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沈
黙 : 가라앉을 침(
氵-4)묵묵할 묵(黑-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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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에버릿 밀레이 1877년 작 '토마스 칼라일 초상'(영국 런던 소재 국립초상화박물관 소장). 침묵은 말보다 웅변적이라는 칼라일의 말이 유명하다 |
沈默(침묵)은 '아무 말도 없이 잠잠히 있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 沈 자는 읽는 법이 두 가지인 글자. '침'이라고 읽을 때는 沒(가라앉을 몰) 자와 같은 뜻이고
沉(가라앉을 침) 자는 나중에 생긴 글자이다. '심'이라 읽을 때는 사람의 성씨를 가리킨다.
고대 중국의 어원사전 說文解字(설문해자)는
黙자를 '말하지 않는 것 不語也(불어야)'라고 푼다. 말할 줄 모른다는 뜻이 아니라 말할 줄 알면서 입을 다문다는 뜻이다. 달리
嘿(고요할 묵) 자라고도 쓴다.
噤(입 다물 금) 자도 말하지 않는다는 뜻. 說文解字는
噤자를 '입을 닫다 口閉也(구폐야)'라고 푼다.
黙자는 자발적으로 입을 열지 않는 것이고
噤자는 남이 억지로 입을 열지 못하게 막는 일을 가리킨다. 禁(금할 금) 자가 들어간 탓이다.
침묵은 표현의 다른 방식. 그저 떠드는 것만 能事(능사)가 아니다. 愼默(신묵), 곧 삼가서 침묵을 지킨다는 말은 이것을 가리킬 테다. 죽은 듯이 침묵한다는 玄默(현묵)도 우아함이나 세련됨의 한 가지 표현이지 않는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독일 국민들 사이에 '그저 나치가 시키는 대로 억지로 한 것이지 그렇게 나쁜 짓을 할 생각이 없었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그때 한 지성인은 '침묵은 동의'(Qui tacet consentit)라는 로마법 구절을 들어 독일 국민을 꾸짖은 적이 있다.
黙言牌(묵언패)보다
噤言牌(금언패)이지 싶은 말을 종일 내건 공영방송 대부분이 침묵한 지도 여러 날 흘렀다. 선거 부정의 혐의를 받고도
黙黙不答(묵묵부답)인 여당은 또 어떤가. 소리는 귀로 듣지만 침묵은 마음으로 듣는다.
경성대 중어중문학과 초빙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