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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도 투자 애로 호소…K-소피카, 영화 생태계 살릴까

이재명 대통령 도입 검토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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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현지시간) 프랑스 생폴드방스 마그 재단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영화인들이 국제 영화·영상 정상회의 ‘뤼미에르 서밋’ 개막식에 참석한 이후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자리에는 이창동 정주리 감독과 배우 설경구 전도연 김도연, 김민영 넷플릭스 아시아태평양 지역 콘텐츠 총괄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 이창동 감독 간담회서 건의
- 프랑스식 세제지원 제도 제안
- 민간 자본 유인 효과 강조
- 부산영화단체·국회서도 주장

“그라찌에(Grazie·고맙습니다), 이 영화는 수많은 사람의 기다림과 인내가 없었으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지난 13일 ‘가능한 사랑’으로 24년 만에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 트로피를 들어 올린 이창동 감독이 수상 소감 중에 한 말이다. 실제로 그렇다. ‘가능한 사랑’은 기다림과 인내가 없었다면 세상에 나오지 못할 뻔했다.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의 ‘중예산 한국 영화 제작지원사업’에 선정돼 15억 원의 국고지원금을 확보했지만 나머지 예산에 대한 투자사를 찾지 못해 난항을 겪었고, 넷플릭스 지원을 받고서야 영화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영화가 자본의 논리 앞에서 번번이 좌절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목격하며 이창동 감독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제도적인 변화가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끼지 않았을까. 베네치아영화제 기간인 지난 7일 프랑스를 국빈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이창동 감독이 프랑스 영화산업 투자 세제지원 제도인 ‘소피카(SOFICA)’를 벤치마킹하자고 제안한 데에는 이러한 위기의식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1985년 법으로 설립된 소피카는 영화에 투자하는 개인 또는 민간에게 투자액의 최대 48%까지 소득세를 감면해 다양한 영화 제작을 유도하는 정책이다. 공공 재정만으로는 부족한 제작 재원을 보완할 수 있는 게 이 제도의 핵심. 한국의 영화 제작비 세액공제가 제작사나 제작비를 부담한 기업의 세금을 줄이는 방식이라면, 소피카는 개인 투자자에게 직접 세제 혜택을 제공해 민간 자금이 산업에 유입되도록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자리에서 이 감독은 “정부 지원과 별개로 개인과 민간 기업의 투자가 활성화돼야 생태계가 선순환한다”며 “프랑스가 40년 동안 시행한 세제 혜택 제도는 대부분 독립영화와 신인 감독에 투자하는 개인과 민간 기업에 주어진다. 거의 모든 유럽 국가의 영화 산업이 죽었는데도 프랑스에서는 여전히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 감독의 정책 제안에 “돌아가서 바로 체크하겠다”고 답한 이 대통령은 실제로 귀국하자마자 소피카 도입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소피카를 언급하며 “해외에서 효과가 검증된 제도는 적극적으로 검토해 정책에 반영해 볼 필요가 있다. 면밀히 연구하라”고 지시했다. 물론, 정부의 검토를 거쳐 실제로 제도안이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프랑스와 완전히 같은 방향일 수는 없다. 투자 대상부터 공제 방식과 공제율 등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뒤따를 전망이다.

올해 ‘왕과 사는 남자’를 필두로 극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 있긴 하지만, 영화 투자는 여전히 경색되어 있고 제작 편수 또한 급감했다. ‘가능한 사랑’이 보여주듯, 자본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거장 감독 역시 신작을 내놓기 어려운 실정이기도 하다. 특히나 중저예산 영화들은 정부의 지원에 의존해 온 만큼, 이에 대한 투자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었다.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2023년 ‘영상콘텐츠 산업 세제지원 보고서’에서 투자 활성화를 위해 조금 더 효율적인 세제지원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부산영화정책네트워크가 ‘부산영화 정책 제안서’를 내놓으면서 소피카 제도를 참고해 영화 제작비 조달 방식을 새롭게 설계하자고 제안한 것 또한 지금 시점에서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이 대통령은 이 감독 등 영화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대한민국 영화 산업의 과실은 아주 크게 열린 것 같지만, 밑의 풀과 작은 나무는 다 죽고 큰 고목만 몇 개가 남았다”며 정책적 지원을 약속했는데, 독립 예술영화와 신인 감독들이 체감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정시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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