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김민우의 인서트] 정답 없는 가족의 기록

어떻게 해야 했을까?

  • 김민우 영화평론가
  •  |   입력 : 2026-09-02 19:33:38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의 한 장면.
조현병을 앓은 친누나, 후지노 마사코의 20여 년간을 찍은 다큐멘터리 ‘어떻게 해야 했을까?’는 영화 시작에 나오는 자막처럼 조현병의 양상이나 이해를 위한 영화가 아니다.

과연 그 말대로 영화는 마사코가 이렇게 된 연유나,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 면허를 가진 약리학 교수 출신의 부모가 딸의 조현병을 부정하게 된 이유를 밝히는 등의 극적인 요소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정신질환자 가족을 위한 시스템의 필요성이나 당시 정신질환자에 대한 처우와 같은 사회적 메시지로 수렴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어떻게 해야 했을까?’는 철저히 감독 후지노 토모아키의 입장에서 바라본 아주 개인적인 영화라 할 수 있다.

이상 행동과 함께 점점 의사소통이 어려워지는 누나, 그보다 더 이해할 수 없는 대응을 하는 부모. 그 사이에서 카메라는 때로는 감당하기 어려워 집에서 도망쳐 버리기도 하고, 무력하게 누나를 바라만 볼 때도 있다. 참다못해 부모를 비난하기도 한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누군가는 윤리와 관련한 질문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가족에게 촬영 허락은 맡은 것인지, 영화를 미리 보여주었는지, 감독 자신도 가족의 일원이면서 왜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지 등 영화 안팎의 윤리 말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 같은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그저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을 오롯이 감당해야 했던 한 여성, 그 상황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한 채 마찬가지로 고통받는 그의 부모, 그리고 그 앞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난감함을 고백하는 카메라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런 측면에서 ‘어떻게 해야 했을까?’는 비겁하기까지 하다. 후반부의 허탈한 전개를 생각해 본다면 더욱 그렇다. 이 모든 일의 원흉처럼 여겨지는 아버지의 생각은 종반부에 이를 때까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카메라도 적극적으로 인터뷰를 시도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겨우 진행되는 인터뷰도 모든 문제와 의문을 해소하지 못한다.

작품이 마사코를 담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그저 조현병에 걸리기 전과 후 마사코의 모습만을 제한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편향적이고 협소한 형태로, 있는 그대로의 가족 모습만 바라보겠다는 감독 자신의 의지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런 비겁함이야말로 인간적인 반응 아닌가. 누구에게나 가족은 어느 정도 비윤리적인 존재다. 가족이라는 변명 아래 자행되는 폭력. 번민하고 머뭇거리며 어떨 때는 회피하게 되는, 그러면서도 완전히 외면할 수 없어 분노와 체념이 공존하고 마는 사이. 우리는 이처럼 복잡한 관계 속에서 자신을 살리기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는 한 인간을 이 작품 속에서 보게 된다.

‘어떻게 해야 했을까?’는 답을 구하는 질문으로서의 영화가 아니다. 영원히 풀리지 않는 물음과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흔을 고백할 따름이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어떻게 해야 했을까?’라는 의문문은 비로소 마침표의 문장으로 바뀐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내일까지 10∼60㎜
  2. 2'여론조사비 대납 혐의' 오세훈 2심 내주 선고
  3. 3'내란 중요임무 종사' 박성재 2심 내주 선고
  4. 4IMF, 韓잠재성장률 2년 연속 상승 전망…40년 만에 처음
  5. 5교도소에 자리 없어서…올해 형집행률 60% 미만 가석방자 급증
  6. 61246회 로또 1등 16명…당첨금 각 18억 8,103만 원씩
  7. 7"국민연금 한 번도 못 낸 청년 21만명…10명 중 9명은 '실직'"
  8. 8통영서 단체 수영하던 50대, 1.8㎞ 표류…해경 구조
  9. 9‘부산살이’ 한 달 된 부캉이…주말 북항 친수공원 인파 몰려
  10. 10제자 성추행한 초등 교사에 기부금 전달한 전현직 교사 '불구속 송치'
  1. 1국힘, 秋 ‘재정 빨대’ 발언 사과에 “‘사과 바라시니까’…끝까지 오만”
  2. 2李대통령, 부천 화재 순직 소방관 조문…“영원히 기억할 것”
  3. 3[속보] 추미애 '소방 재정 빨대' 발언 사과…“폄훼 의도 없어”
  4. 4김민석, '재정 빨대' 발언 사과... "추미애에게도 사과 요청했다"
  5. 5[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6. 6[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7. 7이 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담아내야" 국회에 개헌 논의 촉구 (종합)
  8. 8이헌승 "국제신문 실질적 대주주 조사 미흡" 질타에 부산노동청장 "다음주 면담"
  9. 9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10. 10李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수록 개헌, 국회가 나서달라”
  1. 1IMF, 韓잠재성장률 2년 연속 상승 전망…40년 만에 처음
  2. 21246회 로또 1등 16명…당첨금 각 18억 8,103만 원씩
  3. 3"국민연금 한 번도 못 낸 청년 21만명…10명 중 9명은 '실직'"
  4. 4"통합 앞둔 발전5사, '8020억 자회사 부채' 승계계획 전무"
  5. 5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1.2원 ↓
  6. 6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7. 7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8. 8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9. 9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10. 10부산 9월 취업자 9000명 늘었지만…'경제허리' 40·50대 3만명↓
  1. 1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내일까지 10∼60㎜
  2. 2'여론조사비 대납 혐의' 오세훈 2심 내주 선고
  3. 3'내란 중요임무 종사' 박성재 2심 내주 선고
  4. 4교도소에 자리 없어서…올해 형집행률 60% 미만 가석방자 급증
  5. 5통영서 단체 수영하던 50대, 1.8㎞ 표류…해경 구조
  6. 6‘부산살이’ 한 달 된 부캉이…주말 북항 친수공원 인파 몰려
  7. 7제자 성추행한 초등 교사에 기부금 전달한 전현직 교사 '불구속 송치'
  8. 8부천 공장 화재 순직 소방관 장례 '경기도청장'으로 엄수
  9. 9[날씨칼럼] 날씨와 기후 사이, 평년값으로 읽는 10월
  10. 10[속보] 추미애 “순직 소방관께 깊은 애도, 근무 환경 살피겠다”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5. 5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선수 공간까지 체험하는 돔투어…야구 테마 복합문화시설
부산 야구장 미래는
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