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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사람도 깜짝 놀랐네…부산서 맛보는 ‘께 리코’ 집밥

부산진구 초읍동 ‘프린체’

께 리코- 맛있다는 뜻의 스페인어 ¡Que rico!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20-03-11 19:09:46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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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서 요리 배운 고은세 셰프
- 교육협동조합 ‘고치’ 도움 받아
- 식당 겸 청년문화공간으로 오픈

- 현지서 공수한 식자재로 만든
- 먹물 파에야·앤초비 타파스
- 이베리코 목살 스테이크 선보여
- 꿈 많은 청년셰프 열정까지 담아

한 청년이 있다. 경남 산청의 한 대안학교를 졸업하고 스페인으로 떠났다. 요리사가 되고 싶어서다. 혈혈단신의 아시아 청년이 머나먼 유럽에서 요리를 배우는 길에는 고난이 잇달았다. 주방 보조에서 시작해 1년 반 만에 한 식당의 부주방장이 되기까지 그를 지켜준 것은 성실함과 꿈,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었다. 고국으로 돌아온 청년은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에 스페인 레스토랑을 열었다. 이름은 ‘프린체’. 스페인어로 ‘어린 왕자’란 의미를 담았다. 스페인 현지 음식을 부산에서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장소다. 햇살이 유독 눈부시던 날 프린체를 찾았다. 주방에서 앳된 얼굴의 고은세 셰프가 걸어 나왔다.
   
한 접시 요리를 뜻하는 타파스로 식전 입맛을 깨운다. 앤초비와 감바스 알 하이요 등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어린 왕자, 집을 만나다

20대 초반의 젊은 자영업자에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2년간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빚과 포기만 늘어났다.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았을 때, 북구 만덕동에 있는 교육공동체 협동조합 ‘고치’를 만났다. 고 셰프는 고치에서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며 재기의 길을 모색했다.

   
오징어먹물 파에야
그러던 중 고치 이언옥 대표가 고 셰프의 사정을 듣게 됐다. 이 대표는 청년의 꿈이 이대로 좌초되는 것을 방관할 수 없어 3개월 전 프린체를 인수했다. 고치는 누에고치에서 따온 이름으로, 집의 의미를 담았다. 프린체는 고치와 만나 ‘어린 왕자의 집’으로 변신한 것이다.

프린체는 단순한 식당의 기능에서 벗어나 함께 음식을 먹으며 공연을 즐기고 청년 문화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지난달 17일부터 일주일간 재오픈 주간을 맞이해 공연 등 문화 행사를 열며 프린체의 새 출발을 알렸다.

프린체에서는 화학조미료를 일절 쓰지 않으며 소금은 가마에서 구운 것을 사용한다. 가마에서 구운 소금은 중금속이 없고 감칠맛을 더해줬다. 대서양산 앤초비 등 일부 메인 식자재는 현지에서 직접 공수한다.

■스페인 사람도 감동 ‘스페인 집밥’

이날은 스페인 몬드라곤의 한 협동조합에서 프린체와 고 셰프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프린체를 방문했다. 만찬 메뉴는 스페인 집밥. 한국인 셰프가 만든 스페인 요리를 본토인에게 선보이는 셈이다.

시작은 타파스로 열었다. 타파스는 스페인에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한 접시 요리를 통틀어서 부르는 이름이다. 잘 알려진 것이 앤초비와 감바스 알 하이요다. 앤초비는 멸치와 비슷한 대서양산 물고기를 절인 일종의 발효 음식이다. 톡 쏘는 듯한 산미가 강해 호불호가 갈린다. 고 셰프는 “빵에 얹어 먹으면 앤초비의 산미가 중화돼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고 알려줬다. 감바스 알 하이요는 새우와 마늘 올리브유 등을 튀기듯 구워낸 음식이다. 빵 한 조각에 새우와 마늘 등을 올려 한입에 넣으면 녹진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진다.

메인은 오징어먹물 파에야와 이베리코 목살 스테이크가 장식했다. 파에야는 일종의 볶음밥으로, 고기 해산물 채소 등을 볶은 후 쌀을 넣어 익힌 음식이다. 오징어먹물을 사용한 파에야는 검은 쌀 요리라고도 불린다. 꽃게를 듬뿍 넣어 끓인 육수에 각종 해산물과 오징어 먹물을 더하고 마늘과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로 만든 소스를 뿌렸다. 꼬들꼬들한 밥알의 식감이 씹는 재미를 준다.

이베리코 목살 스테이크는 도토리와 각종 허브를 먹고 자란 순종 이베리코 흑돼지로 만든다. 고 셰프는 “목살의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고기를 바짝 익히기보다는 미디움 정도로 먹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소금을 살짝 얹어 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배어 나온다.

현지인이 맛본 고 셰프의 스페인 집밥은 어땠을까. 이들은 “타국에서 먹은 스페인 음식 중 가장 맛있다. 집에 들고 가고 싶다” “모든 음식이 집에서 먹는 것 같았다” “타국에서도 집밥을 먹고 있다고 부모님께 자랑하고 싶다” 등 일제히 호평했다.

스페인 음식을 먹을 때 와인과 맥주를 빠트리면 섭섭하다. 프린체에서는 고 셰프가 엄선한 스페인 와인 10여 종과 맥주를 함께 만날 수 있다.

글·사진=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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