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별종 가족’의 아름다운 해산

제임스 건 감독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 조재휘 영화평론가
  •  |   입력 : 2023-05-10 18:51:47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만약 연극의 1막에서 총을 보여주었다면, 2막이나 3막에서는 반드시 총은 발사되어야 한다. 쏘지 않을 것이라면 과감하게 없애버려야 한다.’(극작가 안톤 체호프)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 한 장면. ‘가오갤’ 시리즈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보여준다.
‘체호프의 총’(Chekhov’s gun)이라는 개념이 있다. 극을 풀어나가면서 등장한 장치가 있다면 그것은 반드시 기능적이어야 하며 어떤 식으로든 복선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요지의 말이다. 만약 연극 무대의 배경에 총이 걸려있다면 어느 순간 쓰일 것을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장식으로만 보여줄 뿐 정작 사용하는 장면이 없다면, 그 총을 등장시키기 위해 쓰인 노력과 각본의 분량은 쓸모없는 것이 되고 만다.

무의미한 설정의 난립은 이야기의 구성을 헐겁고 산만하게 만들 따름이다. 그러므로 장치는 신중하게 설정되어야 하며 반드시 회수되어야 한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2023)는 체호프의 총에 대한 모범적이고도 재기발랄한 응답이다. 제임스 건 감독은 여러 자루의 총을 진열대에 늘어다 놓고는 빠짐없이 챙겨가며 쏴 갈기는데, 겨냥한 표적을 모조리 명중시키는 명사수의 스토리텔링을 신기(神技)에 가깝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014)로 시작한 이야기의 최종장을 장식한다.

이 영화의 각본은 팀을 이룬 가지각색 인물들의 개별적인 서사에 일일이 적절한 완결성을 부여하면서도, 동시에 메인 플롯의 큰 줄기를 이탈하지 않고 하나로 응집되도록 하고자 하는, 그러면서도 특유의 유머와 키치한 분위기를 잃지 않으려 한 고심의 산물이다. 복선을 회수하는 방법의 한 가지 작은 예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2017)의 쿠키 영상으로 등장을 예고한 인조인간 아담 워록은 별도의 우주복이나 호흡장치 없이 우주 공간을 유영하는데, 그의 특성은 나중에 다른 멤버들이 손쓰지 못하는 스타로드의 위기를 구하는 장치로 역전된다.

강제 수술로 개조된 흔적을 간간이 보여주며 암시되었던 라쿤 로켓의 과거사는 이번 영화에 와서 서사의 중심으로 떠오르는데 습격으로 중상을 입은 로켓의 상황은 가족이나 다름없는 멤버들에게 행동의 동기가 되고, 회상의 형식으로 그가 겪었던 사건의 전모를 드러내 악역 하이 에볼루셔너리와의 대결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멤버들은 늘 티격태격하지만 개인 차이를 인정하면서 내심 서로의 안위를 깊이 걱정하는 유대감으로 연결된 대안가족이지만,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자신의 지배와 구상을 벗어난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지독한 독재자의 전형이다. 안타고니스트(antagonist)는 주인공(protagonist)과 반대되는 성격을 부각해 대비를 이루게 한다는 극작이론의 기본은 영화의 주제와도 맞물리며 엄격히 지켜진다.

우주 해적으로 방랑의 삶을 살지만, 시리즈 내내 1970·80년대 팝 음악을 귀에 달고 살며 고향 지구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던 스타로드, 마초적인 외형에 걸맞은 괴력을 선보이지만 본래는 부성애 넘치는 아버지 드랙스, 복수 이외에는 삶의 목적이 없었던 네뷸라, 소심하지만 독립된 개인으로 살고 싶었던 맨티스 등, 저마다 다른 결여를 안고 있는 팀의 구성원은 모험의 결과로 그에 적합한 보상을 안으며 정체성을 회복(또는 획득)하고 각자의 길로 나아가게 된다.

‘가족의 탄생’으로 막을 열었던 스페이스 오페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지만 때가 되었기에 떠나야 하는 ’가족의 해산‘으로 막을 내리는 셈이다. 멈추어야 할 때를 놓치지 않고 적절히 마침표를 찍는, 이처럼 아름다운 마무리는 실로 귀하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3. 3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4. 4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5. 5“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6. 6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7. 7“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8. 8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9. 9행사 한창인데 벡스코 정전…전력관리체계 도마(종합)
  10. 10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1. 1“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2. 2“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3. 3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4. 4李 비판 유시민에 김민석 “대응 불필요”
  5. 5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6. 6대한항공 말흐리기…실체없는 통합LCC 부산 허브
  7. 7국민의힘 곽규택 의원 등 동구 주요 당직자, 북항 돔구장 정부 공모 참여 환영
  8. 8[뉴스 분석] 종교인·언론사주가 국회 권위 훼손…도덕성 논란까지
  9. 9李 대통령 지지율 2%p 오른 46%…조희대 탄핵 반대 45%
  10. 10부울경 광역의회 협력강화 선언 “미래산업 함께 육성”
  1. 1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2. 2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3. 3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4. 4행사 한창인데 벡스코 정전…전력관리체계 도마(종합)
  5. 5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6. 6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7조 역대 최대…반도체로만 106조(종합)
  7. 7롯데, 영도대교 복원 인연 축제로 잇는다
  8. 8AI드론으로 참치 찾는 선박 부산 출항
  9. 9‘덕후 천국’ 부산에 떴다…롯데百 전국 첫 IP 전문관
  10. 10가계대출 금리 5% 턱밑…고정형 주담대 사상 첫 5% 뚫어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3. 3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4. 4“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5. 5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6. 6본사 비대위·퇴직자, 지광 고소…실질경영자에 ‘체불 책임’ 추궁
  7. 7기말고사에 EBS 유사 문항, 처음 아니었다
  8. 8“대화 거부한 건 대주주…당당하면 왜 국회서 소명 안 했나”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30일
  10. 10착취 당한 男 장애인 구조해도…부산엔 임시거처조차 없다
  1. 1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2. 2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3. 3“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4. 4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5. 5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6. 6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7. 7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8. 8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9. 9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10. 10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돔? 재건축? 미래가치 따져야” “전문가 주도적 역할 부여를”
부산 야구장 미래는
선수 공간까지 체험하는 돔투어…야구 테마 복합문화시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