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식감 있는 시금장, 냄새 없는 청국장…건강한 발효 밥상

경주 ‘수정소반’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요리에 필요한 쌀·채소 직접 키워
- 각종 천연식초 입맛 돋우는 비법
- 21일간 세 번 빚은 삼양주 별미
- 경주전통음식 경연 4차례 수상
- 콩잎김치 등 이달중 온라인 판매

부산 북구 화명동 수정마을의 한 가족은 명절 때마다 모이는 대식구를 위해 30~40인분의 음식을 만들었다. 어머니의 어깨 너머로 음식을 배운 딸은 결혼과 동시에 경북 경주로 터전을 옮겼다. 막걸리를 좋아했던 시아버지의 영향으로 결혼 한 달째부터는 막걸리를 빚기 시작했다. 그때가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 발효음식에 관심을 가지게 된 그는 천연식초와 이를 활용한 전통음식, 가양주 등으로 범위를 확장했다. 요리에 필요한 콩 참깨 고구마 쌀 배추 등의 채소도 모두 직접 길렀다. 청정 채소와 천연 발효 기술로 완성된 건강한 상차림을 맛본 사람들은 “음식이 보석 같다”고 표현했다. ‘수정소반’(경주시 배동·포석로)과 이영욱 대표의 이야기다.
   
청정 채소와 천연 발효 기술로 완성돼 ‘보석 같은 음식’이란 평을 받는 수정소반 정식. 시금치묵, 콩잎김치, 시금장 등 일반 한정식에서도 보기 드문 음식이 많다.
■발효 비법 축약된 건강한 정식

지난달 25일 경주 수정소반 테이블이 이 대표의 경험이 집약된 수정소반 정식으로 가득 찼다. 노랑 초록 빨강 초록…. 스무 가지에 가까운 반찬은 각양각색 어우러지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화학조미료는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평소 한정식에서 보기 드문 음식도 많았다.

이 중 시금장과 콩잎김치는 TV 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이 가치를 먼저 알아보고 방영했다. 두 음식은 소화가 잘되는 건강식이자 어르신들에게는 어릴 적 먹던 추억의 음식으로 통한다. 시금장은 보리등겨가루로 메주를 만들고, 이를 다시 빻아 만든 메줏가루에 삭힌 풋고추와 말린 무, 소금 등을 넣고 삭힌 경북지역 향토음식이다. 경북에서는 등겨장, 경남에서는 개떡장이라고도 불린다. 본래 소스처럼 묽은 형태인데, 이 대표는 물기 없이 찰진 형태에 시큼한 맛을 최대한 줄이고 버섯과 무말랭이 등을 넣어 식감을 살렸다. 수정소반을 찾은 91세 할머니는 아들이 밥에 비벼준 시금장을 맛보고는 “어린 시절 먹던 시금장을 죽기 전에 맛볼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가을이 되며 노랗게 물든 단풍콩잎도 이 대표의 손을 거치면 제피향이 은은한 ‘밥도둑’ 콩잎김치로 변신한다.

   
경주 ‘수정소반’ 외관.
샐러드 소스는 이 대표가 만든 천연 식초를 쓴다. 그는 제철 채소를 활용해 30가지가 넘는 천연 식초를 만든다. 이날 식탁에는 오디 식초와 파인애플 식초를 혼합한 소스가 올랐다. 식초는 신맛이 강하지 않고 입맛을 돋울 만큼 알맞게 새콤달콤하다. 샐러드를 먹고 남은 식초가 아까워 물에 희석해 모두 마신 손님도 있다. 도토리묵은 갈색 연두색 노란색 등 다양한 빛깔로 젓가락질을 부추긴다. 이 대표가 시금치와 치자로 묵에 변주를 준 것이다. 쫀득한 식감이 이색적인 토마토 장아찌와 멜론 장아찌는 가을에 만들어 봄까지 숙성한 후에야 상에 오른다.

가장 큰 반전은 냄새 없는 청국장. 황토방에서 발효한 콩과 이 대표의 비법이 만나 특유의 청국장 냄새는 없어지고 고소하고 진득한 맛은 그대로 남았다. 표고가루와 양파 고추 등을 넣은 강된장은 5년간 숙성한 것이다. 경주 한우를 넣은 시래기 불고기는 고기에 목말랐던 ‘육식파’를 달래기에 충분하다.

■무설탕 쌀 요구르트도 별미

   
21일간 세 번 빚어 완성한 삼양주.
이 대표는 매년 10월 경주향교·성균관여성유도회가 주최하는 신라전래·경주전통음식 경연 대회에 네 차례 참가해 네 번 모두 수상했다. 수상작은 껍질편육(한우돈배기·금상), 전통주(삼양주·금상), 시래기묵밥과 소두방 소주(대상), 무설탕 쌀 요구르트(동상) 등이다. 이 중 삼양주와 무설탕 쌀 요구르트는 수정소반에서 반주 또는 디저트로 곁들이기 좋다. 21일간 세 번을 빚어 완성되는 삼양주는 도수가 16도인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극강의 부드러움을 자랑한다. 목구멍을 타고 흐르는 듯한 찌릿한 알코올 느낌이나 텁텁하고 시큼한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마시기 부담스럽지 않다. 잔 단위로 판매되는 게 아쉬울 정도다. 이날 수정소반을 찾은 한 고객은 맛보기로 한 잔만 주문했다가 부드러운 맛에 반해 한 잔 더 재주문했다. 쌀과 누룩만 넣고 하루 동안 발효한 무설탕 쌀 요구르트는 천연 당이 부드럽고 달곰한 맛을 낸다. 요구르트 특유의 신맛이나 텁텁함 역시 느껴지지 않는다.

