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힘 덕분에 하루 스트레스가 사라질 때가 있고, 그 계절에 맞는 소박한 요리가 지친 심신을 위로할 때가 있다. 타향살이에 지친 자녀는 ’집밥’ 한 술에 코끝이 찡하다. 더위와 폭우에 몸은 처지고 의욕도 한없이 떨어지는 한여름이다. 이럴 때 도움이 될 개성 있는 보양음식을 찾아 나서 봤다.
 |
| ‘미쉐린 가이드 부산 2024’ 셀렉티드 레스토랑에 선정된 율링의 한우 컨템포러리 다이닝의 일부. |
◇ 최고급 한우다이닝+와인
★‘소고기는 언제나 옳다’는 진리를 믿는다면 최고급 한우와 와인 페어링으로 구성된 한우 다이닝으로 나를 위한 한 끼를 ‘선물’해 보는 것도 좋겠다. 최근 ‘미쉐린 가이드 부산 2024’ 셀렉티드 레스토랑에 선정된 율링(해운대구)은 한우 컨템포러리 다이닝의 정수를 보여준다. 율링 대표이자 오너 소믈리에인 박준용 씨는 “컨템포러리다이닝이란 말이 생소할 수 있지만, 한우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쉽다”고 했다.
그는 30년 경력 외식업자이자 와인 전문가이다. 좋은 음식과 술이 함께하는 페어링 문화를 오래전부터 부산지역 다양한 레스토랑을 통해 일궜다.
올해 3주년을 맞은 율링은 한우 중에서도 최고급인 ‘1++ N.9’등급을 쓴다. 미쉐린가이드에 선정된 뒤 외국인 손님도 부쩍 늘었다. 율링은 조화와 조율의 의미를 담고 있다. 10명이 넘는 셰프와 오믈리에가 최적의 음식 페어링을 주기적으로 연구해 선보인다.
오션뷰를 활용해 식사 연출에 극적인 요소를 더한 점도 눈에 띈다. 식사가 시작되면 일제히 매장 내 커튼(막)을 올려 탁 트인 해운대 바다 풍광을 드러내는데, 한 편 공연이 시작하듯 막이 오르는 느낌이다. 분위기 음악 음식과 와인의 온도 모두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 최상의 상태로 제공된다. 식객은 음식 무대를 즐기면 된다.
연극처럼 1막-2막-3막으로 나뉜 코스가 차례로 나온다. 1막에서는 감자와 토마토로 만든 작은 한입 요리(아뮤즈 부쉬)를 시작으로 초당옥수수 스프와 브레사올라(이탈리아 햄)등 단순한 맛에서 짭짤한 맛으로 입맛을 깨우는 요리가 등장한다. “메인 요리를 먹기 전에 짭짤한 맛으로 혀를 단련시키는 의미”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가벼운 질감의 샴페인이 1막을 자축한다.
메인 요리가 등장하는 2막은 한우와 생선이 채운다. 장시간 레드와인에 익힌 한우 스튜와 화이트 양파소스를 곁들인 광어, 한우 숯불구이 4종·육회가 주인공이다. 전문가가 적당한 상태로 구워줘 행여 태울 걱정은 없다. 한우는 ▷쫄깃한 식감과 극강의 고소함을 자랑하는 늑간살 ▷부드러운 채끝등심 ▷프랑스산 캐비어를 곁들인 안심 ▷일본 스키야키처럼 맛을 낸 차돌박이 등이 차례로 나왔다.
한우 풍미를 더욱 끌어올려 줄 레드와인이 공연 클라이맥스를 이뤘다. 3막에서는 약고추장을 곁들인 백진주쌀밥과 경상도식 탕국, 이탈리아식 팥빙수 등으로 마무리한다. 박 대표는 “음식과 와인 페어링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이 음식문화가 부산에서 자리 잡도록 율링에서 다양한 도전을 해볼 계획”이라고 했다.
◇ 밥심 명소 아이파크 구내식당 체험
 |
|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 클럽하우스. 일반에 개방된 장소는 아닌데, 부산 구내식당계 맛집이라는 입소문이 꽤 퍼져 있다. |
★‘집밥’. 단순한 끼니 이상의 소울푸드. 위생 문제 걱정 없이 집에서 안심하고 먹을 수 있고, 나와 가족이 먹는 음식이니 신선한 재료로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다. 마음이 허할수록 생각나는 마성의 힐링푸드. 집밥에는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세 끼 식사를 해결한다고 해도 채울 수 없는 ‘무언가’ 있다. 단순한 레시피나 식당에서 흉내 낼 수 없는 특별함이 집밥엔 있다.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맛과 정성으로 완성된 ‘집밥’은 때론 최고의 보양식이 된다.
