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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서울에 걸으러 갑니다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23-11-29 19:00:22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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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떠나는 서울 여행 테마가 ‘산책’이라면 조금 의아할지도 모르겠다. 대도시의 매력을 만끽할 만한 콘텐츠가 넘쳐나는 곳에서 일부러 여유를 찾으려는 사람은 드물다. 부산에서 KTX로 2시간40분 정도면 도착해 지리적으로 더 가까운 영호남의 웬만한 고장보다 빠르고 간편하게 갈 수 있는 곳. 촘촘한 지하철과 버스 덕분에 뚜벅이가 여행하기에도 큰 제약이 없다. 기온이 급속히 영하로 떨어지며 계절의 경계를 매섭게 갈랐던 지난 11일 서울행 기차에 탑승했다. 그리고 서울 도심 한가운데서 ‘자연을 벗 삼아’ 산책했다.


# 하늘 아래 가장 가까운 억새군락, 하늘공원

서울 하늘공원을 뒤덮은 억새 군락. 서울에 있는 공원 중 하늘과 가장 가까운 98m 높이에 있어 가까이 가기 전까진 광활한 억새 밭을 상상하기 힘든 요새 같은 곳이다. 연합뉴스
코끝이 시린 이맘때 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곳 중 하나가 억새 군락지다. 알록달록 단풍이 낙엽으로 떨어지며 가을에 안녕을 고하면, 은빛으로 땅을 뒤덮은 억새가 겨울을 향해 손짓한다. 서울의 대표 억새 명소로,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는 하늘공원(마포구)으로 향했다. 서울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공원(98m)이라 이름도 하늘공원이다.

6호선 월드컵경기장 역에서 내려 하늘공원까지 걸어갔다. 월드컵경기장 주변으로는 평화공원 난지천공원 난지한강공원 노을공원 하늘공원 등 5대 공원이 펼쳐져 트레킹 코스로 이곳 공원을 찾는 사람도 많다. 하늘공원은 2002 월드컵을 기념해 난지도 쓰레기매립장을 자연 생태계로 복원한 곳이다. 월드컵경기장에서 보면 난지도 2개 봉우리 중 왼쪽에 있다. 지반 안정화 작업을 거쳐 19만2000여 ㎡(5만8000여 평) 면적에 억새와 순초지 해바라기, 메밀 등을 심었다. 공원은 코로나19가 극심했던 2020, 2021년을 제외하고는 해마다 서울억새축제를 열며 억새 명소로 자리를 굳혔다. 억새뿐만 아니라 북한산 남산 한강 등 서울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억새밭은 하늘공원 정상에 있다. 하늘공원 입구에서도 1㎞ 넘게 올라가야 정상에 닿는다. 이 때문에 정상에 다다르기까지 하늘공원이 광활한 억새밭을 품고 있을 것이라곤 쉽게 상상하지 못한다. 하늘공원 입구에서 정상에 다다르는 방법은 세 가지다. 걷기, 291계단 오르기, 입구에서 맹꽁이전동차(왕복 3000원·사진) 타기.

체력을 좀 더 아끼려면 8명 정도 탑승할 수 있는 맹꽁이 전동차에 오르면 좋다. 시속 20㎞ 느린 속도로 운행해 하늘공원 정상을 향하는 동안 주변 경치를 감상할 여유를 준다. 전동차 맨 뒷자리는 역방향석으로 커플이나 아이들에게 특히 인기 높다. 주말에 방문객이 몰리면 배차시간과 관계없이 인원이 모이는 대로 즉각 출발한다.

지하철역부터 여정을 시작해 첨단 도시 서울의 도심을 관통한 지 20여 분 만에 하늘공원 정상에서 광활한 억새밭과 마주했다. 은빛 물결로 출렁이는 억새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98m 높이에 감춰져 있으니 가까이 오기 전까지는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억새와 마주했을 때 감동을 두 배로 키워줬다.

