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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디스클로저 데이’ 스틸컷. |
UFO(미확인 비행물체)와 외계인이 등장하는 영화를 볼 때 관객은 어떤 것을 기대할까. 그동안 매체는 아직 만난 적 없는 외계 존재를 다룰 때면 공포나 호기심, 경외심 등의 감정을 주된 동력으로 삼았다. 그리고 스티븐 스필버그 역시 이러한 감정에 기반해 ‘미지와의 조우’(1977)나 ‘E.T’(1982), ‘A.I.’(2001), ‘우주전쟁’(2005) 등 SF 영화사에 굵직한 흔적을 남긴 작품을 선보였다.
스필버그의 SF 영화는 늘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함께 우주를 향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비슷한 결의 작품을 기대했다면 ‘디스클로저 데이’는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겠다. 우주와 미지의 생명체를 소재로 다루긴 했지만 은유적인 서사와 단면적인 인물, 블록버스터 영화치고 심심한 액션까지 앞선 작품과는 다른 양상을 띠기 때문이다. 이는 메시지에 지나치게 천착한 거장의 실패일까, 아니면 경력 후반기를 보내고 있는 그가 제시하는 또 다른 경로일까.
기존 스필버그 영화가 존재 여부조차 불투명했던 외계인과 접촉하는 ‘순간’이 주는 경이나 공포에 주목했다면, ‘디스클로저 데이’에서 그들은 너무나 당연하게 존재하는 대상으로 그려진다. 외계인의 신비로움은 더 이상 이야기를 이끄는 중요한 동력이 아니다.
영화는 크게 두 축으로 진행된다. 하나는 외계인을 이용해 인류의 역사를 은폐해 온 집단 ‘워덱스’(WARDEX)와 워덱스의 기밀 자료를 훔쳐 달아난 조직 내부 폭로자 그룹 간의 추격전이다. 비록 화려한 액션은 없지만 인류의 역사를 바꿀 거대한 비밀을 둘러싼 긴장감을 유지하여 블록버스터로서 면모를 유지하게 만든다.
또 하나는 외계인이 선택한 두 인물, 마거릿 페일차일드(에밀리 블런트)와 다니엘 켈너(조쉬 오코너)가 연결되는 과정이다. 어릴 적 외계인과 접촉해 초능력을 얻은 마거릿과 우주의 언어인 수학을 이해하게 된 다니엘은 인류의 매개자로 각성한다. 이들은 외계인이 남기고 간 ‘장치’를 매개로 서로의 감정을 드나들며 낯선 존재와 타인, 나아가 자신에게도 이해와 사랑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영화는 이 과정을 영성적으로 느껴질 만큼 섬세하게 그려낸다.
결국 ‘디스클로저 데이’에서 스필버그가 하고 싶은 것은 외계인이 아닌 인류에 관한 이야기다. 작품을 이루는 첫 번째 축인 추격전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폭로의 옳고 그름을 묻는다. 작품에서는 혼란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이를 감추려는 워덱스와 모두가 진실을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폭로 그룹 측 모두 각자의 논리를 지닌 것으로 그려진다.
또 다른 축인 마거릿과 다니엘의 이야기는 타인과의 소통과 화합의 중요성을 묻는다. 우리와 전혀 다른 존재가 있음을 인정해야 할 때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말이다.
여기서 돋보이는 건 순진하리만치 순수한 스필버그의 메시지다. 그는 국가가 국민을 속이면 안 된다는 상식,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낯선 존재를 향한 공감과 이해의 태도를 강조한다. 그리고 영화는 이야기와 이미지에 다른 의미를 덧씌우기보다 그의 메시지를 전하는 역할만 충실하게 수행한다. 마치 자신의 진심을 있는 그대로 믿어달라고 호소하는 것처럼. 지금 이 시대에 가장 이질적인 존재는 외계인이 아니라, 여전히 그 ‘진심’을 믿는 인간일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