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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해녀 회장님 타박 받으며 버둥대길 2시간…어, 망사리가 채워지네

부산, 삶 그리고 사람들- 기장 해녀와 바다에 뛰어들다

(망사리 : 채취 해산물을 담는 그물망)

  •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
  •  |   입력 : 2021-11-24 19:26:25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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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바다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부산의 바다는 무궁무진하다. 중요한 과거 현재 미래의 자원이다. 이곳이 삶의 터전인 사람들이 있다. 바다와 한 몸처럼 살아가는 해녀(海女)가 대표적이다. 현재 부산에는 약 800명이 바다를 누비고 있다. 기자는 부산 기장 앞바다에서 ‘일일 해녀’가 돼 그들의 삶 속에 뛰어들었다. 바다와 공존하며 살아가는 해녀의 풍경을 날 것 그대로 스케치한다.
   
지난 19일 부산 기장군 일광면 문동해녀들이 물질을 마치고 뭍으로 올라오고 있다.

# “똥은 싸면 안된다!!”

- 옷 입는 단계부터 시작된 호랑이 회장님 불호령
- 나, 괜찮겠지?

   
기장군 일광면 문동마을 해녀들은 오전 7시 30분 바다로 ‘출근’한다. 날씨와 파도만 좋으면 토요일 일요일도 없이 물질에 나선다. 마을을 찾은 지난 19일 오전 6시 30분. 문동해녀회 임덕이(74) 회장과 함께 물에서 입는 고무옷(잠수복)을 빌리러 김연자(68) 부회장의 집부터 들렀다.

“고무옷은 찢어진다. 살살 당겨 입어라. 납(허리벨트)이 7kg 넘는데 차고 걸을 수나 있겠나?”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도움을 받아 검은색 고무옷에 겨우 몸을 끼워넣었지만 허리에 두를 납을 들어 올릴 때는 예상을 뛰어넘는 무게에 그야말로 휘청했다. 김 부회장이 기자에게 멀미약과 물을 건넸다. “처음 바다에 들어가면 속이 울렁거릴 수 있으니 먹어 둬.” 물은 바다에서 화장실이 가고 싶어질까 먹지 않겠다 하니 마셔두란다. “소변은 눠도 괜찮아. 똥은 싸면 안 된다!”
   
기자(왼쪽)와 임덕이 해녀회장이 바닷속에서 잡은 해산물을 보여주고 있다.
‘문동어촌계 전복 양식장입니다.’ 입수 지점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 오리발을 끼는 기자에게 임 회장이 풀 한 줌을 건넸다. “쑥으로 물안경을 닦으면 습이 안 차고 물속에서 잘 보여.” 임 회장은 52년째 쓴다는 납을 허리에 찼다. 왼쪽 다리를 다쳐, 낡아서 헤진 오리발 한 짝만 오른발에 꼈다. 해녀 8명을 따라 물속에 발을 내디뎠다. 10도를 밑도는 초겨울 바다였지만 춥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 “용왕님이 다 지켜준다”

- 짠물 마시며 허우적대다보니 전복 소라 물고기 조금씩 보여
- 해녀들 숨비소리도 익숙해지네

   
그러나 기대와 설레임이 두려움으로 바뀌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난생처음 발이 닿지 않는 아득한 바닷 속을 마주하자 그제야 바다가 무섭다는 실감이 났다. 스티로폼으로 만든 주황색 테왁을 부둥켜 안아보지만 파도가 일렁이면 이내 바닷물은 거침없이 입속으로 밀려왔다. “꼴깍. 윽!” 혀가 마비될 것처럼 짰다. 물에 가라앉을까 두려워 본능적으로 바위만 있으면 발로 딛고 기대서려는 기자에게 임 회장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니가 풀 밟아서 다 죽인다. 발을 딛지 말고 물속에서 다리를 살살 저어!”

앞장서 가던 임 회장은 연신 물속으로 허리를 굽혔다 세우며 순식간에 전복, 소라를 건져 보여줬다. 그에겐 물질이 앉았다 일어서는 것처럼 쉽게만 보였다. 숨을 참고 물속에 고개를 넣었다. 바위틈에 소라가 보였지만 막상 잡으려 손을 뻗으면 엉뚱한 곳을 집다 숨이 차 빈손으로 올라오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그 사이 바닷물로 배를 채웠다.

   
문동해녀들이 이날 잡은 해산물을 저울에 달고 나누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건 앙장구. 이제 한창 철이지. 일본에 비싸게 수출하는 거야.” 노란 알을 보여줬다. “자 이쪽 바다도 봐야지.” 임 회장이 기자의 망사리를 당겼다. 뭍에서 멀어질수록 두려움도 커졌다. 파도가 치면 몸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렁였다. 애걸복걸이 절로 나왔다. “회, 회, 회장님. 저 죽을 거 같아요. 더는 못 가겠어요.” 임 회장이 혀를 찼다. “니나 내나 먹고 살기 참 힘들다. 그래도 해봐야 용기가 나지. 용왕님이 다 지켜준다. 그라니 58년 암 탈 없이 물질했지.”

