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부가 60년간 일군
- 거제 바닷가 공곶이
- 물결 치는 수선화밭
- 산수유 900여 그루
- 몽글몽글 꽃 피워내
- 물오른 창원 예곡마을
봄과 함께 매화가 핀다. 봄바람에 수선화와 산수유가 꽃을 피운다. 봄의 절정에는 벚꽃이 꽃망울을 터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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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 경남 거제시 공곶이 꽃밭에 노란 수선화가 활짝 피어 있다. 밭을 뒤덮은 노란 꽃들이 해 질 녘 노을과 어우러져 색다른 봄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
봄바람을 따라 경남 거제도의 ‘바다와 사람이 함께 만든 특별한 풍경’을 찾았다. 섬의 남쪽 끝자락, 파도가 잔잔히 부딪히는 해안 몽돌밭 위에 자리한 작은 곳. 바로 공곶이다.
이곳은 화려한 관광지라기보다는 천천히 걸으며 만날 수 있는 조용한 정원이다. 자동차로 바로 닿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예구항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된비알을 따라 오르든지 바닷가 길을 따라 걸어야 한다. 멀지 않은 길이지만 그사이에 펼쳐지는 풍경은 마치 한 편의 여행 이야기를 만들어 준다.
예구마을을 벗어나 바다를 따라 난 길에 들어서면 바람에는 짠 내가 묻어 있고, 끝자락에서 만나는 몽돌해변의 파도는 몽돌에 부딪히며 낮고 깊은 소리를 낸다. 까꼬막을 선택한다면 땀이 이마에 비칠 때쯤 동백나무 숲 333개의 돌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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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예곡마을에 활짝 핀 산수유. 900여 그루의 산수유가 마을 전체를 노란빛으로 물들였다. |
그렇게 20분쯤 걸어가다 보면 갑자기 시야가 넓어지며 작은 언덕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 언덕에는 계단처럼 이어진 밭과 꽃들이 바다를 향해 펼쳐져 있다. 공곶이의 풍경이다.
공곶이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봄의 문턱이다. 겨울의 차가운 기운이 조금씩 풀리는 3월이면 언덕에는 노란 수선화가 피어나기 시작한다.
수선화는 들판이나 공원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꽃이지만 공곶이에서 만나는 풍경은 조금 다르다. 이곳의 꽃밭은 산이나 숲을 배경으로 하지 않는다. 대신 바로 앞에 펼쳐진 남해 바다가 배경이 된다.
멀리서 보면 언덕 전체가 노란 물결처럼 보인다. 꽃 사이로 난 작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꽃밭 한가운데 서 있게 된다. 고개를 들면 파란 바다, 고개를 숙이면 노란 꽃. 공곶이의 봄은 이렇게 단순하면서도 깊은 색으로 채워진다.
지금의 공곶이는 자연이 만든 풍경이면서 동시에 사람의 시간이 쌓여 완성된 장소다.
이 언덕은 원래 돌이 많고 척박한 땅이었다. 지금처럼 꽃과 나무가 가득한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곳에 정착한 고 강명식 지상악 부부가 60년을 바쳐 일궈낸 결실이다.
1957년, 경남 진주 문산에 살던 천주교인 강명식 씨는 문산성당 공소가 있는 거제 예구마을의 교인 지상악 씨와 혼인하기 위해 거제에 왔다가 동네 어른들에게서 마을의 천주교 수난사를 듣고 뒷산에 올라 산책하던 중 공곶이를 발견했다. 종교의 숭고함과 의미, 그곳의 아름다운 풍경에 반한 강명식 씨는 착실하게 모은 재산으로 공곶이를 매입한 뒤 손수 돌을 하나씩 치우고 흙을 고르고 동백나무와 감귤나무를 심고 꽃을 가꾸며 시간을 쌓았다.
한파로 감귤나무가 피해를 보자 강 씨가 부산에 나갔다가 들른 종묘상에서 구매한 수선화 구근 3뿌리을 가꾸어 지금의 수선화 농장이 되었다. 또 종려나무를 새로 시작했고, 2005년 영화 ‘종려나무 숲’의 촬영지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공곶이에는 단순한 자연 풍경과는 다른 느낌이 있다. 이곳의 나무와 꽃에는 강 씨 부부와 5남 1녀 자식들의 손길과 시간이 함께 담겨 있기 때문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수선화 사이를 걷다 보면, 이 정원을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공곶이로 향하는 길목에는 또 하나의 봄이 있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의 예곡마을이다. 약 1.6㎞에 걸쳐 900여 그루의 산수유가 심어진 이 마을은 봄이면 전체가 노란빛으로 물든다. 작은 꽃들이 몽글몽글 피어나는 노란 산수유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예곡누리길’이 이어지고, 개천과 굴다리, 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이 또 다른 봄의 결을 만든다.
이번 여정은 하나로 이어진다.
봄바람은 두 곳을 잇고, 그 바람을 따라가는 동안 계절은 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