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할리우드 움직인 거물 이야기, 현대 영화판 신랄하게 꼬집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12-02 19:25:38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이건 달라. 주제가 있다고.”

‘맹크(2020)’는 데이비드 핀처에게 있어 오랜 숙원이었다. 본래 이것은 그의 아버지 잭 핀처의 구상이었다. ‘라이프’의 기자로 샌프란시스코 지부장까지 역임했던 잭 핀처는 프리랜서 작가로 전업한 후 1930년대의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한 각본을 집필했고, 아버지의 복안을 받아든 데이비드 핀처는 ‘더 게임(1997)’의 연출을 마무리 짓고 다음 영화로 만들고자 결심한다. 그러나 케빈 스페이시와 조디 포스터를 배역에 내정해두었던 이 프로젝트는 흑백영화라는 점 때문에 난항을 거듭했고, 2003년 결실을 보지 못한 채 잭 핀처는 세상을 떠난다. ‘열차 안의 낯선 자들(1951)’의 리메이크와 ‘월드 워 Z(2013)’의 속편이 모두 엎어진 후, 핀처는 넷플릭스의 지원에 힘입어 아버지의 유작을 영화화하는 데 성공한다.
   
‘맹크’ 스틸컷
시나리오 작가 허먼 맨키비츠(Herman Mankiewicz ·1897~1953)의 생애를 다룬 이 전기영화는 선형적인 시간 순서를 따르지 않고 교차편집으로 두 개의 시간대를 번갈아 오간다. 영화사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시민 케인(1941)’의 각본을 쓰는 과정을 따라가던 영화는 도중에 맨키비츠의 과거사를 포갠다. 우리는 그의 시점과 발걸음을 따라가면서, MGM의 창업주 루이 B 메이어와 프로듀서 어빙 솔버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를 제작한 데이비드 셀즈닉, 주인공의 동생이자 뒷날 ‘이브의 모든 것(1950)’과 ‘클레오파트라(1963)’를 만드는 명감독 조셉 맨키비츠, 그리고 오슨 웰즈에 이르기까지 고전기 할리우드를 움직인 거물들의 뒷이야기를 목격하게 된다.

레드 계열의 카메라로 작업(8K 촬영·6K DI)한 디지털 영화임에도 ‘맹크’의 영상에는 클래식 영화의 고색창연함이 넘친다. 핀처는 일부러 없었던 필름그레인과 잡티를 화면에 흩뿌리고 산광 필터 효과와 담배빵 구멍까지 입혀가며 옛 필름 영화의 질감과 분위기를 오늘날에 재현하고자 한다. 그러나 영화의 내용에는 어딘가 현재의 상황을 보는 것 같은 기시감이 감돈다. 극 중 맨키비츠는 말한다. “‘오즈의 마법사(1939)’가 스튜디오를 망가뜨릴거야.” “요즘 영화들이 어떤가? 갱스터 아니면 코미디지.”

맨키비츠가 영화계까지 좌지우지하는 언론재벌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를 풍자하고자 ‘시민 케인’을 집필한 것처럼, 핀처는 ‘맹크’를 통해 블록버스터에만 몰두한 채 작가의 창의성을 추방하고, 무성의한 장르의 반복재생산을 거듭하는 할리우드의 현재를 과거의 스튜디오에 빗대면서 우회적으로 비판하고자 한다. 어쩌면 핀처는 더이상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자신의 비전을 관철시키지 못하고, 넷플릭스로 걸음을 옮긴 자신의 처지를 맨키비츠에게 투영한 것인지도 모른다.

   
앵글의 다양성과 컷의 속도감을 잃지 않으면서 이미지너리 라인(Imaginary Line)을 정교히 짜 맞추는 핀처 특유의 솜씨는 ‘시민 케인’에서 선보인 오슨 웰즈의 영화적 테크닉과 조화로이 만나고, 열연하는 게리 올드먼의 입에서 쏟아지는 대사들은 현대에 떨어진 셰익스피어가 휘갈긴 것과 같은 문학적인 기교를 자랑한다. ‘맹크’는 현대 할리우드에 대한 비판적 텍스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걸작 ‘시민 케인’에 바치기에 부끄럽지 않은 주석을 달고 싶었던 또 다른 거장 데이비드 핀처의 헌정사이기도 한 것이다.

