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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때 도로, 300년 전 원주민 오솔길…대만 역사 속을 거닐다

타이완 대표 트레킹 코스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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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우통 고양이마을 부근서 금자비로 출발
- 비 내리는 숲 속의 돌계단 오르막길 운치
- 서북부 산기슭 마을 잇는 ‘라크누스 셀루’
- 녹나무 자연 속 문화유적 만날 수 있는 곳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열린 2022 아시아 트레일즈 콘퍼런스(ATC) 참여차 (사)걷고싶은부산 외 한국의 7개 트레일 단체와 함께 타이완(臺灣)의 타이베이(臺北) 등지를 다녀왔다. 걷기 축제의 메인 코스는 북타이완의 단란(淡蘭) 국립 그린웨이. 이는 두 코스로 나뉜다. 하나는 허우통의 고양이 마을 부근에서 시작하는 금자 비석(金字碑) 옛길(古道). 또 다른 하나는 타이완 최북단 도시 지롱(基隆)의 놘놘(暖暖)에서 출발하는 코스이다. 둘은 푸롱(福隆)의 차오링(草嶺) 옛길(古道)과 연결된다. 지난 4일에는 금자비(金字碑) 옛길과 차오링 옛길의 일부 구간을 걸었다. 18세기 무렵 단란 산길은 타이완 북부에서 산을 넘어 동부로 진입하는 공식 경로였다. 이 길을 수많은 민족 군대 선교사들 금광의 광부와 상인들이 오갔다. 현재 트레일 코스로 가꿔진 구간은 총연장 270㎞에 이른다. 이밖에 ‘라크누스 셀루(樟之細路)’ 역시 타이완의 대표적인 트레일 코스 중 하나. 라크누스 셀루는 타이완 최초의 트레일 코스이자 음식문화 체험 코스이다.
타이베이 다퉁구(大同區)의 디화 옛 거리(迪化老街). 단수이강(淡水河)을 따라 최초의 타이베이 항구가 열렸던 까닭에 근대 서양의 건축양식과 중국식이 섞인, 독특한 건물이 많다. 오광수 기자 inmin@kookje.co.kr
■ 허우통 금자비(金字碑) 옛길

지난 4일 이른 아침부터 걷기 채비를 하는데, 내리는 비가 심상치 않았다. 타이베이에 도착한 뒤 거의 매일 비가 내렸지만, 이날은 강수량이 많았다. 그럼에도 일행을 태운 버스는 출발했다. 트레일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우산과 우비 차림으로 사람들이 모인 곳은 고양이마을 부근 허우통 관광안내소. 허우통은 산의 동굴에 원숭이가 많았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바로 옆으로 흐르는 지롱강은 내린 비로 물살이 거셌다. 마침내 출발. 다리를 건너 금자비(金字碑) 옛길 안내판을 따라 오른다. 길은 거의 오르막길. 산길의 정상부에 이르기까지 1시간30분 정도 걸렸다. 원래 1시간 거리인데 중간에 자주 쉬어 간 탓이다. 길은 주로 돌판과 돌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옛날 사암으로 돌계단을 쌓아 길을 냈는데, 폭이 1.8m 된다. 비를 맞으면서 올랐지만, 길의 운치는 그만이다. 돌계단에는 녹색 이끼가 잔뜩 끼어 있고, 그 곁으로 고사리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안개도 고즈넉하게 앉았다.

금자비 옛길은 청나라 때 단란 공식 도로 가운데 유일하게 남아있는 구간이다. 100여 년 전 청나라의 장군이 이 길을 넘어 순찰했고, 캐나다 출신 선교사 조지 레슬리 맥케이(George Leslie Mackay) 박사가 이란(宜蘭)에서 선교와 의료활동을 위해 이 길을 택했다. 길의 정상부에 닫기 전 금자비가 세워져 있다. 1867년 타이완 군대를 통솔하던 류밍덩(劉明燈)이 이곳을 지나면서 경치에 감탄해 비석에 시문을 새겨 넣고 금박을 씌웠다고 한다.

■ 원주민의 길, 라크누스 셀루

2022 아시아 트레일즈 콘퍼런스(ATC) 참여자들이 북타이완의 단란(淡蘭) 국립 그린웨이 중 금자비(金字碑) 옛길(古道)을 걷고 있다.
타이완 서북부 산기슭 마을 곳곳을 잇는 ‘라크누스 셀루’는 원주민이 녹나무를 부르던 이름이다. 하카어로는 ‘오솔길’이라고 한다. 원주민이 300년 이상 사냥을 하기 위해 다녔던 길이다. 이주해온 한족이 개척한 길이기도 하다. 라크누스 셀루는 타이베이 남쪽 타오위엔(桃園) 신주(新竹) 마오리(苗栗) 타이중(臺中) 등 4개 도시를 넘나드는 220㎞의 주 노선과 160㎞의 지선으로 구성돼 있다. 옛 산길과 농로 교역로 도로와 한 몸이다. 이 길을 통해 마을과 마을이 연결되고 부족과 산업의 변화가 일어났다.