모든 집에 깃든 맛과 정성을 상상하면 임의로 한 곳의 집밥만을 고르기도 힘든 실정. 집밥 수준의 맛과 정성으로 입소문 난 축구 부산아이파크 클럽하우스(부산 강서구)로 향했다. 2005년부터 운영 중인 아이파크 클럽하우스는 지역 내에서는 이미 맛과 영양이 인증된 구내식당 맛집이다. 20년 가까이 사무국 직원들과 선수들에게 양질의 ‘집밥’을 제공하며 선수 맞춤형 식단 노하우도 많이 생겼다.
단체생활을 하는 선수들의 특성상 클럽하우스에서 지내며 세 끼를 모두 해결하는 선수들도 있어 이들에겐 ‘집밥’과 다름없다. 다만 일반인의 출입은 제한돼 있어 접근이 어렵다는 건 독자로서 아쉬울 것이다. 하지만 이곳만의 매력을 알려 집밥에 대한 매력도 상기해 보는 시간을 갖길 바라는 마음을 전해본다.
보통 구내식당 반찬이 김치를 포함해 네 가지 정도라면, 이곳은 기본 반찬만 다섯 가지다. 클럽하우스 김이슬 영양사는 “영양가 높은 다양한 식단”이 이곳만의 특징이자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김 영양사는 “선수들의 체력·근력 보강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탄수화물과 단백질 위주의 식단이 제공된다”고 했다.
끼니마다 육류 2종이 배치되는 것도 굉장한 매력이다. 소 돼지 닭 오리 등 다양한 육류 중 두 종류의 고기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다. 고기 옆에 또 고기가 나오니 식객은 행복할 뿐. 여름에는 체력 증진을 위해 곰탕 갈비탕 추어탕 등 다양한 보양식이 함께 나온다. 다만 기름진 음식은 몸에 좋지 않아 튀김류는 메뉴에서 제외한다고. 음식의 간도 맵거나 짜지 않고 부드럽게 맞춘다. 한술 뜬 밥의 찰기와 수분감이 조화로워서 집밥을 먹는 듯 마음이 포근해진다.
◇ 머리가 ‘띵’ 후루룩 시원한 물회
 |
| 2시간 숙성한 회를 중심으로 채소 과일을 듬뿍 써서 낸 만포장회전문점의 물회 한 상. |
★이열치열로 더위를 이긴다는 사람도 많지만, 시원한 보양식을 찾는다면 물회가 제격이다. 회에 여러 양념과 채소를 넣고 버무려 먹는 물회는 지역마다 먹는 방식과 양념이 조금씩 다른데, 기원을 검색하니 어부들이 어선에서 조업하다가 막 비벼서 먹는 ‘어부들의 패스트푸드’라는 표현이 나왔다. 살얼음 가득한 냉수나 육수에 각종 회와 채소를 넣고 후루룩 말아먹는 방식(속초식 물회)과 회와 밥 채소 양념장을 ‘비벼’ 먹는 방식(포항식 물회)으로 크게 나뉜다. 제주는 주로 된장을 풀고 희석한 빙초산을 넣은 자리돔물회를 즐겨 먹는다. 부산에서는 주로 고추장 베이스의 새콤매콤한 소스를 부어 먹는 방식이다.
만포장회전문점(부산 연제구)에서는 광어회를 중심으로 대파 양파 배 사과 과일소스를 듬뿍 넣어 물회를 낸다. 특히 잘게 썬 배와 오이가 푸짐하다. 살짝 얼린 매콤달콤한 과일소스의 감칠맛도 중독성 있다. 2003년부터 20년 넘게 가게를 운영 중인 변순환 대표는 직접 활어차를 사용해 신선한 해산물을 공수해 온다. 이곳에서는 회의 쫀득한 식감과 감칠맛을 살리기 위해 2시간가량 숙성한다. 변 대표는 “이보다 자칫 시간이 오래 경과하면 기름기나 지방이 빠져 횟감은 흐물거리고 맛이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전에는 장마철이나 한여름에 신선도가 생명인 회가 상하는 일도 빈번해 손님들도 횟집 방문을 기피하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수온을 유지하고 물속 노폐물 등을 제거해 깨끗한 상태로 해산물을 보관할 수 있는 수조가 횟집마다 들어서며 이는 옛말이 됐다. 변 대표에 따르면 회는 색이 선명하고 탱탱한 질감이 눈으로도 느껴져야 신선한 것이다.
참고로 여름철엔 농어나 하모(갯장어)가 제철생선에 속한다. 광어 우럭 참돔 등은 사계절 모두 잘 잡혀 언제든 즐길 수 있다. 특히 하모는 기름진 맛이 특징이라 된장에 찍어 먹으면 구수한 풍미를 더 잘 느낄 수 있다. 도다리는 4~5월, 전어는 추석 전후가 가장 맛있다고. 변 대표는 “미디어 등에서는 제철생선을 한발 빠르게 조명하다 보니 가끔 손님들도 그 시기를 맞추느라 제대로 된 맛을 즐기지 못하게 되는 건 아쉽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