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에는 ‘1편보다 나은 속편 없다’는 속설이 있다. 속편은 전편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부담감과 욕심 때문에, 혹은 반대로 전편의 후광만 기대하기 때문에 대체로 혹평을 받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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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범죄도시2’ 스틸 컷. |
하지만 그 말도 이젠 옛말이 되는 것 같다. 시행착오를 겪던 제작사들이 이제 속편에 더욱 노력과 정성을 기울여 형보다 나은 아우들을 많이 제작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또 눈높이가 높아진 관객들의 관람 수준도 청출어람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올해 흥행한 영화들만 봐도 알 수 있다. 국내 박스오피스 1, 2, 3위를 차지한 ‘범죄도시2’,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탑건: 매버릭’을 비롯해 10위권 안의 영화들 중 9위의 ‘브로커’를 제외한 9편이 속편이거나 시리즈 영화다.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도 ‘탑건: 매버릭’, ‘닥터 스트레인지’,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등 속편이 1, 2, 3위를 차지했으며, 8위의 ‘언차티드’를 제외하면 10위 안의 영화가 모두 속편이거나 시리즈물이다. 소위 ‘속편 영화 전성시대’라고 해도 될 만한 흐름이다.
이처럼 속편 영화가 많이 제작되고 흥행이 되는 이유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최근 영화 제작비가 크게 늘어나고 있고, 팬데믹 이후 흥행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새로운 창작 영화보다는 흥행에 성공한 작품의 속편을 제작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보는 것이다.
관객 입장에서도 영화관 나들이가 급격히 줄어든 요즘 확실히 재미있는 영화를 선택하게 되는데, 이미 재미있게 본 캐릭터가 등장하고, 이야기의 연속성을 지니고 있는 속편에 눈길이 먼저 가게 되는 것이다. ‘범죄도시2’의 경우 마동석이 연기한 괴물형사 마석도의 호쾌한 액션을 기대한 관객들의 요구를 제대로 충족시켜주며 팬데믹 이후 첫 1000만 영화를 기록한 것이 그 예다.
팬데믹 시대에 어떤 영화든 관객이 보러 오면 다행이라는 분위기 속에서 우려되는 대목도 있다. 창작자들의 의욕 저하와 영화의 다양성 문제가 대표적이다. 새로운 이야기와 새로운 시도도 줄어들게 되면서 창작자들은 안전한 이야기만 쓰게 될 것이고, 블록버스터들 사이에서 독립영화나 예술영화의 자리는 더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은 쉽게 할 수 있다.
이런 우려 속에서도 속편 전성시대는 하반기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국내 박스오피스 역대 1위를 기록한 ‘명량’의 속편 ‘한산: 용의 출현’이 오는 27일 개봉하고, 마블 영화 ‘블랙 팬서’의 후속작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가 11월, ‘아바타’ 후속작 ‘아바타: 물의 길’이 12월 개봉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