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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마다 일본 역사와 자연…“같이 걸을까요” 새 우정도 피었다

돗토리현서 열린 ‘2023 아시아 워킹 페스타’ 걷고싶은부산 등 도보여행족 참가기

  • 오광수 기자 inmin@kookje.co.kr
  •  |   입력 : 2023-06-07 19:12:11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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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라요시 대표 여행지 ‘시라카베 도조군’

- 흰색 벽에 붉은 기와 얹은 전통 건축물 거리 펼쳐져
- 갤러리 찻집 상점 들어섰지만 시간은 근대에 멈춘 듯

# 우츠부키산 아래 다마가와 상점거리

- 지금은 사라진 과거 영주가 살았던 성 아래 영지 조성
- 빨리 걷는다며 다가온 야마다 씨와 천천히 여정 마무리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열린 2023 아시아 워킹 페스타(AWF) 참석차 (사)걷고싶은부산 등 한국걷는길연합(한길연, KTA) 회원들과 함께 일본 돗토리(鳥取)현 구라요시(倉吉) 등지를 찾았다. 돗토리는 2015년 10월 아시아 걷기축제인 ‘아시아 트레일즈 콘퍼런스(ATC)’를 두 번째로 열었던 곳. 이듬해 10월에는 ATC의 글로벌 확장판인 ‘월드 트레일즈 콘퍼런스(WTC)’도 개최했다. 그런 만큼 구라요시를 비롯한 돗토리현은 ‘워킹 리조트’로 유명하다. 돗토리현의 관광자원을 활용한 걷기 여행 코스도 속속 개발됐다. 해안을 따라 16㎞ 이어진 일본 최대 규모 모래언덕, 일본 100대 명산으로 꼽히는 다이센(해발 1709m), 재첩이 자라는 구라요시 유리하마의 도고 호수와 주변의 온천 등이 그것이다.

이번 구라요시 아시아 워킹 페스타는 제22회 산인(SUN-IN) 미라이(未來) 워킹 행사를 겸해 치러졌다. 걷기 행사는 지난 3, 4일 이틀간 열렸다. 코스는 3㎞, 5㎞, 10㎞, 20㎞, 35㎞ 등으로 다양하게 마련됐다.
2023 아시아 워킹 페스타의 걷기 행사 첫날인 지난 3일 참가자들이 일본 돗토리현 구라요시 시내 오가모강 인근 구간을 걷고 있다.
■ 근대문화유산들과의 만남

걷기 행사의 집결지는 ‘돗토리 20세기 배(梨) 기념관’ 광장이다. 기자가 속한 10㎞ 코스 참가자들은 오전 10시30분 출발했다.

아담한 집들이 이어진 도시의 하천을 따라간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보행 구간이다. 이어 오가모강. 강(江)이라기보다는 하천(川)이다. 주택가 길을 걷는다. 수국과 복숭아나무, 사철나무가 뚜벅이들을 반긴다.

덴진강(天神川)으로 접어든다. 계속 강둑을 따라 걷는 길이다. 구라요시 교육지원센터 인근을 지난다. 201번 호쿠에이 방면 도로 교각을 지나면 다시 강변길이다. 반환점에서 스탬프를 찍고 구라요시 보건센터 앞을 지난다. 오가모강 이와기 다리 서쪽으로 좌회전해 다리를 건너면 다시 강둑길이다.

산미요리 다리에서 강변길로 연결하는 모양새가 재미있다. 강둑에서 강변으로 향하는 비탈길이 곧장 이어지지 않는다. U자 두 개를 거꾸로 이어 붙인 듯한 연결 구간이다. 질러가기보다는 두루 돌아가라는 뜻인 듯하다.

3쵸메(3丁目) 쪽 다리를 지나 둑길로 접어들자 곧 주택가 방향 왼쪽으로 꺾는다. 구라요시 경찰서 우츠부키 파출소 앞 횡단보도를 건넌다. 눈앞에 우츠부키산(打吹山)이 보인다. 당일 걷기 일정이 막바지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다.
구라요시의 대표 여행지인 시라카베 도조군.
이어 그 유명한 시라카베 도조군(白壁土藏郡) 거리. 구라요시 여행지 중 대표 격이다. 지명이 유래된 곳이기도 하다. 흰색 벽에 붉은 기와를 얹은 목조 건물(아카 가와라)이 들어서 있다. 이 일대는 에도 시대(1603∼1867) 말부터 메이지 시대(1868∼1912)에 걸쳐 조성됐다. 다마가와 하천에 늘어선 전통 건축물 지구다. 대부분 건물은 간장과 술(사케)을 만들거나 만들었던 양조장이다. 지금은 갤러리와 찻집, 상점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시간은 근대의 공간에 멈춰서 있는 듯하다.

