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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 과일·채소도 맛만 좋네…‘착한 소비’ 농부 웃음꽃 피우다

주목 받는 ‘푸드 리퍼브’

  • 국제신문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20-01-01 18:52:16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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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퉁불퉁하거나 흠집 난 농산물
- 맛·영양은 차이없는 데 폐기돼
- 프랑스 마켓서 첫 재발견 운동
- 식자재 가치소비로 전세계 번져

- 부산 사회적기업 ‘파머스페이스’
- 못난이과일 주스 카페 운영 눈길
- 농가 350곳 거래 스토어팜 운영

여기 파프리카 5㎏이 있다. 겉에 흠집이 크게 나 있고 모양이 일반적인 파프리카보다 울퉁불퉁한 게 못생겼다. 가격은 1만6000원. 파프리카 5㎏ 시중가가 2만8000원 정도이니 절반 가까이 저렴하다. 당신이라면 이 파프리카를 구매하겠는가. 맛과 영양에 문제가 있을 듯해 지나쳤다면 당신은 못난이 농산물의 가치를 몰라본 것이다.
   
우박을 맞은 사과는 흠집이 생겨 상품으로서 가치를 잃고 폐기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겉과 달리 속은 아무런 이상이 없다. 못난이 농산물은 생김새만 다를 뿐 맛과 영양에는 정상품과 전혀 차이가 없다. 파머스페이스 제공
못난이 농산물을 활용한 ‘푸드 리퍼브’가 지구촌 트렌드로 주목받는다. 못난이 농산물은 정상품과 맛과 영양은 같지만 크기나 모양이 제각각인 농산물이다. 못생기고 흠집이 나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폐기해야 해 농가에서도 골칫거리였다. 그런데 남들의 소비 패턴을 따르지 않고 공정무역이나 환경 문제까지 꼼꼼히 따져보는 ‘가치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못난이 농산물도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단지 ‘기하학적인’ 모양 탓에 손질이 어려울 뿐 맛과 영양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는데 가격은 시중가보다 훨씬 저렴해 ‘필 환경’ 시대에 걸맞은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이다.

■ 세계는 지금 ‘푸드 리퍼브’ 열풍

   
기형 감(위)과 주스용 못난이 토마토.
푸드 리퍼브(food refub)는 음식을 뜻하는 푸드와 재공급품이란 뜻의 리퍼비시드(refurbished)의 약자를 합한 것이다. 보통 공장에서 만든 제품에 흠집이 있으면 이를 손질해 소비자에게 정품보다 싼 가격으로 되파는 것을 리퍼브라고 한다.

푸드 리퍼브 열풍은 2014년 프랑스의 한 마켓에서 시작됐다. 프랑스 대형마트 체인인 엥떼르마르세(Intermarche)는 어느 날 ‘수프에 들어간 못생긴 당근, 누가 신경 쓰나?’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를 내걸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식자재의 가치를 재발견하려는 움직임은 즉각적으로 세계에 퍼졌다.

한국에서는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강릉 못난이 감자 30t을 한 번에 매입해 이마트에서 900g당 780원에 판매하며 화제가 됐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버려질 위기에 처한 감자를 보고 정 부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했고, 정 부회장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들의 선한 영향력에 소비자들은 못난이 감자 ‘완판’으로 응답했다.

■ ‘파머스페이스’의 도전

   
못난이 농산물의 가치에 주목한 파머스페이스 직원들.
부산에도 일찍이 못난이 농산물의 가치를 발견한 사회적기업이 있다. ‘파머스페이스’가 그 주인공이다. 파머스페이스는 트럭을 몰며 직접 과일을 판매하던 서호정 대표가 버려지는 못난이 농산물의 활용 가능성을 찾고 싶어 만든 기업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못난이 농산물은 불량품이란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천덕꾸러기였다.

이에 서 대표는 먼저 못난이 과일로 생과일주스를 만드는 카페 ‘열매가 맛있다’를 2013년 금정구에 열었다. 못난이 농산물의 가치를 찾기 위한 첫발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고객은 가격이 저렴한 못난이 과일로 만든 주스가 일반 생과일주스와 맛이 다를 바 없다는 점을 눈앞에서 확인했다. 못난이 농산물은 맛이 없을 거란 편견이 깨진 것이다. 차츰 인식이 변하자 일부러 못난이 농산물을 찾아오는 사람도 늘기 시작했다. 이듬해 본격적으로 못난이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전하기 위해 파머스페이스를 만들었다. 파머스페이스의 목표는 두 가지다. 못난이 농산물을 구매해 소비자와 연결해줌으로써 농가의 소득 증대를 돕고, 못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산지에서 폐기되는 농산물을 줄여 환경오염을 막는 것이다.

파머스페이스는 현재 350여 곳의 공급처에서 못난이 농산물을 거래한다. 또 개별 소비자가 못난이 농산물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스토어팜을 운영한다. 스토어팜에서는 과일과 채소를 비롯해 즙류 같은 가공식품 등을 판매한다. 못난이 고구마, 못난이 파프리카, 못난이 귤, 못난이 단감 같은 품목이 인기다. 못생겼다고 무작정 가격을 낮게만 책정하는 것은 아니다. 가격은 농가에 이익이 되고 소비자도 저렴하다고 만족할 만한 범위 내에서 책정한다. 시중가보다 적게는 20%, 많게는 50%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결정된다.

찾는 사람이 늘었다지만 자신의 장바구니에 선뜻 못난이 농산물을 담지 못하는 사람도 여전히 많다. 서 대표는 “못난이 농산물이 맛과 영양에 문제가 있었다면 진작에 소비자들이 외면했을 것”이라며 “지속해서 소비가 늘어난다는 것은 분명 못난이 농산물의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못난이 농산물은 맛·영양·가격 모두를 만족시킬 자격을 갖췄다. 파머스페이스와 함께 가치 소비하고 못난이 농산물을 즐겨 이용하는 합리적인 소비자가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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