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극장 엘레지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6-03 19:35:47
  •  |  본지 1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그때보다 더 행복했던 시절은 없었어.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이라 믿었어.”

영화 ‘휴고’(2011)에는 초창기 영화의 선구자 중 한 사람인 조르주 멜리에스의 실화가 등장한다. ‘달세계 여행’(1902)으로 SF 영화의 물꼬를 트고, 오늘날 영화적 기법의 기초를 만들어낸 중요한 인물이었지만 정작 그의 만년은 불우했다. 파산한 그는 소유한 극장과 필름들을 헐값에 넘겨야 했고, 장난감을 파는 구멍가게를 운영하며 근근이 먹고 살았다. 공장에 넘겨진 필름들은 녹여져 신발 굽을 만드는 데 쓰였다고 한다. 1차 세계 대전의 가공할 현실을 목격한 사람들은 영화에 관심을 잃었고, 이것이 멜리에스가 몰락하는 단초가 되었다고 스콜세지는 말한다.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렸지만 한산했던 지난달 전북 전주시 고사동 영화의 거리 모습. 연합뉴스
1895년 탄생 이래 영화 산업은 여러 차례 위기를 맞곤 했다. 1920년대에는 라디오와 경쟁해야 했고, 1950년대 들어서는 텔레비전 방송에 관객을 빼앗기며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그때마다 영화는 기술 혁신을 통해 활로를 개척해나갔다. ‘재즈 싱어’(1927)로 유성영화가 도입되면서 대사와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고, ‘안방극장’에선 체험할 수 없는 압도적인 시각적 체험으로 차별화를 꾀하고자 한 노력은 컬러 필름과 초창기 3D, ‘벤허’(1959)나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의 웅장함을 가능케 한 시네마스코프의 개발로 이어졌다. 영화는 엄연히 극장에 기반한 예술 양식이었고, 많은 시네아스트들은 이를 염두에 두고 영화예술을 발전시켜왔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대유행으로 영화 산업은 새로운 위기에 직면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신작의 개봉 일정이 지연되거나 넷플릭스 공개로 전환되는 중이고, 칸이나 로테르담 등 국제영화제들은 개최를 취소했다. 더불어 한동안 지속했던 영화의전당 운영 중단,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온라인 영화제 선언은 영화 산업과 예술의 근간이었던 극장이 흔들리는 현실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었다.

극장과 스트리밍 서비스는 한동안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공생 관계였다. 그러나 극장을 찾는 인적이 뜸해지고, 극장에 걸릴 작품마저 디지털 ‘안방극장’으로 쏠리는 지금의 트렌드는 극장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관람하는 일도 얼마 남지 않은 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작금의 팬데믹 사태로 말미암아 영화는 텔레비전이나 모니터로 보는 흔한 콘텐츠의 ‘일종’으로 인식되고, 스크린이었기에 가능했던 고유의 미학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두려움을 품게 된다.

   
하지만 극장이 지금까지 영화와 한 몸으로 살아온 역사를 돌이켜보면, 그 죽음을 말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생각도 든다. 영화평론가로 관객과의 만남 행사를 준비하면서 모니터로 스크리너 영상을 먼저 보지만, 그럼에도 상영관에서 스크린으로 접하는 영화는 전혀 다른 감각과 감회로 다가온다. 물론 이것은 잠정적인 사망 선고를 받은 극장을 위한 향수 어린 변명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극장은 환경이 바뀐 탓에 병을 앓고 가쁜 숨을 내쉬고 있을 뿐 언젠가 돌아올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기술과 그것이 주는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큰 스크린이 관객에게 주는 매혹의 힘을 위해 싸우고 싶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말이다.

