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인터랙티브 영화 또는 오래된 미래

  • 조휘재 영화평론가
  •  |   입력 : 2021-05-05 19:18:59
  •  |   본지 1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얼마전 성료한 부산국제단편영화제의 프로그램 중 인터랙티브 쇼츠 부문을 흥미롭게 보았다. 뮤직비디오 ‘당신의 옆에’(2016)와 좀비 재난을 그린 ‘5분’(2014), 한국 청춘의 생활상을 짤막한 드라마로 소묘한 ‘회색 시선’(2020)과 ‘커피와 유자 사이’(2020), ‘내 기억 속의 너는’(2020)과 ‘러브 초이스’(2020). 이상 6편의 단편은 비록 서사의 아이디어 자체는 독창성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스토리텔링의 방식에 있어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 색다른 재미를 주었다.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인터랙티브 상영작인 ‘5분’ 스틸컷.
쌍방향성(Inter)과 활동적임을 뜻하는 액티브(Active)의 합성어인 단어의 의미처럼, 인터랙티브 영화(interactive film)는 이야기가 일정 부분 전개되다가 중요한 분기를 맞아 멈추면, 관객의 선택에 따라 다른 국면의 이야기 단락으로 이어진다. 그중에는 결말까지 바뀌는 경우도 있다. 본래 영화란 이미 만들어진 이야기와 장면의 흐름을 관객이 수용하는 일방향성에 바탕하지만, 인터랙티브 영화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고 관객의 의사와 선택이 극에 개입한다.

그러나 첨단을 달리는 듯한 인터랙티브 영화의 아이디어 자체는 실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B급 컬트의 제왕으로 꼽히던 윌리엄 캐슬은 ‘사도니쿠스 씨’(1961)의 상영 중 결말 직전에서 영화를 멈추고 무대 위에 올라가서는, 극 중 살인자의 생사여부를 두고 로마 시대 검투사 경기의 관습처럼 엄지손가락을 올리고 내리는 찬반투표를 붙였다고 한다. 결과는 관객의 압도적인 사형선고였는데, 정작 우스운 건 살인자를 살리는 엔딩 따위는 아예 촬영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이다. 장난에 지나지 않았지만 객석 의자에 전기가 흐르게 해 관객의 공포를 자극했던 ‘팅글러’(1959)처럼, 4D 영화의 초기 형태를 실험하기도 했던 캐슬의 면모를 생각하면 이 에피소드엔 인터랙티브 영화의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정도의 역사적 의미는 있다.

진정한 형태의 인터랙티브 영화는 체코의 단편영화 감독 라두즈 친체라의 ‘키노아우토마트‘(1967)에 가서야 나타난다. 캐나다 몬트리올 엑스포의 체코관에서 선보인 이 최초의 인터랙티브 영화를 위해 친체라는 극장의 설비를 뜯어고쳤는데, 127개의 좌석마다 붉은색과 파란색의 버튼이 있었고, 앞서 윌리엄 캐슬이 그랬던 것처럼 다섯 번의 분기점마다 진행자가 나타나 버튼을 누른 관객의 전자투표 결과에 따라 다음 장면으로 넘어갔다고 한다.

이 영화의 상영은 다른 선택지의 내용을 담은 여분의 필름 릴과 다른 내용을 번갈아 틀 수 있는 두 대의 영사기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오늘날 인터랙티브 영화들은 이를 아날로그 필름을 디지털 파일로 대체하고 극장 대신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로 끌어온 것이다.

   
그러나 이토록 한참 전에 등장했던 인터랙티브 영화는 3D와는 달리 영화의 주류로 부활하지 못했다. 근본적으로 영화가 관객을 순전한 구경꾼의 입장에 묶어두면서 정해진 서사에 대한 몰입을 요구한다면, 인터랙티브 영화는 선택이 가능하다는 전제로 인해 도리어 관객이 영화 밖 현실로 튕겨나가는 소격효과가 발생하고 마는 것이다. 사실 인터랙티브 영화의 미래는 다른 장르로 가서야 완성된 것인지도 모른다. ‘위쳐3’나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경우처럼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준비된 ‘경우의 수’의 스크립트가 펼쳐지는 비디오 게임 말이다.

영화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5. 5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6. 6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7. 7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8. 8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9. 9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10. 10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1. 1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4. 4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5. 5“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6. 6박철우 서울공소청장 “李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검토한 적 없다”
  7. 7“‘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8. 8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9. 9[속보] 강화도 해안서 '北 유실 추정' 대인지뢰 또 발견…이달에만 4번째
  10. 10이 대통령 지지율 3주만에 반등한 37.3%…민주 36.2%·국힘 40.9%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3. 3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4. 4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5. 5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6. 6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7. 7기술유출 엄단…산업부 ‘특사경’ 도입 추진
  8. 8해양진흥공사, 상임이사 공개 모집
  9. 9양현재단 20년, 해운·항만 새 항로 모색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9일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2. 2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3. 3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4. 4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5. 5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6. 6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7. 7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8. 8“미래대응기금 조성, 교부세 축소 안 돼”
  9. 9재개발 조합장 수사 정보 채팅방 올린 공무원 벌금
  10. 10“경남 강점 활용한 SMR 특구 만들자”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8. 8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돔? 재건축? 미래가치 따져야” “전문가 주도적 역할 부여를”
부산 야구장 미래는
선수 공간까지 체험하는 돔투어…야구 테마 복합문화시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