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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실습생 반복되는 비극…“버티고 있는 소희들에 위로가 됐으면”

영화 ‘다음 소희’ 배두나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3-02-08 19:39:40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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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콜센터 여고생 사건 모티브
- 극단선택 진실 찾는 형사 연기
- “또 경찰? 직업만 같은 인물들
- 울분 터져서 연기하며 많이 울어
- 같은 고통 겪는 이들 덜 아프길”

“이 영화가 (어려운) 현실을 버티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 2014년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초청작 ‘도희야’서 처음 호흡을 맞췄던 정주리 감독과 8년 만에 영화 ‘다음 소희’(개봉 8일)에서 작업한 배두나의 말이다. 배두나와 정 감독은 ‘다음 소희’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영화 ‘다음 소희’에서 자살한 소희 사건을 맡은 형사 오유진 역의 배두나. ‘도희야’에 이어 정주리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을 맞춘 영화로, 2017년 전주 콜센터 사건을 배경으로 했다.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지난해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초청받으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다음 소희’는 2017년 1월, 전북 전주에서 대기업 통신회사의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갔던 고등학생이 3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이 사건은 콜센터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극심한 감정노동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후에도 다양한 일터로 현장실습을 나간 고등학생이 겪는 고통은 계속됐고, 정 감독은 이에 주목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두나는 “정 감독님이 너무 오랜만에 시나리오를 줬는데, ‘우리 감독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칸에서 주목받은 데뷔작 ‘도희야’ 이후 쉬운 길을 갈 수 있었을텐데 이후에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이 멋있고 믿음직스러웠다. 그리고 그 대본을 나에게 보냈다는 것에 감동을 받았다”며 우리 사회의 부조리나 약자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정 감독에게 신뢰와 공감을 보냈다.

‘다음 소희’는 당찬 열여덟 고등학생 소희가 현장실습에 나가면서 겪게 되는 사건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 그리고 소희의 죽음을 조사하던 형사 유진이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강렬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실제 전주 콜센터 사건을 그린 전반부는 소희 역을 맡은 김시은이, 감독의 상상으로 만든 후반부는 유진 역을 맡은 배두나가 극을 이끈다. 마치 다른 장르 두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인 영화 구조에 대해 배두나는 “이런 구조가 신선해서 좋았다. 다른 영화라면 제가 유명하니까 먼저 나오고 사건을 파헤치면서 플래시백으로 소희가 나오는 구성을 택했을 것이다. 그런데 유진은 소희의 인생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그냥 따라가다가 소희의 진짜 이야기를 알게 되는 부분이 있다”며 후반부에 소희가 겪었을 아픔을 따라가면서 여운을 남기는 구조를 마음에 들어 했다.

영화 ‘다음 소희’ 스틸컷.
배두나가 연기한 부분은 창작한 부분이긴 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을 터. 하지만 그녀는 “실화이지만 처음부터 ‘이것은 영화다. 다큐가 아니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에서 어디까지가 실제인지 모른다. 고정관념을 갖지 않기 위해 일부러 그때 사건을 다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도 안 봤다”며 “부담스러웠던 지점이 있다면 이 영화는 관객과 같이 호흡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과 유진이 소희가 일하던 콜센터와 학교에 가서 보고 들으면서 하는 리액션이 관객을 대변한다는 생각이었다”고 연기를 하면서 어린 소희의 아픔을 직면할 때 느꼈던 안타까움을 전했다.

관객에게 자신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해 배두나는 이전 영화나 드라마와는 다른 결의 연기를 했다. 그녀는 “연기할 때 제가 느끼는 것을 조금 덜 표현해서 관객이 찾아 느낄 수 있도록 여백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다음 소희’에서는 소희와 관계된 콜센터 임원이나 교사, 교육청 장학사 등의 사람들에게 질문을 하고 대답을 듣는데 막막하고 화가 나서 힘들었다. 그래서 많이 울기도 했다. 진짜 화가 나거나 울분이 터지는 것을 관객이 똑같이 느낄 것이라고 생각해서 절제하지 않고 솔직하게 연기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우린 ‘다음 소희’에서 오랜만에 배두나의 날 것 연기를 볼 수 있고, 함께 분노하고 슬퍼할 수 있다. 더불어 소희 역을 맡은 신예 김시은에 대해서는 “김시은 배우의 장면을 모니터링했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 처음 영화를 찍는데도 카메라 앞에서 참 자유롭고 당차게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했다. 그 친구의 연기를 보고 이 영화가 정말 잘 되고 재미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후배 배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배두나는 데뷔 이후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왔는데, 최근 들어 유독 형사 역을 자주 맡고 있다. 영화 ‘도희야’, ‘브로커’, 드라마 ‘비밀의 숲’에 이어 ‘다음 소희’로 네 번째 형사가 됐다. 그녀는 “형사라는 직업에 큰 의미를 두거나 다르게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차피 다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라며 형사는 자신이 연기하는 서로 다른 인물의 직업일 뿐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예를 들어 ‘다음 소희’의 유진도 정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형사라는 직업을 가진 인물을 통해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전 ‘브로커’의 형사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배두나는 ‘다음 소희’를 촬영하며 자신의 10대와 20대를 반추했음을 밝혔다. 그녀는 “저는 학창 시절 아주 심한 건 아니지만 학교가 학생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학교가 학생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또 20대 때를 생각하면 막연히 막막했고, 자신을 몰아붙이는 삶을 보냈다. 제가 거친 그 시절을 지금 겪고 있을 젊은 사람들이 그때의 저보다 덜 아팠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리고 “소희 같은 일을 당하고, 버티는 사람들을 위해서 우리 영화 자체가 응원이 되길 바란다. 작은 움직임이라도 낼 수 있게 그들 편에 서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고 강조했다. 정 감독과 배두나를 비롯한 ‘다음 소희’ 제작진의 진정성이 관객들에게 잘 스몄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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