수정소반의 착한 먹거리는 이달 중순부터 ‘쿠팡’에서도 만날 수 있다. 콩잎김치 등 다섯 가지로 엄선한 전통음식을 경주까지 직접 가지 않고도 안방에서 즐길 수 있게 된 셈이다. 이 대표는 “우리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모든 음식을 만든다”며 “경주의 맛과 멋을 담은 건강한 힐링 밥상을 즐기길 바란다”고 전했다.

글·사진=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시, 침례병원 매입 속도전…보험자병원 물꼬 기대
  2. 2주민 모르게 팔린 경로당 결국 철거…매매대금은 국고 귀속
  3. 3안갯속 사상구청장 선거, 뉴페이스를 찾아라
  4. 4사실상 마지막 승부처…여당 7만 표 걸린 PK대전
  5. 5부산·울산 도심융합특구 추진 1년…지자체 후보지 경쟁에 지정 하세월
  6. 6환자 유출 막을 부산의료발전협회 출범
  7. 7양산 웅상 회야강 10km 제방 축조해 대규모 수변공원 조성
  8. 8두바이에 ‘부산 세일즈’ 드림팀 뜬다…엑스포 본격 유치전
  9. 9가족과 낙동강 하구길 걷기…가을 만끽하며 생태도 배워요
  10. 103040 심장질환 돌연사 경고등…젊다고 방심했다간 멈춘다
  1. 1안갯속 사상구청장 선거, 뉴페이스를 찾아라
  2. 2사실상 마지막 승부처…여당 7만 표 걸린 PK대전
  3. 3동래 집중 이낙연…예상밖 부산 행보
  4. 4이재명, 대장동 악재에도 지지율 6.4%P 쑥
  5. 5“지방소멸대응기금 운용, 정부 간섭 최소화해야”
  6. 6해군 세 번째 3000t급 잠수함 신채호함 진수
  7. 7여야, 언론중재법 합의 난항 속 28일 협상 재개
  8. 8부산·경남 공공기관 임직원 ‘혁신도시 투기’
  9. 9여당 PK 공약보따리…메가시티·신공항 대동소이
  10. 10곽상도 아들 50억 퇴직금…야당 향한 ‘대장동 의혹’ 화살
  1. 1부산·울산 도심융합특구 추진 1년…지자체 후보지 경쟁에 지정 하세월
  2. 2두바이에 ‘부산 세일즈’ 드림팀 뜬다…엑스포 본격 유치전
  3. 3해수부, 북항개발 뒷북 홍보전략 추진 논란
  4. 4엑스포 유치 성공 이래서 가능했다 <4> 중국의 치밀한 사전 전략
  5. 5“코로나19로 공간도 양극화…1층은 공짜로 머물 수 있어야”
  6. 6한국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 러시아 현지서 진출 모색 콘퍼런스
  7. 7무학 ‘깔끔한 좋은데이’ 출시
  8. 8‘카드 캐시백’ 월 최대 10만 원 환급…쿠팡·G마켓·유흥업소·신차는 제외
  9. 9북항 연안 유람선 운항사업 갈등, 법적 분쟁 비화
  10. 10BPA, 해외물류센터 개척 속도
  1. 1부산시, 침례병원 매입 속도전…보험자병원 물꼬 기대
  2. 2주민 모르게 팔린 경로당 결국 철거…매매대금은 국고 귀속
  3. 3양산 웅상 회야강 10km 제방 축조해 대규모 수변공원 조성
  4. 4가족과 낙동강 하구길 걷기…가을 만끽하며 생태도 배워요
  5. 5부산 코로나 50명대로, 깜깜이 감염 37%
  6. 6부산 BRT서 버스가 불법유턴 택시와 충돌...16명 부상
  7. 7산업재해 Never Again <4> 공장노동자 참극 되풀이
  8. 8내달부터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없앤다
  9. 9선선한 날씨에 야외로 몰리는 술판… 행정명령 발령도 무색
  10. 10창원대로에 공단 미세먼지 차단숲 조성
  1. 1빠른 발 앞세워 체격 차 극복…권순우, ATP 투어 대회 우승
  2. 2건재 과시한 탱크(최경주)…PGA 시니어 무대 한국인 첫 우승
  3. 3김우진 대회 3관왕…한국 양궁 12년 만에 ‘金’ 싹쓸이
  4. 4토트넘 3연패 수렁, 빛바랜 손흥민 시즌 3호골
  5. 5태극 궁사, 세계선수권 단체전 金 싹쓸이
  6. 6뇌수술 여파…롯데 민병헌 은퇴
  7. 7‘후치올’ 주춤…거인, 가을야구 막차 티켓 놓칠라
  8. 8세인트루이스 15연승…김광현 공 6개로 승리 챙겨
  9. 9적수가 없네…여자핸드볼, 아시아 선수권 5연패
  10. 10아이파크, ‘해결사’ 안병준 앞세워 10경기 만에 승리…리그 5위 복귀
kt 농구단 탈부산 나비효과
텅 빈 사직체육관에 프로배구단 ‘둥지’ 틀까
kt 농구단 탈부산 나비효과
사직구장 재건축에 ‘날개’…‘임시 둥지’ 마련해야 순항
  • 제23회부산마라톤대회
  • 극지논술공모전
  • 조선해양사진 및 어린이 그림공모전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