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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움츠림 후 ‘여행 기지개’…가까운 전남부터 시작할까

봄날의 전남 여행

  •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
  •  |   입력 : 2022-04-27 19:27:53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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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굵은 추천 코스

# 정돈된 광활함, 순천만국가정원

- 내년 10년만의 박람회 준비 한창

# 보성, 백제고찰의 향기

- 녹차밭 본 뒤 대원사 꽃길 걷기

# 고흥, 우주말고도 역사·문화

- 분청사기와 조정래를 만나다

# 무조건 예쁜 여수 거문도

- 등대 올라 바다 풍경에 ‘흠뻑’

순천만국가정원.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 제공
2년 넘게 코로나19가 일상을 쥐고 흔들었다. 눈치 보지 않고 마음 편하게 여행 한 번 가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이 달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사람들은 이제 일상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다. 그동안 억눌렸던 여행 수요도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있다. 따뜻한 봄날, 당장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데 투입되는 비용과 시간 등 부담은 줄이고 싶다. 부산 울산 경남을 벗어나 택한 곳은 전남이다. 경남과 가까운 전남 순천을 시작으로 보성 고흥 여수 거문도까지 발길이 닿는 대로 1박2일 일정으로 여행을 떠났다.
순천만국가정원의 계절별 풍경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 제공
■10년 만의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오랜만에 찾은 순천만국가정원은 더 풍성해진 느낌이었다. 2013년 국제정원박람회 이후 더욱 울창해진 수목이 여행자를 반겼다. 완연한 봄 날씨에 민들레 꽃씨가 정원을 뒤덮었고, 10년 넘게 자란 수목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지친 여행자의 땀을 식혔다. 순천만국가정원은 내년 4~10월 10년 만에 열리는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준비로도 분주했다. 내년 박람회에는 정원의 재단장뿐만 아니라 ‘한반도 분화구정원’ ‘AIPH(국제원예생산자협회)미래정원’ ‘식물원’ 등 3대 킬러 콘텐츠가 마련된다.

정원 내 동천변 저류지공원에 조성되는 한반도 분화구정원은 남북평화와 통일의 염원을 담아 백두산 천지와 한라산 백록담을 실제 크기의 200분의 1로 축소해 만들어진다. 정원의 동원에 마련되는 AIPH미래정원은 일반적인 정원과 다르게 지상에서 지하로 이동하며 관람하는 형태의 실내 이색 체험 정원이다. 영상 AI 메타버스 등을 활용해 현실 세계와 가상공간이 어우러진 미디어정원과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 예술의 심미적 효과를 동시에 선사하는 아쿠아정원으로 구성돼 있다. 식물원도 지하~지상~공중으로 이어지는 입체 동선을 통해 ▷꽃향기 정원 ▷새소리 정원 ▷생명의 폭포 ▷로컬푸르츠 정원 등 여러 가지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순천만국가정원은 내년 1월부터 박람회 개최 전까지 준비 등의 이유로 일시적으로 문을 닫는다. 봄날을 맞아 달라진 순천만국가정원을 돌아봤으니, 내년 박람회 때 순천만국가정원을 방문해 비교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백제고찰 대원사 내에 조성된 보성 녹차 시배지.
■녹차와 불교… 백제고찰 대원사

전남 보성하면 녹차가 떠오른다. 단순히 녹차밭을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녹차와 접목된 관광지가 없을까 고민했다. 그렇게 해서 찾은 곳이 보성군 문덕면 죽산리에 위치한 백제고찰 대원사였다. 보성군 모후로 대원삼거리에서 죽산길로 빠져서 대원사로 올라가는 6㎞ 정도 길은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죽산천을 따라 벚나무가 줄지어 서 있었다. 벚꽃이 모두 지고 나뭇잎만 남았지만, 이 경치도 좋았다. 벚꽃이 피었을 때 왔으면 더 황홀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가히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오를 만한 길이다.

대원사 입구에는 대원사 티베트박물관이 있었고, 안쪽에서 대원사 극락전과 보성 고차수 군락지 등을 차례로 볼 수 있었다. 2001년 개관한 티베트박물관은 대원사의 주지인 현장 스님이 1987년부터 티베트불교 달라이라마 등과 인연을 맺으면서 모은 불상 경전 만다라 등을 전시한다. 이곳에서 깨달음의 세계를 예술로 표현한 만다라를 볼 수 있었는데, 2003년 6명의 티베트 스님이 일주일간 기도를 하면서 만든 ‘하늘 만다라’도 전시돼 있었다. 이외에도 화려한 모습의 티베트불교 불상도 감상했다.

