 반격전이 시작됐다. 갑자기 말머리를 돌려 북을 치고 깃발을 흔들면서 공격하고 더군다나 수레 위엔 공명이 점잖게 앉아있는 것이 아닌가. 중달은 위 대군을 유인하기 위한 공명의 위장전술로 보고 혼비백산 즉시 후퇴하고 말았다. 세인들은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내쫓았다(死諸葛走生仲達)'며 중달을 비웃었고 죽은 뒤에도 탁월한 인재는 가치를 발한다고 공명을 칭송했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 넴초프가 괴한의 총격으로 사망한 뒤 장례식까지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연일 격화되고 있다. 여덟 번째의 정치적 암살이라며 사임까지 요구하는 야권에 '독일병정' 푸틴도 주춤하고 있다니 이야말로 죽은 지도자가 산 대통령을 궁지로 몰고 있는 것이라 흥미롭다. 언론인·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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