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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휘의 시네필] ‘탑 건 : 매버릭(2022)’ 속편 제작까지 36년…그렇게 역사는 이어진다

  • 조재휘 영화평론가
  •  |   입력 : 2022-07-20 19:26:27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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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탑 건’(1986)은 ‘브랫 팩(Brat pack)’ 청춘 스타의 대표 주자였던 톰 크루즈를 오늘날의 위상으로 끌어올린 시발점이었다. ‘전장의 우정’(1979)이나 ‘사관과 신사’(1982) 같이 청년 군인의 로맨스를 다룬 당대 멜로드라마의 유행에 ‘최후의 카운트다운’(1980)의 항공촬영 테크닉을 결합한 이 영화는 반항아가 책임감 있는 성인이자 영웅으로 변모하는 성장 스토리, 로맨스, 미 해군 항공대의 지원에 힘입은 공중전의 스펙터클, 감각적인 영상과 사운드트랙으로 할리우드 액션 활극의 한 전형을 완성했다.

조셉 코신스키 감독의 ‘탑건 : 매버릭’ 영화 스틸컷. 롯데엔터테이먼트 제공
‘탑 건 : 매버릭’(2022)은 ‘탑 건‘의 정당한 계승작이다. 컴퓨터 그래픽의 범람으로 사라져가는 아날로그 항공전 액션의 실감이 주는 박력도 이 영화의 매력이겠지만, 진정 감동적인 건 토니 스콧 감독이 살아있었다면 만들었을 영화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탑 건’의 오프닝 크레딧을 고스란히 재현하는데서 전조가 드러나듯, 조셉 코신스키는 토니 스콧이 선호한 촬영 기법, 필요 이상의 군더더기를 질질 끌지 않고 속도감 있게 밀어붙이는 스토리텔링을 꼭꼭 씹어 소화하고는, 마치 세상을 떠난 그의 유지를 이어받은 분신처럼 이 영화를 만든 듯하다.

한 편으로 완결성을 갖추어 더 이상 군더더기를 덧붙일 수 없는 이야기의 후일담을 만드는 건 난감한 일이었을 것이다. ‘탑 건 : 매버릭’은 전편의 서사에 역사성을 부여하며 이 과제를 훌륭히 해결한다. 여전히 현역 파일럿의 자리를 고집하지만 완연한 세월의 흔적을 지우지 못하는 매버릭, 제독까지 승진했지만 병마와 싸우고 있는 동료 아이스맨의 노쇠한 모습 등, 속편 제작이 성사되기까지 걸린 36년의 시간은 극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전편과 유사한 분위기와 상황, 대사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건 더 이상 혈기 방장한 청춘의 흥분과 승리가 아닌, 생애의 황혼을 바라보며 다음 세대에게 일선을 내어주고 물러나야 하는 퇴역과 세대교체의 드라마인 것이다.

‘어 퓨 굿 맨’(1992) ‘컬러 오브 머니’(1986) 등에서 반복되었던 아버지 세대의 그늘을 벗어나고자 발버둥 치는 청년이라는 톰 크루즈 초기 경력의 드라마적 모티브는 이젠 세대가 바뀌면서 구도가 뒤집힌 채 재현된다. 이젠 매버릭 자신이 아버지 세대가 되었고, 전작에서 사고로 잃은 동료 구스의 아들인 루스터와의 관계가 극 중 첨예한 긴장을 이루며 한 축이 된다.

여기서 영화가 또 다른 레퍼런스로 삼고 참고한 건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1977)이다. 명중률이 낮은 표적을 목표로 한 소수 정예의 위험한 작전이라는 설정, 조준장치가 고장나자 감을 믿고 쏴버리는 게 명중하는 장면 등은 영락없는 데스스타 전투 시퀀스의 변주로 보인다. 결정적인 건 아버지의 전우가 멘토가 되어 가르침을 주는 인물 간의 관계구도이다. 달리 보면 ‘탑 건 : 매버릭’은 ‘철이 덜 든 오비완 케노비’ 매버릭이 ‘반항적인 루크 스카이워커’ 루스터를 이끌어주는 스승과 제자, 또는 유사부자 관계에 대한 영화이기도 한 것이다.

노병은 마지막 불꽃을 불사르고는 마침내 시대의 무대에서 퇴장한다. 다음 세대는 전임자의 바통을 이어받고 그렇게 역사는 이어진다. ‘탑 건 : 매버릭’은 블록버스터 영화 한 편을 넘어, 한 시대와 작별을 고하는 고별사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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