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3대 번화가’ 전통적 상권 지고
- 부산대역~래미안 장전 새 핫플 부상
- 5년새 50곳 새로 문 열어 발길 북적
- 오래된 주택가 속 감성 카페·음식점
- 개성 살린 콘셉트로 가게마다 줄 서
- 상인회·지도 등 지속시킬 동력 필요
“부대 앞에서 보자.” 부산 사람이 아니라면 ‘웬 부대? 군부대?’라고 물어볼 지도 모르겠다. ‘부대’는 ‘부산대’를 줄여 부르는 말. 왕년에 서면 남포동과 함께 부산 3대 번화가로 명성을 떨치던 시절엔 먹고 마시고 쇼핑하려는 사람들로 ‘떠밀려’ 움직여야 했던 큰 상권이다. ‘왕년에’라는 표현을 쓴 건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는 의미. 지갑 얇은 학생들에게 넉넉한 인심으로 장사하던 가성비 맛집도, 유행에 민감했던 옷집 골목도 개성 없는 프랜차이즈, 휴대전화 대리점 등으로 대체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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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금정구 부산대 앞에 새롭게 뜨고 있는 카페거리의 모습. 주택을 개조한 카페들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김영훈 기자 |
과거의 영광은 비싼 임대료만 남기고, 대기업 체인점과 빈 점포만 늘리는 걸림돌이 되어버렸다. 이 때문에 싼 임대료를 찾아 주택가까지 파고든 가게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는데, 감각적인 가게들이 모이면서 새로운 핫 플레이스를 만들어 가는 모습이다. 초창기 전포카페거리(부산 부산진구)를 떠올리게 한다. 부대 앞 상권지도가 바뀌고 있다.
■ 전통 상권 메인거리 곳곳에 붙은 ‘임대’
건물과 건물 사이에도 알뜰하게 매장을 끼워 넣었던 부대 앞에서 이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단어는 바로 ‘임대’다. 2001년 부산에서 세 번째로 문을 열었던 스타벅스 부산대점(서면, 해운대점과 함께 하루 터울로 사흘 새 연달아 문을 열었다)마저 지난 2월 철수했고, 목 좋은 코너 자리 이 건물은 반년 가까이 공실 상태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상업용 임대동향조사 보고서를 보면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부대 앞 공실률은 소규모 상가가 12.1%, 중대형 상가가 25.9%로 부산 평균(소규모 5.1%, 중대형 15.5%)을 크게 웃돈다. 부산 주요 상권 20곳 가운데 남포동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
부대 앞 상권은 200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인 침체기에 들어갔다. 그 이유는 복합적이다. 도시철도 4호선이 뚫리면서 환승역이 있는 동래 명륜1번가로 만남의 장소가 옮겨갔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쇼핑 트렌드가 바뀐 점도 작용했다. 주 타깃층인 학생, 젊은 직장인의 상권 이탈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2020년 코로나19로 인근 학생들마저 원격수업으로 발길을 멈추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 감성·개성 가득 주택 개조 카페골목 ‘부리단길’
침체 일로를 걷던 부대 앞에 최근 몇 년 새 힙한 카페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위치는 부산대역과 래미안 장전아파트 사이 오래된 주택가. 단층 또는 2층짜리 주택의 담을 허물고, 마당을 가꾸고, 외관을 꾸며 감성 가득한 카페로 변신시켰다. 오래되고 조용한 주택가의 정취와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묘하게 섞이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카메라 셔터를 부르는 풍경이다. 다른 번화가와 별반 다르지 않은 기존 부대 상권을 기억하는 이라면 ‘부대 앞에 이런 곳이 생겼어?’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올 듯하다.
가장 먼저 이곳에 터를 잡은 가게는 브라우니 맛집 ‘비윤(BYOON)’ 카페. 동네 토박이 윤지성(39) 에이에이 대표가 5년 전 문을 열었다. 그는 “충분히 매력 있는 동네라 생각하고 들어왔다. 이후 골목이 조금씩 변하는 모습에서 커피거리로 성장 가능성을 봤다”며 “다른 콘셉트의 카페들을 직접 추가 오픈하고 ‘부리단길(부산대+○리단길)’ 이름을 붙여 홍보하고 있다. 최근 문을 연 카페 ‘도희(道熙·사진)’는 드립커피 전문점인데, 종류별로 하루 한 판씩만 굽는 케이크가 맛있다”고 자랑했다.
