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의도 국회도서관 유일한 분관
- 고유기능 너머 공공도서관 역할도
- 단행본 기준 장서 약 23만 권 보유
- 확 트인 자료실 등 공간 활용 눈길
- 주중 700명 주말 1500명 북적
- 주민 위한 복합문화공간 지향
이번에 알았다. 대한민국 국회도서관은 부산에서 71년 전 ‘태어났다’. 6·25 전쟁 때인 1952년 2월 20일, 당시 피란 수도 부산에 있었던 경남도청의 무덕전에 ‘국회도서실’이 개설됐다. 이것이 국회도서관의 출발이다. 지난해 3월 국회부산도서관이 강서구 명지동, 낙동강 곁 너른 터에 신축 개관했을 때 ‘70년 만의 귀환’이라는 표현이 나왔던 근거다. 이 도서관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있는 국회도서관(본관)의 유일한 분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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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일 부산 강서구 명지국제1로에 자리한 국회부산도서관을 찾은 정광모(왼쪽) 소설가와 정치학자 조광수 박사가 1층 종합자료실에서 책과 시설을 살피고 있다. 책과 도서관에 애정이 큰 두 사람은 서부산의 새 문화공간을 꼼꼼히 살폈다. 김영훈 기자 hoonkeem@kookje.co.kr |
개관 1주년을 갓 넘긴 국회부산도서관이 궁금했다. 다녀와 본 사람은 “정말 잘 지어놓았다” “서부산권에 모처럼 들어선 국가 차원의 문화공간”이라는 평을 내놓았다. 지난 3일 정치학자 조광수 박사(전 영산대 교수), 정광모 소설가와 함께 부산 사하구 하단 방면에서 ‘을숙도 지나 낙동강 건너’ 강서구 명지국제1로에 자리한 국회부산도서관으로 갔다. 도서관으로서 특성과 이 그 이름이 선사하는 고유한 분위기를 고려할 때 두 사람은 함께 이곳을 돌아보고 요모조모 이야기하기 좋은 상대라 판단해 이렇게 ‘취재팀’을 구성했다.
정광모 작가는 장편소설 4권, 단편소설집 4권을 펴냈다. 평소 읽은 책을 바탕으로 쓴 독서 에세이 ‘작가의 드론 독서’도 4권이나 냈다. 부산 소설단에서 엄청나게 읽고 엄청나게 쓰는 작가로 잘 알려진 ‘도서관 친화형 인간’인 그는 2004~2008년 조성래 국회의원(비례대표)의 선임보좌관이 돼 국회에서 일하기도 했다. 조광수 박사는 정치사상사를 연구해 국립대만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아나키즘학회 학회장을 지냈으며 고전부터 현대 중국에 이르기까지 정치와 사상을 중심으로 공부·독서 영역이 폭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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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부산도서관의 보존서고 내부. 층고가 높고, 2층과 3층에 걸쳐 국내 도서관 최초로 16단 복층형 서가를 도입했다. 학위논문과 단행본을 최대 350만 책(권) 수용할 수 있다. |
■ ‘국민’ 위한 최신 공간·설비 가득정정화 기획관리과장이 환대하고, 우혜정 주무관이 안내해 주었다. 대한민국 국회라는 이름을 내건 최신 대형 도서관답게 엄청난 장점이 잇달아 눈에 들어왔다. 공간 디자인에서 탁월한 개방감을 느꼈다. 탁 트인 1층 로비에는 여행서와 각종 편의 기기·공간이 놓였다. 1층에서 가장 넓은 종합자료실은 문학·역사·철학·종교가 촘촘히 꽂혀 친근했다. 1층에는 컴퓨터를 쓸 수 있는 PC열람석부터, DVD열람석, 오디오열람석, 영상편집석 같은 멀티미디어 공간이 다채롭게 자리 잡았다.
장애인이나 거동이 취약한 이용자의 편의를 위한 노력도 선명했다. 1층의 장애인열람석에는 책을 갖다 넣으면 화면에 큰 글씨로 띄워주는 전자독서확대기, 점자프린터, 점자도서 컬렉션과 큰글씨책, 휠체어 이동을 고려한 공간 디자인이 당당하게 자리했다. 2층 대면낭독실에 들어서니 시각장애인이 책을 좀 더 편하게 접하도록 책 내용을 음성으로 변환해 읽어주는 기기가 있다. 1층 어린이 자료실은 어린이의 이용 공간과 영유아·부모를 위한 공간을 분리해 놓았다.
