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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먹방로드는 대구로 통한다

당일치기 원도심 미식여행- 콩국 후루룩, 무침회 한 쌈, 납작만두 떡볶이에 행복한 곳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21-07-14 19:54:48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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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대구에서만 즐길 수 있는 별미를 찾아 당일치기 미식여행을 떠났다. 대구는 특히 외국인 관광객에게 식도락 여행지로 인기가 많다. 대구시가 최근 발표한 ‘해외 주요 관광시장 대구관광 인식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이 대구에서 가장 하고 싶은 건 식도락 관광(57.6%)인 것으로 나타났다. 육개장 복어불고기 야끼우동 무침회 납작만두 등 대구 10미(味)의 다양한 후보군이 떠올랐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허락된 식사는 3끼. 원도심으로 범위를 좁히고 치밀한 동선짜기에 돌입했다. 대구에서만 가능한 즐길거리도 빼놓지 않았다.
   

◇AM 9:30 속을 달래는 고마운 음식

대구에서 ‘콩국’은 지친 속을 달래주는 고마운 요리로 통한다. 이른 아침 혹은 늦은 새벽에 일하는 사람들은 바쁜 시간 짬을 내 콩국으로 끼니를 때웠다. 애주가들은 콩국으로 쓰린 속을 달랬다. 대구 콩국은 국산 생콩을 갈아 끓인 콩국에 밀가루와 찹쌀로 만든 반죽을 튀겨 빵처럼 잘라 넣은 음식이다. 중국의 토우장(豆醬)과 비슷하다. 수십 년 전 대구에 정착한 화교가 만들어 팔던 중국 음식에서 영향을 받아 맛과 모양이 꽤 비슷하다.

제일콩국(남산동)은 1980년대부터 운영을 시작해 지역 콩국 맛집으로 명성이 높다. 밀가루빵을 넣은 제일콩국과 찹쌀빵을 넣은 찹쌀콩국 외에도 가볍게 끼니를 때우기 좋은 토스트와 돈가스를 함께 판매한다. 적당한 크기의 그릇에 많지도, 적지도 않은 따뜻한 콩국이 가득 담겨 나왔다. 데운 두유처럼 따뜻하고 콩 특유의 비린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걸쭉하지 않고 물처럼 묽어 목 넘김이 부드럽다. 튀김이 시리얼처럼 둥둥 떠올라 부족한 식감을 채워줬다. 쫀득한 찹쌀이 입에 잘 맞았다. 소화가 잘되고 먹기에도 부담이 없어 가벼운 식사로도 훌륭하다. 늦잠을 자느라 아침을 거를 때 간절히 생각날 것 같다.


◇AM 11:40 새콤달콤 대구식 회무침

내륙지역이라 활어회가 귀했던 대구에서는 ‘회무침’이 아닌 ‘무침회’를 즐겨 먹었다. 회가 무침 뒤에 있는 것은 메인 식자재가 아니란 뜻이다. 다양한 채소에 숙회를 넣고 회초장으로 버무렸다. 비교적 보관이 용이한 가오리 가자미 오징어 논고동(우렁이의 방언) 등을 주로 쓴다. 잔칫상에 올랐던 별미라 대구 10미에도 속해 있다.

내당동 반고개역에는 1980년대부터 무침회 식당이 하나둘 모여들며 ‘반고개 무침회 골목’이 형성됐다. 이 중 ‘반고개 의성 무침회’를 찾았다. 대구 10미 중 하나인 납작만두를 추가 주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파 양파 무 미나리 등 갖은 채소와 오징어 논고동 등을 버무려 작은 산처럼 쌓은 무침회가 테이블에 놓였다. 즉석에서 준비한 재료를 무치기 때문에 대기 시간이 길지 않다. 새콤달콤한 회초장의 향과 비주얼 덕분에 입안에 침이 고였다. 회초장은 맵지 않고 달큼하다. 자극적이지 않아 많이 먹어도 부담이 없다.

납작만두에 무침회를 올려 싸 먹으니 채소 쌈을 먹을 때 느낄 수 없는 고소함이 입안을 맴돌았다. 고기 한 점 없이도 쫀득하고 담백한 맛을 내는 만두피의 저력에 다시 한번 놀랐다.


◇PM 03:00 리필 거뜬 에스프레소

나른한 오후, 카페인으로 잠을 깨우고자 ‘딥커피로스터스’(봉산동)에 들렀다. 거리는 한산한데 카페 안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다. 인기 비결은 이곳에서만 마실 수 있는 특별한 에스프레소다. 에스프레소는 원두를 내린 커피 원액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여기에 물을 섞으면 아메리카노가 되고, 우유를 넣으면 카페라테가 된다.