에그타르트 카페 ‘에타리(Etalee)’는 이 동네 대표 맛집.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고소하고 달달한 냄새가 후각을 자극한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에그 필링이 가득해 맛과 식감 모두 만족시킨다. 부산교대점(본점)과 광안점도 운영하고 있다. 일찌감치 이곳에 문을 연 카페 ‘dd(different days)’도 라이트 로스팅을 전문으로 하는 브루잉, 핸드드립 카페로 입소문 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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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에서부터 카페 몬트커피, 카페민, dd의 외관. 각 카페 인스타그램 |
무더운 여름을 맞아 빙수 카페도 제철을 맞았다. 서빙고와 버즈멜로우가 발길을 끈다. 기본에 충실한 서빙고는 직접 삶은 팥을 푸짐하게 올려주는데, 매장에서 먹으면 수제 팥을 무한리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층 기와 주택을 개조한 버즈멜로우 카페는 앤틱한 인테리어가 여름날의 운치를 더한다. 여름 메뉴인 빙수뿐만 아니라 디저트도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골목을 돌아 들어가면 수제푸딩으로 유명한 ‘모모후’가 있다. 이름처럼 아기자기한 일본풍 소품이 독특하다. 탱글탱글한 푸딩의 부드러운 식감과 풍부한 풍미가 매력적. 녹차 실타래 빙수, 눈꽃빙수도 푸딩과 함께 내어준다.
부리단길은 래미안 장전아파트가 바로 보이는 큰 골목을 기준으로 부산대 방향에는 카페가, 부산대역 방향에는 음식점이 많다. 5년 차에 접어든 쌀국수전문점 ‘포맨티코’는 부리단길을 대표하는 식당. ‘프랑스에 있는 쌀국수 식당’을 콘셉트로 꾸몄다고 한다. 출입문과 의자 등 소품은 프랑스에서 직접 가져온 것. 분위기 못지 않게 맛도 사람을 줄 서게 하는 포인트다. 강지모(46) 포맨티코 사장은 ‘매일 먹어도 맛있다’고 자부한다. 이웃하는 식당 웍헤이, 설어정도 부리단길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일등 공신들이다.
■ 임대료 상승·방문객 유입 한계는 고민
높아지는 인기만큼 고민도 있다. 다른 지역의 확 떠오른 신생 상권이 그러했듯 임대료의 급격한 상승이다. 최근 5년 새 이 일대 새롭게 문을 연 가게만 해도 50여 개. 주택의 경우 월 임대료는 150만 원이던 것이 250만 원으로 올랐다. 임대료가 많이 떨어진 메인 상권과 상반된다. 서진부동산 최윤태 공인중개사는 “부대 앞 메인 거리는 월 임대료를 많이 낮췄다. 이제는 권리금도 없다”며 “아직은 부리단길 주택 임대료가 더 싸긴 한데, 월 임대료가 오르면서 초기 인테리어 비용에 대한 부담이 늘어나긴 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상권이 커지면서 새로운 수요층을 유입시키는 일도 시급하다. 특히 요즘 경기 침체로 매출이 줄면서 절감한다고 했다. 윤 대표는 “카페가 점차 늘면서 기존 유동 인구에만 기대어선 임대료 감당하기도 어려워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 5년간 새로운 가게가 들고나는 모습을 많이 봤다. 버티기 쉽지 않다”며 “인근 학생이나 주민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사람도 찾아오는, 지속 가능한 거리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이 온전히 관리하며 바쁘게 운영하는 업장들이라 상인회 조직도 쉽지 않다. 부리단길 지도나 이정표를 만드는 일, 어두운 주택가 밤거리를 밝히는 일 등은 개별 업장이 해결하기 힘든 일이고, 지자체인 금정구에 요청하려고 해도 목소리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다른 한 가게 주인은 “이제 겨우 힙플레이스의 외형을 갖춰가고 있는데 성장하고 확장시킬 동력이 부족하다”며 “지역을 살리고 관광상품으로 키우기도 전에 상권이 무너지지 않을지 걱정이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