라크노스 셀루의 대표적인 옛길을 살펴보면 먼저 꽌시(關西)를 들 수 있다. 꽌시는 물자가 풍부하고 토지가 비옥한 까닭에 선인초(仙草) 생산지로 유명하다. 타이완 전국 생산량의 80%를 차지한다. 이 마을에는 옛 거리(라오제), 전통가옥과 일본식 기숙사, 옛 다리, 성당 등 문화유산이 많다. 다음은 뚜난 옛길(渡南 古道)이다. 뚜난 옛길은 사람과 물자가 오갔던 중요한 길로, 자원봉사자들이 2018 년부터 힘을 모아 라크누스 셀루에서 처음으로 복원했다. 라크노수 셀루에는 ‘타이완이 사랑하는 선교사’ 맥케이 박사의 유적지도 있다. 맥케이 박사는 19세기에 타이완으로 건너와 스탄 지역에서 열 차례 이상 의료와 선교활동을 했다. 그는 당시 용안 나무 아래에서 주민들의 충치를 뽑아줬다. 주민들은 그를 기려 치아를 뽑는 모습의 조형물을 세웠다.


# 담배공장·양조장이 공연장으로…골목마다 근대건축물 자태 뽐내

■ 타이베이 100년 도심 여행

화산1914 문화창의산업공원(華山1914 文化創意産業園區). 1914년 설립된 양조장이 있던 곳이다.
타이완에도 ‘여행의 자유’가 되돌아왔다.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지난 뒤다. 그래서 ‘자유’를 만끽할 겸 타이베이 골목길을 걸었다. 타이베이에는 시간여행을 할 근대 서양풍 건물이 많다. ‘도시재생’으로 거듭난 것이다. 알고 보면 더 많이 볼 수 있는, 그곳으로 가보자.

먼저 근대 건물이 많은 디화 옛 거리(迪化老街)다. 타이베이 다퉁구(大同區)의 이곳 옆에는 깊고 넓은 단수이강(淡水河)이 흐른다. 덕분에 최초의 타이베이 근대 항구가 열렸다. 무역의 중심지이던 디화는 타이베이에서 가장 먼저 번화가가 됐다. 1915년 세워진 장로교 교회가 있는 이유이다. 근대 서양의 건축양식과 중국식이 섞인, 독특한 건물들도 이런 연유로 들어섰다. 디화 거리 점포들의 가장 큰 특징은 좁고 깊고 길다는 것. 앞쪽은 점포용으로, 뒤쪽은 공장이나 창고 용도로 쓰였고 오밀조밀한 테라스가 들어섰다. 현재 건물의 외관은 그대로다. 오래된 제과점과 철물점, 버섯가게, 화랑, 약재상 등이 디화 거리에 들어서 있다.

다음은 쑹산문화창의공원(松山文創園區). 담배 공장이 있던 자리에 세워진, 문화적 랜드마크다. 담배 공장의 원래 이름은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제가 중국으로부터 할양받은 땅에 1911년 세운 마츠야마(松山). 타이완 근대산업 건축물의 선구적 사례에 해당한다. 타이베이 시(市)정부는 2001년 이 담배공장을 도시의 99번째 문화유산지구로 지정, 해당 지구를 리모델링했다. 현재 타이베이시 문화기금재단에서 위탁운영하며 창의적인 다양한 전시와 공연을 하고 있다. 쑹산문화창의공원이 일반에 공식적으로 개방된 것은 2011년이다.

화산1914 문화창의산업공원(華山1914 文化創意産業園區)은 1914년 설립된 양조장이 있던 곳. 당시 해당 양조장은 타이완 최대 규모의 주류 공장 가운데 하나였다. 맥주와 레드와인, 과일주, 청주 등을 만들었다. 양조장의 기능이 멈춘 것은 1987년. 1997년 대만의 한 극단이 방치돼 있던 이곳을 공연장으로 활용하면서 눈길을 모았다. 예술공간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 우여곡절 끝에 1999년 문화예술특구로 지정된 데 이어 2002년 정부의 도시재생사업에 따라 재차 탈바꿈하는 과정을 거쳤다. 화산1914 문화창의산업공원이 지금 모습이 된 것은 2005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치면서부터다. 2007년부터 타이완문화발전기금회가 이 공원을 관리하면서 문화예술 중심지 중 하나가 됐다. 현재 레스토랑과 카페, 아트샵, 영화관, 전시관 등이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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