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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산책 여행 <3> 부산 남구 ‘평화투어’

비극의 역사와 마주한 길…추모의 순례여행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20-06-24 19:41:47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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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공원

- 세계 유일 유엔군 유해 안장 묘역
- 추모관에 숭고한 희생정신 담아

#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 위안부·징용공 참상 알리고 넋 위로
- 피해자 한 맺힌 증언에 숙연해져

# 부산박물관

- 선사시대~현재 부산의 모습 알려
- 관람하려면 홈피서 사전 예약해야

전 세계에서 단 한 곳, 부산 남구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평화 투어’로 안내한다. 남구는 재한UN기념공원을 중심으로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부산박물관 등이 모여 있다.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UN평화문화특구다.
부산 남구는 재한UN기념공원을 중심으로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부산박물관 등이 모여 있는 세계 유일의 UN평화문화특구이다. UN공원의 주 묘역에는 한국전쟁에 참전해 숨진 유엔군 전사자의 유해가 안장돼 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전쟁에서 다른 생명을 지켜낸 숭고한 희생정신과,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억울하게 죽거나 피해를 본 사람들의 비극을 마주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당연한 일상은 누군가의 희생이 없었더라면 상상조차 못 했을 찬란한 자유와 평화의 연속이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죽음과 희생을 마주할 일은 거의 없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남구에서 삶과 죽음, 평화와 인권의 의미를 되새겼다.

■평화를 위해 목숨 던진 사람들

UN공원 내부에 있는 추모관.
UN공원은 한국전쟁에 참전해 목숨을 잃은 유엔군 전사자의 유해가 안장된 묘역으로,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곳이다. 공원은 크게 상징 구역과 주 묘역, 녹지 지역으로 나뉜다. 공원을 가로지르는 도은트 수로를 중심으로 위에는 묘역, 아래에는 녹지 지역을 조성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나눴다. 도은트 수로는 공원에 안장된 최연소 전사자인 호주 병사 도은트(만 17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상징 구역에는 참전국의 국기와 유엔기가 게양돼 있고 주 묘역에는 국가별로 전사자 유해가 안장돼 있다. 주 묘역에는 지난달 기준 대한민국 전사자 36명을 포함해 11개국 2309명이 잠들어 있다.

공원 정문과 추모관은 우리나라 1세대 건축가인 김중업 씨가 설계한 것으로 유명하다. 정문은 당시 우 탄트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과 관련된 건축물 중 가장 아름답다”고 찬사를 보냈을 정도다. 8개의 기둥 끝이 사발 형태로 다시 네 갈래씩 갈라져 지붕을 받치는 형태가 부드러우면서 엄숙한 분위기를 낸다. 동서남북으로 뻗은 지붕의 네 모서리 끝 추녀는 다국적군의 마음에 깃든 고향을 향한 그리움을, 지붕 아래 네 개의 물받이는 전몰 장병의 눈물을, 유리로 마무리된 지붕의 천장은 유엔군의 빛나는 영혼을 각각 상징한다.

삼각형의 추모관은 군더더기 없이 아름다워, 작고 예쁜 집을 보는 느낌이다. 유리창을 대신한 커다란 스테인드글라스가 평화의 빛을 은은하게 뿜어낸다. 추모관 내부에는 전투 지원 16개국을 뜻하는 16개의 선이 중앙 정면에서부터 천장을 가로지른다. 전쟁 당시 유엔군의 활약상이 담긴 사진 등이 전시된 기념관은 현재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다.

주 묘역에 늘어선 묘지의 풍경은 생경하고도 성스럽다. 묘지마다 활짝 핀 꽃나무가 곁에서 잠든 장병을 의연히 지키고 있다. 신성한 분위기에 압도돼 다른 생각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생기지 않았다. 담대한 희생정신을 기리며 차분히 참배했다.

도은트 수로를 지나면 유엔군 전몰장병 추모 명비와 11계단의 수로 등으로 조성된 무명 용사의 길 등을 만난다. 추모 명비에는 한국전쟁 중 전사한 4만여 명의 유엔군 장병 이름이 모두 새겨졌다. 추모 명비 입구에는 이해인 수녀의 헌시도 있다. ‘우리의 가슴에 님들의 이름을 사랑으로 새깁니다. 우리의 조국에 님들의 이름을 감사로 새깁니다’.

■역사의 비극에 휘말린 사람들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은 일제강점기 벌어진 강제 동원의 참상을 알리는 전시관과 피해자와 유족을 위한 추모 시설을 겸한다. 강제 동원이 일어나는 순간부터 해방 이후 피해자들의 귀환 과정 등을 모두 볼 수 있다. 일본은 당시 40만 명으로 추산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제외하고도 782만7355명(중복 동원 포함)의 조선인을 강제 동원했다.

어두운 ‘기억의 터널’에서 빛의 형태로 어디론가 끌려가는 사람들을 따라 걸으면 참혹한 역사의 현장에 들어선다. 강제 동원 피해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종일 강도 높은 작업에 시달렸고, 몸을 다쳐도 치료받기는커녕 되레 매질을 당했다. 당시 악명 높던 탄광 작업 현장을 재현한 곳을 통과할 땐 스산한 분위기가 온몸을 감쌌다. 작업 중인 피해자들의 고통스러운 숨소리와 석탄 가루를 토해내듯 힘겨운 기침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귓가에 맴돌았다.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내부.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의 비참한 현실을 알린다.
일본군 위안소를 재현한 전시실에서도 잔혹한 진실을 마주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만든 짧은 애니메이션 ‘그날의 기억’은 좁은 방에서 공포에 움츠린 어린 소녀가 나오자마자 차마 보지 못하고 돌아섰다. 피해자들의 한 맺힌 증언은 곳곳에서 스피커를 통해 듣거나 글로 읽을 수 있다. 문장만으로도 비분강개할 일을 직접 겪어야 했던 피해자들의 비극에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졌다.

부산박물관의 외관.
방문객들은 ‘기억의 터’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머무른다.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유골조차 찾지 못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지난달 마련한 공간이다. 전시관은 당시 사진과 희생자들의 위패로 빼곡하다. 위패에는 희생자의 이름과 태어난 날, 사망한 날이 적혀 있다. 나이를 계산해보니 대부분이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숨을 거뒀다. 찬란한 젊음을 송두리째 빼앗긴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쉽게 지나칠 수 없었다. 사진 사이사이 피해자들의 증언을 적어둔 곳에서도 한참을 머물렀다. ‘눈물을 흘리면서 어머니 불러봤네, 내 발로 걸어간 것도 아니여, 어머니 소리도 크게 못 부르고, 그 말만 하며는 몽둥이 맞았네…’.

선사 시대부터 현재까지 역사 속에서 변화한 부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부산박물관 전시실.
UN공원 옆에 있는 부산박물관은 선사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역사 속에서 부산을 알리는 자료들을 전시한다. 마찬가지로 전쟁과 일제강점기 등을 거치는 동안 변화한 부산의 생활상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코로나19 영향으로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은 방문객 수를 오전(10~12시)과 오후(2~4시)에 선착순 300명씩으로 제한한다. 부산박물관은 홈페이지에서 시간대별로 관람 사전 예약을 받는다.

글·사진=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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