시라카베 도조군에서 집결지를 향하던 중 한 표지판을 만난다. ‘오오에 이와시로(大江 磐代, 1744∼1813)의 탄생지’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철제 그네 뒤편으로 옛집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오오에 이와시로는 고카쿠 천황의 생모이자, 메이지 천황의 고조모이다.

NTT 서일본 건물 맞은편으로 도로를 건넌다. 구라요시역 방면으로 걷다 보니 어느덧 집결지다. 행사 관계자들이 스탬프를 찍어주며 ‘명함’ 같은 것을 건네는데, 알고 보니 ‘완보증’이다.
유리하마의 도고 호수.
■ 장구 배우는 길동무 동행

이틀째 걷기 행사. 집결지를 떠나 우츠부키산(打吹山) 쪽으로 향한다. 이 산은 구라요시의 상징이나 다름없다. 지금은 없어져 표지석만 남았지만, 우츠부키산에는 중세 시대에 영주가 사는 성(城, 우츠부키성)이 있었다. 영주의 성 아래쪽에는 영지가 있기 마련. 시라카베 도조군을 비롯한 지금의 우츠부키 다마가와 상점거리가 그것이다. 우츠부키산 아래에는 구라요시 시청과 구라요시 박물관, 민속자료관, 돗토리현 가정법원 등 행정기관이 몰려 있다. 우추부키산이 지니는 상징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계속 우츠부키산 옆으로 걷는 길이다. 천리교 구라요시 분교회의 맞은편은 구라요시 북(北) 시청사이다. 이어 구라요시 시청, 민속자료관, 구라요시 박물관, 신겐소지 소학교를 지난다. 구라요시 피규어 박물관 쪽에서 왼쪽으로 꺾어 하세데라지(長谷寺) 방향으로 걷는다.

하세데라지는 우츠부키성(城)의 성주 이케 다가의 묘소가 있는 곳. 천태종의 고찰이다. 하세데라지 앞을 지나 우츠부키산을 끼고 계속 걷는다. 우구이스 다리 아래를 지나 312번 도로를 따라간다. 오가모강 다리를 건너기 직전 왼쪽으로 꺾는다.
우츠부키 다마가와 상점거리.
오가모강을 오른쪽으로 끼고 걷는 길. 둑길이다. 길을 재촉하는데, 뒤에서 누군가 말을 건넨다. “일본 사람들은 천천히 걷는데 비해서 한국 사람들은 너무 빨리 걸어.” 대충 이런 말이다. ‘어라? 유유자적하면 바로 우리인데?’라고 생각하는데, 한국어 발음이 어색하다. 일본인이다. 이름은 야마다 도시오. 나이는 물어보지 않았다. 적어도 예순은 훨씬 넘긴 얼굴. 구라요시에 사는데 한국어를 깨우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의 사물놀이도 배우고 있다. 야마다 씨는 장구를 친다. 실력이 괜찮은 편이라는 의미다. 장구를 배우려고 서울을 방문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는 부산도 찾은 적이 있다. 산성막걸리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한국 음악 중 트로트를 좋아한다고 했다. 역시.

야마다 씨와 함께 ‘천천히’ 걷기로 했다. 구라요시 양호학교를 지나 오가모강 동교(東橋) 쪽 오른쪽으로 꺾어 강을 건넌 뒤 강을 왼쪽으로 끼고 좌회전. 약 400m 직진한 뒤 오른쪽으로 꺾는다. 모내기가 한창인 논 사이를 지난다.

501번 도로 부근 주택가. 수령이 40, 50년 돼 보이는 벚나무들이 늘어선 길이다. 벚나무 사잇길 화단에는 꽃이 만발해 있다. 오래된 벚나무들이 만들어 놓은 그늘이 시원하다.

시민문화회관(산산 플라자 구라요시)에서 오른쪽으로 꺾는다. 미사사(三朝) 방향 312번 도로다. 오가모강의 지류의 강변길을 걷다가 가와하라조(河原町) 표지석을 지나자마자 오른쪽으로 접어든다. 옛 구라요시 정수 펌프장(1931년 건립)과 노지마(野島)병원을 지나면 전날 찾은 시라카베 도조군이다. 이렇게 10㎞의 걷기 여정이 또 마무리됐다.

일본 돗토리 구라요시=글·사진 오광수 기자 inmi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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