정사각형 부지의 하늘공원을 걷다 보면 가장자리 전망대에서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을 포함해 북한산 남산 행주산성 등 서울을 한눈에 내다볼 수 있다. 노을에 물든 억새 군락을 보고 싶다면 일몰 시간에 찾으면 된다. 사진 촬영을 염두에 두면, 2시간 정도는 넉넉히 시간을 잡는 게 좋다. 주차는 난지숲공원 유아숲 체험 방면 주차장을 이용하면 가깝다.


# 도심 한 가운데 50만㎡ 서울숲, 아미 성지로

서울 동북부 지역에는 49만6000여 ㎡(15만여 평)의 서울숲(성동구)이 사계절 푸른 공간을 시민에 내어 준다. 서울시의 ‘뚝섬 숲 조성 기본계획’에 따라 2005년 조성된 녹지 공간이다. 시민의 여가 활동 공간을 포함해 꽃사슴이 서식하는 방사장, 아이들은 물론 반려견도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너른 공간이 도심 속 오아시스 역할을 한다. 조성 당시 지름 30~40㎝, 높이 20m 나무만 104종 42만 그루를 심어 숲속에 온 듯한 청량한 분위기가 가득하다.

조성 직후부터 찾는 사람이 많았지만, BTS 팬들의 후원으로 멤버 이름과 노래 가사가 적힌 ‘BTS 벤치’가 곳곳에 조성되면서부터는 ‘아미’(BTS 팬클럽 이름)들의 성지로도 명성이 높아졌다. 팬들은 BTS 벤치 위치도를 공유하며 보물찾기하듯 서울숲을 누빈다. 지난달에는 팬들의 기부로 멤버 제이홉의 이름을 딴 ‘제이홉 숲(사진)’도 연못 인근 조성됐다.

수인분당선역 서울숲역에서 내리면 서울숲이 멀지 않다. 휴일 오전인 데다 영하권 날씨로 몸을 웅크릴 정도로 추웠지만, 서울숲은 오전부터 피크닉을 온 가족과 아이들 웃음소리로 여기저기 활기가 돌았다. 이곳은 크게 ▷문화예술공원 ▷생태숲 ▷체험학습원 ▷습지생태원으로 나눠 돌아보면 좋다.

성동구 서울숲 내 거울연못. 물에 반영된 나무들 주위로 너른 숲이 펼쳐진다. 김미주 기자
서울숲 메인 공간인 문화예술공원은 반려견들도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광장과 조각공원, 은행나무숲 메타세쿼이아길 등 다양한 수목의 향연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거울연못에서는 늘어선 나무들이 얕은 물에 반영돼 한 폭 풍경화 속에 들어온 듯 신비롭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활용한 조형물은 서울숲에서 인기 있는 포토스폿이다. 가끔 서울숲에 거주 중인 고양이들이 유유히 지나가면, 사람들은 홀린 듯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꽃사슴 방사장이 있는 생태숲은 숲과 숲을 연결한 횡단보도를 2번 정도 건너야 닿는다.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소음이 제한돼 조용한 숲속 분위기다.

꽃사슴이 보이면 발걸음은 더 조심스러워진다. 이날 꽃사슴들은 풀을 먹는 아기 사슴 한 마리 외에는 모두 한가롭게 휴일의 늦잠을 즐기고 있었다. 숲에서 늦잠을 즐기는 꽃사슴들의 모습이 디즈니 영화처럼 귀여워 한참을 바라봤다. 서울숲에서는 인라인스케이트와 자전거 등도 자유롭게 탈 수 있지만, 이곳에서만큼은 바퀴를 최대한 조용히 굴리며 지나가야 한다.

보행교를 통해 조용히 사슴 방사장을 지나쳐 숲의 끝으로 가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울창한 가지를 늘어트린 초록빛 수양버들과 녹색 습지에 잠시 계절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한강과 성수대교가 들어오고, 오른쪽으로 돌리면 초록 수양버들과 꽃사슴의 한가로운 휴일이 펼쳐진다.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활기찬 서울숲을 관통했다. 서울숲 입구에는 어느새 아기자기한 팝업스토어가 늘어섰다. 다시 서울 도심 한가운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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