이곳 에스프레소의 가격은 2000~25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에스프레소는 특유의 씁쓸한 맛이 강해 진한 맛의 커피를 싫어하는 사람은 즐기지 않는다. 그런데 이곳은 에스프레소에 크림과 카카오파우더를 넣거나(바치오) 크림 우유 카카오파우더를 섞어(아라노) 달달한 에스프레소를 선보인다. 휘핑크림을 얹은 것(콘파냐)도 있다. 카카오파우더가 달콤한 맛을 더하는 데다 우유가 진한 에스프레소의 쓴맛을 잠재워 커피를 잘 못 마시는 사람도 즐길 수 있다.

에스프레소 잔의 크기는 일반 머그잔 4분의 1수준이다. 씁쓸한 맛을 즐기기엔 적당한 크기다. 그런데 이곳 에스프레소는 한 잔만으로는 조금 아쉽다. 주변을 둘러보니 2명이 4~5잔을 마시고 잔을 쌓아둔 팀도 있었다. 사람 마음은 다 비슷하다.


◇PM 04:30 대구 떡볶이는 못 참지

대구는 떡볶이 마니아들이 ‘성지순례’를 오는 곳일 만큼 떡볶이 격전지로 유명하다. 전국 유명 분식 체인점인 ‘신전떡볶이’ 본점이 대구에 있으며, 전국 3대 떡볶이 중 하나인 윤옥연 할매 떡볶이도 마찬가지로 대구에서 맛볼 수 있다.

쟁쟁한 후보를 제치고 중앙떡볶이(동성로)로 향했다. 대구식 떡볶이와 납작만두를 함께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직영점이나 분점 하나 없이 오직 대구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커다란 현수막이 눈길을 끈다. 삶은 가래떡을 양념에 버무리고, 튀긴 납작만두와 양배추를 그 위에 이불처럼 덮어 한 접시를 가득 채웠다. 시중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떡볶이보다 압도적으로 굵다. 상당한 길이의 굵은 쌀떡 두 개만 먹어도 허기를 달랠 수 있을 정도다.

은은한 카레 향과 녹진한 소스가 쌀떡볶이를 차지게 감쌌다. 소스에 ‘절인’ 납작만두도 별미다. 조금 매워질 즈음 추억의 ‘쿨피스’를 소환했다. 달달한 쿨피스가 매운맛을 식혀주는 동시에 젓가락질을 재촉했다. ‘떡볶이 소스를 밥에 부은 후 전자레인지에 2분 돌려 먹어라’는 안내판에서 포장의 유혹을 느꼈다.


■ 대구여행 즐길거리

- ‘이건희 컬렉션’ 대구미술관 … ‘90년대 갬성’ 김광석 길

최근 대구여행의 핫 키워드는 ‘이건희 컬렉션’이다. 대구미술관은 고 이건희 삼성 전 회장의 유족이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 21점을 소개하는 특별전 ‘웰컴 홈: 향연(饗宴)’을 지난달 29일부터 다음 달 29일까지 연다. 미술관에 따르면 개막 2주 만에 관람객 1만777명이 찾아올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대구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작가 8인의 작품 21점은 대부분 이 전 회장의 고향이자 그룹의 태동지인 대구와 관련 있다. 대구미술사 설립 등 근대 대구 서양화단을 주도한 서동진의 ‘자화상’, 역시 지역에서 초기 서양화단을 형성했지만 남아 있는 작품이 드문 서진달의 누드화 ‘나부입상’ 등이 대표적이다. 또 월북 후 소식이 끊긴 이쾌대의 북한 활동을 알려주는 ‘항구’, 한국 조각계의 거장 김종영의 ‘작품 67-4’ 등도 차례로 만난다. 전시실 입구에 비치된 ‘이건희 미술관 대구 유치 서명’ 책자가 아직 수거되지 않은 채 관람객을 맞는 게 씁쓸하다.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관람료는 무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1시간 단위로 사전예약 후 입장할 수 있다. 주말에는 표가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많으니 예약을 서두르는 게 좋다.

대구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은 산책하며, 그 시절 포크송의 감성에 빠지기 좋다. 길에 들어서면 스피커에서 김광석의 노래가 잔잔히 흘러나온다. 특히 김광석스토리하우스(입장료 성인 2000원)에서는 헤드셋을 끼고 그의 앨범 전 곡을 찬찬히 감상할 수 있다. 생전 딸과 함께 찍은 사진 속에서 평범한 그의 삶을 엿보고, 악보와 가사 등을 메모한 수첩에서 영원한 가객의 숨결을 느낀다.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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