대원사 극락전에서는 보물로 지정된 관음보살과 달마대사 벽화를 구경한 뒤 보성녹차의 시배지를 둘러봤다.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350년이 넘은 녹차 나무였다. 보통 녹차밭에서는 무릎 높이의 나무들로 빼곡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녹차나무는 보통 성인의 키만큼 자랐다. 오랜 세월을 지낸 녹차나무에서 엄숙함마저 느낄 수 있었다. 대원사 곳곳에는 빨간 모자를 쓴 동자승이 서 있는데, 이는 낙태나 유산 등으로 숨을 거둔 아기의 영혼을 상징하는 조형물이다. 대원사는 매년 두 차례 태아령을 천도하기 위한 백일기도를 올린다.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곁들여 녹차뿐만 아니라 불교의 여러 콘텐츠를 누렸다.

■고흥의 역사와 문학

서둘러 전남 고흥으로 발길을 옮겼다. 고흥은 나로우주센터로 잘 알려진 곳이다. 지난해 10월 이곳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된 누리호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했다. 더미 위성이 계획한 궤도 위에 안착하지는 못했지만, 우리가 세계 일곱 번째로 실용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국가로 발돋움했다.

우주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근거지가 되기 이전의 고흥이 궁금했다.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찾은 곳은 고흥분청문화박물관이었다. 이곳은 고흥의 역사 소개뿐만 아니라 고흥 운대리 일대 분청사기 가마터에서 출토된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또 고흥의 대표 설화를 체험형 콘텐츠를 통해 전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분청사기였다. 분청사기는 조선시대 때 자기 중 하나인데 청자에 흰색 흙을 발라 다시 구워낸 것이다. 고려시대 청자나 조선시대 백자와는 확연히 다른 오묘한 색을 띠었다. 분청사기를 만든 가마터를 눈으로 볼 수 있었고, 마치 실제 발굴 현장에 온 것처럼 가마터에서 분청사기를 삽과 붓 등으로 발굴할 수도 있었다.

박물관 바로 옆에 조종현 조정래 김초혜 가족문학관이 있다. 고흥 출신인 고 조종현 선생은 시조시인이자 승려 독립운동가다. 아들은 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으로 유명한 조정래 작가이고, 며느리는 시 ‘어머니’ 등으로 유명한 김초혜 시인이다. 이곳에서 한국문학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예술인 2대의 삶과 문학, 그리고 가족 이야기를 엿볼 수 있었다. 여러 전시품 중에 조정래 작가가 초고를 직접 고친 과정을 볼 수 있는 자료도 있어 문학관의 생동감을 더했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의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거문도 등대 내 정자.
■자연이 준 선물, 거문도와 백도

1박 2일 일정의 마지막 날, 고흥 녹동항에서 여수 거문도로 향했다. 삼도해운의 웨스트그린호를 타면 1시간20분 만에 거문도에 내릴 수 있었다. 거문도는 서도 동도 고도로 나누어져 있는데, 모두 다리로 이어져 있어 택시 등을 타고 이동할 수 있었다. 거문도는 어딜 가더라도 깨끗한 자연환경으로 관광객을 반겼다. 해변마다 바닷물이 깨끗해 물고기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거문도에서 처음 간 곳은 거문도 등대다. 거문도 등대는 1905년 준공돼 국내 두 번째이자 남해안에서는 최초로 불을 밝힌 등대다. 등대로 가는 길은 동백터널로 이뤄져 산뜻한 공기를 마시며 20~30분 가볍게 산책하기 좋다. 2, 3월 방문하면 동백꽃을 볼 수 있다. 꽃이 지고 찾은 게 아쉬웠다. 거문도 등대 옆에 마련된 정자에 오르니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의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특히 이곳에서는 ‘환상의 섬’ ‘신비의 섬’ 등으로 불리는 백도의 모습을 어렴풋이 감상할 수 있었다. 백도는 상백도와 하백도를 포함해 39개의 무인군도로 이뤄진 국가지정명승이다. 백도는 멀리서 보면 섬이 희게 보인다고 백도라고 부르기도 하고, 섬의 봉우리가 100개에서 하나가 모자라 일백 백(百)자에서 한 일(一)자를 하나 빼 ‘백(白)도’라고 부르기도 한다.

먼발치에서 백도를 보고 난 뒤 가까이서 보고 싶은 마음에 백도를 구경할 수 있는 유람선을 탔다. 가까이서 본 백도는 천혜의 비경을 자랑했다. 왕관바위 매바위 형제바위 촛대바위 석불바위 등 가는 곳곳마다 볼거리가 풍부했다. 또 이곳에서 우리나라 영토의 끝임을 알리는 태극기도 볼 수 있었다. 거문도와 백도를 하루 만에 보고 돌아가긴 아쉬웠지만, 다음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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