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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감 있는 시금장, 냄새 없는 청국장…건강한 발효 밥상

경주 ‘수정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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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리에 필요한 쌀·채소 직접 키워
- 각종 천연식초 입맛 돋우는 비법
- 21일간 세 번 빚은 삼양주 별미
- 경주전통음식 경연 4차례 수상
- 콩잎김치 등 이달중 온라인 판매

부산 북구 화명동 수정마을의 한 가족은 명절 때마다 모이는 대식구를 위해 30~40인분의 음식을 만들었다. 어머니의 어깨 너머로 음식을 배운 딸은 결혼과 동시에 경북 경주로 터전을 옮겼다. 막걸리를 좋아했던 시아버지의 영향으로 결혼 한 달째부터는 막걸리를 빚기 시작했다. 그때가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 발효음식에 관심을 가지게 된 그는 천연식초와 이를 활용한 전통음식, 가양주 등으로 범위를 확장했다. 요리에 필요한 콩 참깨 고구마 쌀 배추 등의 채소도 모두 직접 길렀다. 청정 채소와 천연 발효 기술로 완성된 건강한 상차림을 맛본 사람들은 “음식이 보석 같다”고 표현했다. ‘수정소반’(경주시 배동·포석로)과 이영욱 대표의 이야기다.
   
청정 채소와 천연 발효 기술로 완성돼 ‘보석 같은 음식’이란 평을 받는 수정소반 정식. 시금치묵, 콩잎김치, 시금장 등 일반 한정식에서도 보기 드문 음식이 많다.
■발효 비법 축약된 건강한 정식

지난달 25일 경주 수정소반 테이블이 이 대표의 경험이 집약된 수정소반 정식으로 가득 찼다. 노랑 초록 빨강 초록…. 스무 가지에 가까운 반찬은 각양각색 어우러지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화학조미료는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평소 한정식에서 보기 드문 음식도 많았다.

이 중 시금장과 콩잎김치는 TV 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이 가치를 먼저 알아보고 방영했다. 두 음식은 소화가 잘되는 건강식이자 어르신들에게는 어릴 적 먹던 추억의 음식으로 통한다. 시금장은 보리등겨가루로 메주를 만들고, 이를 다시 빻아 만든 메줏가루에 삭힌 풋고추와 말린 무, 소금 등을 넣고 삭힌 경북지역 향토음식이다. 경북에서는 등겨장, 경남에서는 개떡장이라고도 불린다. 본래 소스처럼 묽은 형태인데, 이 대표는 물기 없이 찰진 형태에 시큼한 맛을 최대한 줄이고 버섯과 무말랭이 등을 넣어 식감을 살렸다. 수정소반을 찾은 91세 할머니는 아들이 밥에 비벼준 시금장을 맛보고는 “어린 시절 먹던 시금장을 죽기 전에 맛볼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가을이 되며 노랗게 물든 단풍콩잎도 이 대표의 손을 거치면 제피향이 은은한 ‘밥도둑’ 콩잎김치로 변신한다.

   
경주 ‘수정소반’ 외관.
샐러드 소스는 이 대표가 만든 천연 식초를 쓴다. 그는 제철 채소를 활용해 30가지가 넘는 천연 식초를 만든다. 이날 식탁에는 오디 식초와 파인애플 식초를 혼합한 소스가 올랐다. 식초는 신맛이 강하지 않고 입맛을 돋울 만큼 알맞게 새콤달콤하다. 샐러드를 먹고 남은 식초가 아까워 물에 희석해 모두 마신 손님도 있다. 도토리묵은 갈색 연두색 노란색 등 다양한 빛깔로 젓가락질을 부추긴다. 이 대표가 시금치와 치자로 묵에 변주를 준 것이다. 쫀득한 식감이 이색적인 토마토 장아찌와 멜론 장아찌는 가을에 만들어 봄까지 숙성한 후에야 상에 오른다.

가장 큰 반전은 냄새 없는 청국장. 황토방에서 발효한 콩과 이 대표의 비법이 만나 특유의 청국장 냄새는 없어지고 고소하고 진득한 맛은 그대로 남았다. 표고가루와 양파 고추 등을 넣은 강된장은 5년간 숙성한 것이다. 경주 한우를 넣은 시래기 불고기는 고기에 목말랐던 ‘육식파’를 달래기에 충분하다.

■무설탕 쌀 요구르트도 별미

   
21일간 세 번 빚어 완성한 삼양주.
이 대표는 매년 10월 경주향교·성균관여성유도회가 주최하는 신라전래·경주전통음식 경연 대회에 네 차례 참가해 네 번 모두 수상했다. 수상작은 껍질편육(한우돈배기·금상), 전통주(삼양주·금상), 시래기묵밥과 소두방 소주(대상), 무설탕 쌀 요구르트(동상) 등이다. 이 중 삼양주와 무설탕 쌀 요구르트는 수정소반에서 반주 또는 디저트로 곁들이기 좋다. 21일간 세 번을 빚어 완성되는 삼양주는 도수가 16도인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극강의 부드러움을 자랑한다. 목구멍을 타고 흐르는 듯한 찌릿한 알코올 느낌이나 텁텁하고 시큼한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마시기 부담스럽지 않다. 잔 단위로 판매되는 게 아쉬울 정도다. 이날 수정소반을 찾은 한 고객은 맛보기로 한 잔만 주문했다가 부드러운 맛에 반해 한 잔 더 재주문했다. 쌀과 누룩만 넣고 하루 동안 발효한 무설탕 쌀 요구르트는 천연 당이 부드럽고 달곰한 맛을 낸다. 요구르트 특유의 신맛이나 텁텁함 역시 느껴지지 않는다.

수정소반의 착한 먹거리는 이달 중순부터 ‘쿠팡’에서도 만날 수 있다. 콩잎김치 등 다섯 가지로 엄선한 전통음식을 경주까지 직접 가지 않고도 안방에서 즐길 수 있게 된 셈이다. 이 대표는 “우리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모든 음식을 만든다”며 “경주의 맛과 멋을 담은 건강한 힐링 밥상을 즐기길 바란다”고 전했다.

글·사진=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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