1층과 2층 어디 가나 빈자리를 찾기 힘들 만큼 이용자가 빼곡히 앉아 공부하거나 독서삼매에 빠진 광경이 인상 깊었다. 조광수 박사는 “가는 곳마다 노·장·청 세대가 고루 책 보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특히 은퇴한 분들이 많아 보여 좋게 생각했다. 이 또한 우리 사회의 한 모습이다”고 말했다. 2층의 느낌도 강렬했다. 먼저 의회자료실! 정광모 작가는 “국회도서관은 국회 또는 지방의정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이곳은 국회부산도서관의 정체성·본질과 직접 연결된 곳”이라며 깊은 관심을 보였다.
■ 국회도서관 고유 기능 눈길 |
| 2층의 의회자료실은 국회부산도서관의 특징과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 |
의회자료실에는 법령이나 각 분야 전문자료가 비치돼 있다. 요미우리·르몽드·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환구시보도 실물로 구독한다. 2층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제자료실은 전문성 있는 여러 분야 양서가 유혹했다. 이 도서관이 낙동강을 낀 점에 착안해 만든 생태학 큐레이션 서가에는 동물·새·식물·생태에 관한 귀한 책이 빛나고 있다. 정광모 작가는 의회자료실에서, 조광수 박사는 생태학 큐레이션 서가에서 좀체 나올 줄 몰랐다.
주제자료실에는 집중열람석도 많이 배치했다. 한 사람만 앉을 수 있는 독립성 강한 열람석이다. 우혜정 주무관은 “집중열람석 등은 도서관 문을 열자마자 이용자들이 ‘오픈런’을 할 만큼 인기가 높다”고 귀띔했다. 3층에서 2층에 걸쳐 있는 보존서가는 통제된 곳이지만, 이날 취재팀에게 입장이 허가됐다. 전동으로 움직이는 16단 서가에 모두 350만 책(권)을 넣을 수 있는데 현재 약 168만 책(채움율 48%)이 있다. 이곳에는 각종 학위논문 등이 방대하게 소장돼 있다. 이는 서울 국회도서관 본관의 고유 기능을 부산의 분관이 나눠 맡고 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보존서고의 기능은 조선 시대 조선왕조실록을 분산 보관한 사고(史庫)의 기능을 떠올리니 더 잘 이해됐다. 사이버안전센터도 빼놓을 수 없었다. 국회의 중요 정보자산을 백업·보존하는 시설이다. 서울 국회의 중요 정보·자료가 천재지변이나 해킹 등으로 훼손된다 해도 이곳 부산 분관의 사이버안전센터의 정보자원으로 복구할 수 있다.
■ 복합문화공간 지향…아쉬운 접근성 |
| 주제자료실 안에 마련된 ‘특화자료코너:생태학’ 서가. |
우혜정 주무관은 “열람실에는 단행본 기준 약 23만 책, 학위논문은 약 153만 책을 현재 소장하고 있다. 국회부산도서관은 지역사회·시민·주민과 함께 가기 위해 노력한다. 서울의 국회도서관 본관은 책을 대출하지는 않고 도서관 내부에서만 열람할 수 있다. 부산 분관의 경우 부산·울산·경남 주민은 회원가입을 통해 책을 대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층에 있는, 바깥 경치가 잘 보이는 영상세미나실에서 한 달에 한 번 문화행사를 여는 것도 ‘주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는’ 차원의 기획이다. 정광모 작가는 “의회 민주주의를 접하는 공간과 어린이 등 미래세대를 위한 노력이 잘 어우러진 느낌”이라고 평했다.
이 도서관은 현재 주중 600~700명, 주말 약 1500명이 이용한다. 취재를 갔던 날도 이용객은 많았다. 그러나 여기서 이 최신 대형 국가 도서관의 ‘약점’인 접근성 문제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부산의 서쪽 끝이자, 낙동강에 둘러싸인 강서구 명지동 한쪽에 있다 보니 오가기가 쉽지 않다. 주위에 명지신도시 아파트가 많이 들어섰고 근처에 에코델타시티가 조성되면 이용 현황은 또 달라지겠지만, 현재로는 대중교통이 극히 제한돼 자가용 자동차 없이 다니기가 확실히 어려웠다.
이날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곳을 찾은 조광수 박사는 “도시철도 1호선 하단역에 내려 마을버스나 시내버스를 타야 했는데 배차간격이 꽤 길어 고생스러웠다. 자가운전이 아니라면 대중교통 정보를 사전에 파악하고 이용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매주 화요일 휴관. 평일 오전 9시~오후 9시까지 이용할 수 있으며 2층 자료실은 오후 6시까지. 주말은 오후 5시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