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 일자리 만들고 싶었던
- 28살 사장님의 사업 아이템
- 사상시니어클럽 어르신들과
- 빵 굽고 커피 내리며 ‘동고동락’
- 제조음료 레시피 안 지키는 등
- 초창기 세대간 갈등 있었지만
- 지금은 서로 이해하며 성장해가
- “어르신 80명 일자리 조성 목표”
동백베이커리. 옛 유치원 건물을 리모델링해 지난해 11월 부산 사상구 모라동에 문을 연 2층짜리 카페다. 은은한 커피 향, 연말 분위기 풍기는 크리스마스 캐럴과 트리 장식,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까지. 겉보기엔 여느 카페와 다를 바 없지만 여기엔 특별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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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일 부산 사상구 모라동 ‘동백베이커리’에서 임은수 대표(28·앞줄 왼쪽에서 두번째)와 청년·어르신 직원이 함께 일하고 있다. 오미래PD |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아
동백베이커리는 예비사회적기업인 디저트 카페 ‘서양다과제작소’와 노인 일자리 수행기관 ‘사상시니어클럽’이 손을 잡고 만든 세대 융합형 카페다.
세대 융합형 카페는 말 그대로 여러 세대가 어우러져 카페에서 일하는 근무 형태를 말한다.이 카페는 6명의 청년 직원과 30~40명의 어르신 직원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 제빵 자격증을 가진 청년이 빵을 만들면, 어르신이 손님을 맞이하고 음료를 제조한다. 청년들은 어르신들이 하루에 일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을 고려해 일주일에 두 번, 하루에 4시간씩 3교대로 일할 수 있도록 근무 체계를 만들어 뒀다.
동백베이커리 청년 직원은 28세 대표 임은수 씨와 현재 군 복무 중인 공동대표 김성현 씨, 서양다과제작소 직원들로 구성돼 있다. 이 청년들은 사업과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동시에 이루려는 공통된 뜻을 가지고 세대융합 카페를 구상했다.
이들이 처음부터 노인 일자리 문제 해결을 목표로 잡았던 것은 아니다. 처음 이들이 관심을 가진 것은 ‘해외 이주민의 부산 정착’ 문제였다. 임 대표는 “이주민분들에게 디저트 제조법을 가르쳐주고 각 나라의 특성을 담은 새로운 디저트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런 구상을 실천하려고 노력했는데 (이주민들이)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임 대표는 서양다과제작소 운영 당시 경험을 떠올렸다. 수익성이 작거나 일이 힘들다는 이유가 많았다고 한다.
■실현 가능한 목표를 재설정하라
지역사회 문제 해결 과정에서 한계를 느낀 이들이 ‘실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다시 목표를 설정하고자 했다. 그렇게 해서 찾은 문제가 바로 ‘노인 일자리 부족’이었다. 임 대표는 “우리 직원들은 어릴 적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서 자랐다”며 “자식도 모자라 손자까지 돌보느라 친구 만날 시간도 일할 시간도 없는 것이 속상해서 그런 어르신들이 노후에 할 수 있는 일을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목표 설정 계기를 밝혔다.
청년들이 노인 일자리 문제 해결이라는 사업 방향성을 잡은 뒤에는 함께 일할 노인을 찾는 것이 관건이었다. 다행히 이 문제의 열쇠는 임 대표의 멘토가 쥐여줬다. 멘토는 과거 서양다과제작소가 사회적기업 육성 사업에 참여할 당시 운영에 많은 도움을 줬던 은인이다. 사업 초창기 고민을 털어놓은 임 대표에게 멘토가 ‘사상시니어클럽’을 소개해 주면서 동백베이커리는 목표에 성큼 다가갔다.
그저 일자리만 만들어준 것이 아닌 청년과 어르신이 함께 일한다는 낯선 운영 방식. 만만치 않을 것이란 각오를 하고 시작한 세대융합형 사업이었는데, 역시나 순탄한 길은 아니었다. 이들은 사업 초창기 어르신에게 음료 레시피와 손님 응대 방식 등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갈등을 겪었다고 말한다. 임 대표는 “(어르신이) 손님들께 반말하시거나 레시피보다 재료를 덜 넣다가 음료 맛이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1년 전 기억을 더듬었다.
물론 어려움을 느낀 건 청년만이 아니다. 동백베이커리 개업 때부터 쭉 함께한 64세 바리스타 서동환 씨는 카페에서 일하며 마주한 다사다난한 일 가운데 하나를 전했다. 서 씨는 “젊은 손님이 와서 ‘아샷추 한 잔 주세요’ 하는데 메뉴판을 아무리 봐도 그런 메뉴는 없었다”며 “점장님께 물어보니 아샷추는 아이스티에 샷을 추가한 거였다. ‘아바라’ 등 다른 것도 마찬가지로 젊은 분들은 메뉴를 줄여서 얘기해 처음에는 못 알아듣는 게 많았다”고 난처했던 일화를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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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백베이커리(사진 왼쪽)에서 어르신 직원들이 커피를 내리고 있다. 오미래PD |
■서로 배우다, 함께 성장하다
그렇게 1년이 흐른 지금의 동백베이커리는 제법 세대융합이라는 이름에 맞는 카페가 됐다. 시간이 지나 카페 일에 적응한 어르신들은 이제 혼자서 일을 척척 해낸다. 또 밥을 잘 챙겨 먹지 않는 청년들을 위해 김밥이나 반찬을 싸와 쉴 수 있도록 하면서 청년의 수고를 덜어주려 애쓴다. 동백베이커리 점장 김시진 씨는 “손님들에게 하는 사소한 서비스 등 우리가 모르고 놓칠 수도 있는 점을 어른들한테서 많이 배운다”고 세대융합 카페만의 장점을 전했다.
동백베이커리는 어르신들이 방문하기 좋은 카페로 만들고자 아메리카노 한 잔을 2000원에 파는가 하면, 요즘 카페에서는 당연시 되는 ‘1인 1음료 주문 필수’ 규칙도 없앴다.
청년과 노인의 세대 차이 완화, 노인 일자리 창출 등 좋은 취지를 가졌지만 이를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그만한 영업 이익이 따라줘야 할 터. 임 대표는 “F&B라는 제과제빵 HACCP 공장을 만들어 유통업체에 빵을 납품해 동백베이커리 운영에 보태고 있다”고 운영 방식을 설명했다. 임 대표는 이 세대 융합형 카페로 어르신 70~80명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재의 공간에서는 실질적인 한계가 있어 3년 내 다른 구에도 같은 취지의 사업을 마련할 계획이다. 당장 내년의 계획에 대해서는 어르신들과 함께 연매출 1.5~2배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100세 시대에 어르신이 일을 한다는 건 유별난 일이 아니다. 동백베이커리는 청년과 어르신이 ‘함께’, 청년이 ‘직접’ 손을 내밀어 같은 공간에서 일함으로써 평범한 카페를 평범하지 않게 만들었다. 동백베이커리 점장 김시진 씨는 “어르신들은 평생 해 온 일이 아니다 보니 무서워하고 ‘내가 못 하니 네가 해라’는 게 많다. 이제는 ‘내가 배워볼게 같이 하자’로 바뀌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