영화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0년 지지부진’ 망미주공·수안2 재건축 속도
  2. 2전문대 공대의 눈물…21명 모집에 2명 지원 학과도
  3. 3근교산&그너머 <1211> 울산 울주 재약산
  4. 4바이든 시대…부산 신재생산업 도약 기회
  5. 5“왜 우리만 영업금지 시키나” 부산시로 몰려간 유흥업계
  6. 6‘세가사미 부지’ 계약불이행 업체에 페널티
  7. 7박형준 “정치 우습게 보나” 전성하 “총선 책임론 없나” 설전
  8. 8"가덕신공항은 동남권 경제뉴딜 변곡점"
  9. 9김영춘은 정책대결, 박인영은 親盧행보, 변성완은 출마시동
  10. 10오늘의 운세- 2021년 1월 21일(음력 12월 9일)
  1. 1김영춘은 정책대결, 박인영은 親盧행보, 변성완은 출마시동
  2. 2문재인 대통령 “백신 2000만 명분 추가 확보 길 열렸다”
  3. 3코로나 민심 잡기…여당 교육 불평등 해소, 야당 자영업 대책 주력
  4. 4박형준 “정치 우습게 보나” 전성하 “총선 책임론 없나” 설전
  5. 5“모든 아동학대 신고 경찰서장이 확인”
  6. 6박성훈 부산시장 예비후보 ‘(변)성완이 형, 화이팅’한 사연은?
  7. 7여야 2월 임시국회 일정 합의…가덕신공항 특별법 통과 주목
  8. 8문재인 대통령, 이르면 20일 3차 개각…문성혁 등 4~5개 부처 바꿀 듯
  9. 9새 외교장관에 정의용, 중기 권칠승, 문체 황희, 3개부처 개각
  10. 10예비경선 20% 반영…야당 2만2800명 책임당원 표심 주목
  1. 1주가지수- 2021년 1월 20일
  2. 2콧대 높던 유명식당도, 특급호텔도 ‘배달·포장 전쟁’ 가세
  3. 3“3000피 찬물” vs “과열 예방 필요”…공매도 찬반 ‘증시 블랙홀’
  4. 4짝퉁 부산신발 발 못 붙이게 위·변조 방지용 스티커 부착
  5. 5롤스로이스 부품 자체 검증…한화에어로 K엔진 ‘날개’
  6. 640년간 월세내듯…청년 주담대 상품 나온다
  7. 7 동원개발②
  8. 8주류 캐릭터샵 ‘두껍상회’ 부산 상륙
  9. 9“파생금융중심지 위상 강화…부산 본사 2.0시대 열겠다”
  10. 10작년 부산 주택거래 11만건…전년比 배 ↑
  1. 1양산 황산지방정원 2023년 ‘첫 삽’
  2. 2김해, 5년간 834억 투입 축산악취 잡는다
  3. 3창원 2157억 투자 유치…LG전자 등 3곳과 협약
  4. 4산청 경호강 100리 자전거길 첫 구간 완공
  5. 5오늘의 날씨- 2021년 1월 21일
  6. 6“실거주 허용 믿고 샀는데…” 레지던스 단속 예고에 집단반발
  7. 7봉래산 전설 할매바위에 강철 쾅 쾅…영도 상징 훼손 논란
  8. 8국밥보다 뜨거운 상생정신…‘코로나 한파’ 녹이다
  9. 9폐쇄명령 풀린 세계로교회…“인원제한 지침 법정싸움 계속”
  10. 10“2022학년도 문·이과 통합 수능, 재수생에 불리하지 않다”
  1. 1부산서 다시 뭉친 ‘강·정·현(강영웅 어정원 천지현)’…“신인돌풍 기대하세요”
  2. 2왕따주행 논란 김보름, 노선영에 2억 원 손배소
  3. 3아이파크, 브루노 등 코치 4명 선임
  4. 4개최냐 취소냐…도쿄올림픽 운명, 3월 IOC 총회 손에
  5. 5오죽했으면 대출받을까…거인 최악 ‘보릿고개’
  6. 6롯데 책임질 외인 3인방 입국
  7. 7부상 투혼 BNK 진안 ‘더블더블’
  8. 8불투명한 도쿄올림픽, 2032년 남북 공동 유치 도전에 악영향 우려
  9. 9최대규모 LPGA 21일 시즌 ‘티오프’
  10. 10kt 양홍석·김영환, 랜선 경연도 독식
2020 롯데 야구 결산
내년이 더 기대되는 자이언츠
2020 롯데 야구 결산
삐걱댄 ‘초보 커플’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