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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석의 한자 박물지(博物誌) <924> 獐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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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1-12-29 20:36:21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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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루장(-4) 발족(足-0)

   
독일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 1514년 작 '멜랑콜리아'(슈태델 소장) 부분. 대패며 톱 같은 연장이 너부러진 틈에 왼쪽 위 노루발장도리도 있다.
獐足(장족)은 '노루발'의 한자말. 노루는 지금도 흔하지만 예전 더 흔했던 사슴 사촌뻘 되는 짐승이다. 사슴이나 소처럼 발굽이 둘로 갈라진 偶蹄類(우제류)인 노루의 발은 여러 낱말에 자취를 남겼다. 못을 뽑을 때 쓰는 연장을 가리키기도 한다. 따로 만들어 쓰기도 하지만 망치에 노루발을 붙이면 노루발장도리. 논밭을 가는 쟁기나 재봉틀에도 노루발이 붙어 있다.

과녁에 박힌 화살을 뽑는 연장도 노루발인 탓에 獐足閑良(장족한량), 곧 노루발한량이라는 말도 있다. 옛날 武科(무과) 시험을 준비하던 수험생 閑良은 나중에 그저 놀고먹는 사람도 가리키게 되었다. 이들은 무과 시험의 필수과목 활쏘기를 익힌다는 핑계로 늘 활을 쐈는데 노루발을 들고 다닌 것은 당연한 일이다.

노루가 親熟(친숙)한 짐승이다 보니 노루발 아니라도 노루를 끌어댄 다른 말도 많다. 노루글은 건너뛰며 띄엄띄엄 읽는 글이란 뜻. 노루걸음이 하도 겅중겅중 한 데서 나왔다. 노루잠은 깊이 들지 못하고 자꾸 놀라 깨는 잠을 가리키는 말. 의심이 많은 짐승인 탓이다. 그래서 나왔나. 獐頭鼠目(장두서목), 곧 노루 머리에 쥐 눈은 생김새가 추악한데다 마음씀씀이가 나쁜 사람을 가리킨다.

가는 해를 붙잡고 노루 俗談(속담)이나 이어볼까 한다. 올해도 '노루꼬리'만큼 남았다. '노루 제 방귀에 놀라듯' 남몰래 저지른 일이 걱정되어 스스로 겁을 먹는 사람도 많겠다. '노루 때린 막대기' 믿고 내년도 어찌해 볼까 한다면 '노루잠에 개꿈이라'. 경성대 중어중문학과 초빙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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