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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열린 ‘2026 한국독립영화 연속포럼’ 행사 모습. |
부산은 명실상부한 ‘영화 도시’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부산국제영화제가 매년 도시를 채우고, 영화의전당은 부산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영화 관련 공기업 영화진흥위원회와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 교육기관 한국영화아카데미도 부산에 자리 잡고 있다.
지역 기반도 만만치 않다. 부산 지역 대학의 영화학과에서 매년 졸업생이 배출되고, 부산영상위원회가 지역 영화산업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독립영화인 단체 ‘부산독립영화협회’와 부산에 기반을 둔 제작사 단체 ‘부산영화영상제작협의회’도 있다. 덕분에 부산독립영화제의 경쟁 부문은 부산의 영화로만 채울 수 있을 정도다.
이 정도라면 다른 지역과 비교해 그리 빈약한 환경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인프라에도 ‘부산의 영화 생태계’라고 부를만한 체계는 여전히 뚜렷하지 않다. 각자의 영역에서 열심히 활동하지만 ‘부산 영화’라는 단일한 체계로 수렴하기 어렵다. ‘영화 도시’라는 거창한 타이틀이 오히려 부산의 빈자리를 가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지난 4일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영화진흥위원회·한국독립영화협회·지역영화네트워크 공동 주최로 열린 ‘2026 한국독립영화 연속포럼: 지역 영화는 지금 한국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과 다양성을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내고 있는가?’는 이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자리였다. 그동안 대학이라는 제도권 안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던 ‘지역 영화’와 ‘신진 영화인’이 실제로 얼마나 다양한 경로를 통해 양성되고, 그들이 다시 지역에서 어떻게 ‘영화 문화’와 ‘관객’을 만드는지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 부산만 해도 그렇다. 현재 부산에서 활동하는 영화인 중에는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지 않더라도 영화의전당 영화제작워크숍을 듣거나 자신만의 방법으로 영화를 만들며 등장한 이가 많다.
지역 내 대학에 영화학과가 없는 대구는 2019년부터 대구영상미디어센터가 운영한 대구영화학교에서 영화인 83명을 배출했고, 59명이 지금도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강원도 마찬가지다. 고향으로 돌아온 영화인들이 미디어센터를 통해 꾸준히 후배를 키웠고, 그들이 이어져 지금의 정동진영화제나 원주옥상영화제를 만들었다. 영화를 전공하지 않은 시민이 영화교육을 통해 지역의 영화인으로 남고, 이들이 다시 지역 영화 문화를 만드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결국 사람이 모여야 문화가 되고, 문화가 지속되어야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부산의 영화 정책은 어떠한가. 현재는 대부분 산업의 규모를 키우는 데 집중돼 있다. 영화산업을 키워 만든 일자리와 인프라가 지역에 영화인을 남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란 점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의 부산의 영화 정책이 무의미했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인간의 열정은 단순히 숫자로만 치환될 수 없다. 산업 논리와는 다른 눈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할 시점이 왔다.
6월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지역 영화계는 정치인 한 사람이 예산안에 줄을 긋는 것으로 수년간 쌓아왔던 것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경험을 반복했다. 부산도 예외는 아니었다.
‘부산 영화’는 로케이션 장소를 빌려주는 일이 아니다. 이 도시에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고 영화로 만드는 것이 지역 영화다. 이번 선거에서 후보들은 이런 토대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에 얼마나 관심이 있을까. 그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