물질을 시작한 지 두 시간쯤 되니 물속에 있는 게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전복 소라 성게 이름을 알 수 없는 작은 물고기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고둥을 잡아 망사리에 넣는 재미가 쏠쏠했다. 호오이~ 호오이~. 해녀들의 숨비소리도 새소리처럼 들렸다.

물질을 시작한 지 4시간이 지난 11시 30분쯤 해녀들과 함께 뭍으로 나왔다. 해녀들은 망사리를 털어 한데 모았다. 이날 잡은 전복 30㎏ 소라 60㎏가량을 저울에 재서 공평하게 나눴다. 공동생산 공동분배. 해녀 문화가 공동체 문화라 불리는 이유 중 하나다. 해녀들은 각자의 수레에 해산물을 싣고 집으로 향했다.


# “바다? 통장없는 은행이지”

- 58년 물질 인생 좇았던 하루
- ‘욕심 내지 말고 딱 내 숨만큼만’…이 말의 의미 알게 돼

   
김 부회장 집에 따라가 뜨거운 물에 샤워하고 고무옷을 마당 빨랫줄에 널어두는 것으로 일일 해녀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 부회장은 “욕봤다. 물질 아무나 하는 거 아이다. 니 낼 일나도 못할끼다”고 웃었다. 임 회장은 내내 “훼방만 된다”고 통박하면서도 기자의 손에 그날 잡은 전복과 소라를 정성스레 포장해 들려주고 아들 차에 태워 일광역까지 배웅에 나섰다.

임 회장은 16살 때 물질을 시작했다. “나한테 바다? 통장 없는 은행, 계좌 없는 은행이지. 가족 먹여 살리고 딸 둘, 아들 하나 공부시키고 이제 내 쓸 돈 조금씩 벌 수 있고. 다 용왕님이 먹고 살게 해주신 덕이지.” 그와 헤어져 돌아오는 길. 스페인 화가 에바 알머슨이 우리나라 해녀 이야기를 담아 낸 그림책 ‘엄마는 해녀입니다’에서 본 문구가 맴돌았다. “바다는 절대로 인간의 욕심을 허락하지 않는단다. 오늘 하루도 욕심내지 말고 딱 너의 숨만큼만 있다 오거라.”


◇해녀용어사전

▶테왁=부력을 이용한 작업도구. 몸을 테왁에 얹어 헤엄치거나 물질 중간에 수면에서 쉴 때 사용한다. 스티로폼을 천으로 싸고 나일론 끈으로 묶어 만든다.

▶호맹이(까꾸리, 갈고리)=바위틈의 해산물을 채취하는 도구로 호미와 비슷하지만 쇠붙이 길이가 길다.

▶납(연철)=납작하게 만든 돌·납 덩어리로 허리에 차 쉽게 잠수할 수 있도록 무게를 조절한다.

▶숨비소리=물속에서 호흡을 참았다가 수면위로 나올 때 입을 오므리고 길게 숨을 내뿜으면서 ‘호오이’ 휘파람과 비슷한 소리를 낸다. ※참고: 동의대 한·일해녀연구소 ‘어제 오늘 내일’



◆빌딩숲 아래 해녀가 있다

- 부산 794명, 기장에 가장 많아

부산의 해녀는 고층빌딩이 즐비한 도심 속에서도 물살을 가르고 있다. 지난 16일 해운대 엘시티 앞 미포 바다에도 4명의 해녀가 물질을 하고 있었다. 지난 17일 남구 용호동 W아파트 앞 바다에도 남천 해녀 1명이 전복 앙장구 해삼 소라를 잡아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난 6월 말 기준 부산시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부산에 있는 해녀는 794명(신고자 671명, 미신고자 123명)이다. 부산에서 해녀가 가장 많은 곳은 기장군이다. 527명으로 전체의 66%가 몰려 있다. 영도구 119명, 해운대 79명, 사하구 22명, 서구 20명 등이 뒤를 잇는다.

해녀의 고령화 문제는 심각하다. 신고자를 중심으로 연령대별 분포를 살펴보면 60세 이상이 97.3%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중 70세 이상이 72.8%에 달한다. 해녀 문화를 보존하고 체험 교육 관광 등 지역주민과 향유할 수 있는 방법이 모색돼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된다. 동의대 한일해녀연구소장인 유형숙 교수는 “해녀는 자신의 숨이 허락하는 만큼만 물질을 한다. 이들이 쓰는 전통어법이자 지속가능한 어법은 계승될 가치가 있다”면서 “해녀 체험 해녀 밥상 등을 관광객과 지역주민이 접할 수 있도록 해녀문화 양성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

◇부산 해녀 연도별 현황  ※신고자, 미신고자 전체

2017년

2018년

2019년

2020년

2021. 6

946명

889명

867명

846명

794명


◇부산 해녀 연령별 현황  ※신고자 기준

합계

30세 
미만

30~
39세

40~
49세

50~
59세

60~
69세

70세 
이상

671명

0명

0명

2명

16명

164명

489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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