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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우의 인서트] 포르투갈의 삶과 역사를 부산서 만나다

영화의전당 ‘시네마테카 포르투갈’

  • 김민우 영화평론가
  •  |   입력 : 2026-07-29 19:21:18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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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라스-우스-몽트스’ 스틸컷. 영화의전당 제공
영화의전당은 해마다 교류전을 개최하며 전 세계 시네마테크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주인공은 ‘포르투갈 시네마테카 교류전’으로, 80년에 걸친 포르투갈 영화의 흐름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진다.

지난 21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모두 16편의 영화가 상영되는 이번 기획전의 핵심 키워드는 ‘역사 민족, 그리고 삶과 기록들’이다. 1930~1970년대 독재 정권과 1960~1970년대 식민지 독립 전쟁의 상흔은 결코 잊을 수 없기에, 포르투갈 영화 중에는 어두운 역사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작품이 많다.

억압적이고 보수적인 분위기 속에서 미학적·정치적 운동이자 포르투갈 영화사에서 빠질 수 없는 사조, ‘시네마 노보’가 탄생한다. 당시 포르투갈 영화인들은 수도 리스본의 거리와 실제 삶의 현장으로 카메라를 보냈으며 현실의 억압, 소외, 불확실성으로 인한 청년 계층의 좌절과 방황을 주로 담았다.

기획전에서 꼭 봐야 하는 영화로 시네마 노보를 대표하는 감독 파울로 호샤의 ‘녹색의 해’(1963)와 ‘움직이는 삶’(1966)을 꼽는 이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페르난두 로페스의 ‘벨라르미누’(1964)도 언급하고 싶다. 또 다른 방식으로 시네마 노보를 실천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사실과 허구를 뒤섞은 ‘다큐-픽션’의 형태로, 화려한 삶을 살았으나 이제는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전직 권투 선수 벨라르미누를 조명한다. 관객은 허풍을 떨기도 하고 말을 자주 바꾸기도 하며 질문에 당황하기까지 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위선적 국가 포르투갈과, 빈곤과 착취로 얼룩진 포르투갈 민중의 초상을 바라보게 된다.

시네마 노보 영화들이 포르투갈 도시의 삶을 그리고 있을 때, 1970년대 포르투갈 영화의 또 다른 한 축에는 수 세기 동안 고유한 삶을 영위한 공동체를 탐구하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세속과 정치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채 살아온 그들의 문화와 풍경은, 역설적으로 독재정권 말기의 포르투갈과 대비돼 여전히 살아있는 민족의 힘을 보여준다. 가장 눈에 띄는 영화는 단연 ‘트라스-우스-몽트스’(1976)다. 제목 그대로 포르투갈 북동부 먼 마을 트라스 우스 몽트스 지역을 찍은 이 다큐멘터리는 국경 변방의 작은 마을 공동체가 가진 힘을, 시공을 오가는 시적인 이미지로 형상화한다. 360도로 회전하며 중세 행정관에서부터 현대 광부들까지 단박에 시간을 뛰어오르는 장면은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다.

기획전의 여정은 독재정권과 식민지 독립 전쟁 시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무려 10년간 제작한 마누엘 모조스의 ‘자비에르’(1991~2001)는 급격히 자본이 유입된 1990년대 포르투갈의 방황하는 청춘을 담고 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어머니와 그로 인해 보육원에서 자랄 수밖에 없었던 자비에르는 도시를 유령처럼 배회하고, 목적이 없는 이야기와 무력한 인물은 경제적 상황으로 제작이 10년이나 미뤄질 수밖에 없었던 영화 밖 사정과 결합해 그 비극성을 더한다.

영화로 바라본 포르투갈은 묘하게 한국의 역사와도 닮아있었다. 오랜 독재와 급격한 발전, 그로 인한 방황과 무기력까지. 이처럼 멀고 낯설게만 느껴졌던 존재를 인식하게 만드는 것은 영화의 또 다른 역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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