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중박’ 돌풍의 맥 잇는 부여국립박물관
- 백제금동대향로를 위해 별관 한 층 조성
- 여백같은 공간 중앙 향로 배치 몰입 배가
- 미디어아트·체험형 첨단기기 감상 도와
- 주 3만명 방문, 예전보다 2만5000명 증가
충남 부여는 좋은 여행지이다. 찬란했던 옛 왕국 백제의 마지막 수도였으므로 역사·문화 자산이 풍성하다. 예컨대 백제역사유적지구가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는데, 부여군 내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 ▷정림사지 ▷부여왕릉원 ▷나성, 이렇게 4개나 된다. 군청이 있는 부여읍 안에 자리한 명소는 서로 가까워 느긋하게 걸어서 여행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국립부여박물관~정림사지~부소산 낙화암으로 이어지는 멋진 구간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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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부여박물관이 5년간 준비한 끝에 지난해 12월 23일 개관한 백제대향로관 건물의 전시실에서 관람객이 국보인 백제금동대향로를 보고 있다. 김성효 선임기자 kimsh@kookje.co.kr |
이웃 고을도 쟁쟁해 여정을 확장하기에도 좋다. 부여에서 멀지 않은 곳에 공주 대전 전주 군산 익산 등이 포진했다. 무엇보다 찬찬히 걸으며 역사의 숨결과 충남 특유의 부드러운 기운을 품은 부여의 분위기를 느끼는 매력이 크다.
■부여에서 들려온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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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까이서 촬영한 백제금동대향로. 김성효 선임기자 |
최근 ‘엄청난’ 소식이 또 하나 부여에서 들려왔다. 국립부여박물관에 ‘백제대향로관’이 지난해 12월 23일 문을 열었다는 소식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국보 반가사유상 2점만을 상설 전시하는 아주 특별한 공간인 ‘사유의 방’이 2021년 11월 생기면서 기존 틀을 깨는 파격, 간결함을 앞세운 선택과 집중의 힘이 얼마나 센지 많은 사람이 느꼈다. 사유의 방은 ‘국중박(국립중앙박물관) 돌풍’의 진원이 됐다. 이는 최근 몇 년 새 국립중앙박물관에 국내외 관람객이 폭증한 현상을 가리킨다.
이어 국립경주박물관의 ‘신라 금관 태풍’이 어마어마한 기세로 불어닥쳤다. 지난해 말 경주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신라 금관이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고, 뒤이어 신라 금관 특별전을 보려는 ‘국경박 오픈런’ 열기가 경주에 휘몰아쳤다. 수많은 사람이 ‘집중’하는 즐거움을 발견해 갈 때 국립부여박물관이 사유의 방, 신라 금관에 이어 ‘세 번째 홈런’을 쏘아 올렸다. 백제대향로관이다.
■1층 로비에서 압도되다
지난달 23일 금요일오후 2시께 사진 촬영을 책임진 김성효 선임기자와 함께 충남 부여군 부여읍 금성로 국립부여박물관 마당에 들어섰다. 국립박물관이지만, 군 단위에 있으니 평일 관람객은 많지는 않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가족·친지 관람객이 보였다. 마당을 거쳐 본관(전시관)에 들어갔을 때, 깜짝 놀랐다. 어두운 1층 로비에 수많은 관람객이 편하게 앉아 천장과 바닥을 스크린 삼아 펼쳐지는 미디어아트 영상을 감상하고 있었다.
미디어아트 영상은 ‘백제금동대향로’와 ‘백제 명품, 백제 문양전’을 주제로 1층 로비 공간에서 오전 10시, 11시, 오후 1시, 2시, 3시, 4시, 5시에 10분간 상영한다. 이 로비에서 일반 유물을 전시한 상설전시관으로 갈 수 있지만, 유도된 길을 따라가면 곧장 3층으로 간다. 3층은 백제금동대향로 한 점만을 전시한 공간인 ‘백제금동대향로’ 그리고 ‘향·음(감각체험실)’ ‘향·유’(전망대)로 이뤄졌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관람객은 1층 미디어아트와 3층 전시·체험 공간에서 첨단 기술과 기기를 통해 백제금동대향로의 ‘모든 것을 온전히’ 맛볼 수 있다.
■별도 건물 한 채… 5년 걸려
국립부여박물관의 백제대향로관은 좀 작은 공간이 연상되는 ‘방(房)’이나 ‘실(室)’이 아니라, 별도 건물 한 채로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그래서 이름도 백제대향로관(館)으로 지은 듯했다. 격조 높은 어둠이 깔린 254㎡(77평) 전시공간에 백제금동대향로는 홀로 놓여 있다. 백제금동대향로는 1993년 12월 12일 부여 능산리 절터에서 발굴됐다. 백제 위덕왕(재위 554~598년) 또는 무왕(재위 660~641년) 때 만든 것으로 추정하니, 약 1400년 전 유물이다. 이 향로의 아름다움과 상징성은 필설로 형용하기 어렵다.
현장에서 관람객을 환대하며 해설하는 신나현 국립부여박물관 학예연구사를 만났다. 그에게 설명을 부탁했다. “우리나라 국보 중 국보로 꼽히는 백제금동대향로의 가치와 위상에 걸맞은 전시 공간을 만들기 위해 큰 정성과 노력이 들어갔습니다.” 박물관 공식 보도자료는 “향로의 예술·사상적 의미를 조명하기 위해 5년간 준비 끝에 전용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 백제대향로관은 지상 3층 규모 건물로 조성됐으며, 건물 층위와 공간 구성에는 백제금동대향로 조형 구조가 반영됐다”고 밝혔다.
■정림사지와 낙화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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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내린 낙화암에서 찍은 백마강. 낙화암은 부여 읍내에 있어 쉽게 갈 수 있다. 김성효 선임기자 |
신 학예연구사는 “향로 전시실은 앉는 곳도 만들어 관람객이 집중하고 사유할 수 있게 했다”며 “개관 직후 첫째 주와 둘째 주 관람객 집계를 했는데 겨울인데도 평균 3만 명이 방문했다. 그 이전 평균 방문객 5000여 명과 비교하면 2만5000명이 늘어난 셈”이라고 설명했다. 제대로 된 발상의 전환은 이토록 힘이 셌다.
부산에서도 부산박물관, 국립해양박물관, 부산근현대역사관 등이 기존 관행에 머무르지 않고, 오감으로 체험하고 느끼는 박물관을 지향하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지만 국립박물관들의 이렇듯 과감한 선택과 집중은 임팩트(충격)가 너무 크게 다가왔다. 부산의 분발과 전환이 필요함을 또 한 번 느꼈다. 취재팀은 부여 읍내 한복판 아름다운 유적지 정림사지와 아련한 아름다움을 여전히 간직한 눈 덮인 낙화암에 들른 뒤 부산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