영화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바이든 취임식, 불참하는 트럼프 핵가방 전달 방법 관심
  2. 2“실거주 허용 믿고 샀는데…” 레지던스 단속 예고에 집단반발
  3. 3오죽했으면 대출받을까…거인 최악 ‘보릿고개’
  4. 4국밥보다 뜨거운 상생정신…‘코로나 한파’ 녹이다
  5. 5“3000피 찬물” vs “과열 예방 필요”…공매도 찬반 ‘증시 블랙홀’
  6. 6콧대 높던 유명식당도, 특급호텔도 ‘배달·포장 전쟁’ 가세
  7. 7봉래산 전설 할매바위에 강철 쾅 쾅…영도 상징 훼손 논란
  8. 8문재인 대통령, 이르면 20일 3차 개각…문성혁 등 4~5개 부처 바꿀 듯
  9. 9폐쇄명령 풀린 세계로교회…“인원제한 지침 법정싸움 계속”
  10. 10오늘의 운세- 2021년 1월 20일(음력 12월 8일)
  1. 1지역 청년 사업가 300명, 이진복 지지 선언
  2. 2여당 내달 2일 예비후보 언택트 국민 면접
  3. 3문재인 대통령, 이르면 20일 3차 개각…문성혁 등 4~5개 부처 바꿀 듯
  4. 4 문재인 대통령 ‘123분 신년회견’에 지역은 없었다 /정유선
  5. 5예비경선 20% 반영…야당 2만2800명 책임당원 표심 주목
  6. 61000원짜리 식당·펫 공원…박형준 생활 공약 발표
  7. 7 자격론에 반박한 박형준 “부산 확장성이 먼저다”
  8. 8독자 브랜드화 나선 박성훈, 맞장토론 하자는 전성하
  9. 9박인영의 부산사람론 “서울말 쓰는 시장 필요 없다”
  10. 10"이명박·박근혜 사면, 말할 때 아냐…백신접종 부작용 정부 책임”
  1. 1“포스트 코로나 금융 도약 준비, 뉴딜 특화 정책자금 신설 추진”
  2. 2 동원개발②
  3. 340년간 월세내듯…청년 주담대 상품 나온다
  4. 4“3000피 찬물” vs “과열 예방 필요”…공매도 찬반 ‘증시 블랙홀’
  5. 5KDI, 한국 CPTPP(포괄·점진적 환태평양경제협정) 조속 가입 주장
  6. 6주가지수- 2021년 1월 19일
  7. 7"가덕특별법 땐 공항계획에 담겠다"
  8. 8부산 공공기관 올해 최소 679명 채용…첫 스타트는 BPA
  9. 9한진CY 개발안 3수 도전…기여금 3500억대 달할 듯
  10. 10“부산신항 터미널 운영사 7개→ 4개로”…단계적 통합으로 환적 경쟁력 키운다
  1. 1세월호 수사 외압·유가족 사찰 등 대부분 무혐의
  2. 2 마창진 통합의 교훈
  3. 3경남도, 경남 가야시대 유적지 발굴·학술조사 지원
  4. 4양산 황산어린이공원 주차장 언제 첫 삽 뜰까
  5. 5밀양 얼음골사과·쌀 TV홈쇼핑 데뷔
  6. 6울산 태화강역 ‘수소 복합허브’ 뜬다
  7. 7오늘의 날씨- 2021년 1월 20일
  8. 8부산~양산~김해 국지도 60호선 양산구간 노선 사실상 확정
  9. 9인건비 착복에 수거 거부…쓰레기가 집 앞에 쌓여간다
  10. 10부산외대·동서대 해외취업 전국 1·2위
  1. 1오죽했으면 대출받을까…거인 최악 ‘보릿고개’
  2. 2롯데 책임질 외인 3인방 입국
  3. 3kt 양홍석·김영환, 랜선 경연도 독식
  4. 4부상 투혼 BNK 진안 ‘더블더블’
  5. 5최대규모 LPGA 21일 시즌 ‘티오프’
  6. 6민병헌 갑작스레 수술대로…롯데 외야진 재편 불가피
  7. 7손흥민 EPL 100호 공격포인트…아시아 선수 최초
  8. 8아이파크 공격수 박정인 영입
  9. 9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재선 성공
  10. 10‘원톱’ 황의조 시즌 3호 골
2020 롯데 야구 결산
내년이 더 기대되는 자이언츠
2020 롯데 야구 결산
삐걱댄 ‘초보 커플’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