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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의 사랑 덤덤하게 풀어낸 귀한 작품 놓칠 수 없었죠”

오늘 개봉 ‘윤희에게’ 윤희 役 배우 김희애

  • 국제신문
  • 이원 기자
  •  |  입력 : 2019-11-13 18:44:32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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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의 첫사랑 알게된 딸 새봄
- 그가 사는 일본으로 여행 제안
- 20년 전 기억 돌아보는 과정서
- 중년 여성의 자아 찾는 드라마

- “감성 유지해준 시나리오 덕분
- 망설임 없이 퀴어 감정 연기”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자신만의 아름다움과 연기력을 발산하며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는 배우 김희애가 사랑과 힐링의 기운이 잔잔하게 풍기는 영화로 관객과 만난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 폐막작으로 선정돼 화제를 모은 ‘윤희에게’(개봉 14일)가 바로 그 작품이다. 2016년 BIFF에서 화제를 모았던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를 연출한 임대형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영화 ‘윤희에게’에서 딸의 제안으로 떠난 여행에서 첫사랑의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고 그리움을 조심스럽게 꺼내는 윤희 역을 맡은 김희애. 리틀빅픽처스 제공
일종의 퀴어 영화라 할 수 있는 이 영화는 우연히 일본에서 엄마 윤희에게 온 편지를 읽게 된 딸 새봄(김소혜)이 첫사랑의 비밀을 간직한 엄마와 함께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면서 시작된다. 엄마와 딸의 아름다운 동행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 나가는 시간이 되고, 윤희는 20년 전 첫사랑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자아를 찾는다. 김희애는 동성애에 대해 곱지 못한 사회 시선과 순조롭지 않았던 결혼 생활, 삶의 목적이 된 자식 때문에 자아를 잊고 살았던 윤희를 연기하며 우리에게 용기와 희망을 건넨다.

일본 홋카이도 오타루의 눈 쌓인 겨울의 풍광 속에서 윤희가 느끼는 감정을 주로 표정과 눈빛으로 전한 김희애. 잠시 잊었던 옛사랑과 현재의 삶을 반추하게 해준 그녀를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 ‘윤희에게’가 전하는 메시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윤희에게’는 올해 BIFF 폐막작으로 선정돼 첫선을 보였다. BIFF를 찾았을 때 어떤 느낌은 어땠나?

▶솔직히 기대도 안 하고 있었는데 폐막작으로 선정됐다고 해 깜짝 놀랐다. 물론 너무 행복했다. 또 윤희의 첫사랑 쥰 역으로 일본 배우 나카무라 유코 씨가 출연했는데, 좋은 추억을 만들어준 것 같아서 좋았다.

-‘허스토리’ 이후 많은 영화 출연 제의가 있었을 텐데, 그중 ‘윤희에게’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나중에 드러나지만 너무나 세고 강한 이야기를 마치 우리 이웃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처럼 소박하고 아무렇지 않게 써 내려간 시나리오가 놀라웠다. 한국에서 선호하지 않는 소재일 수 있는데, 흥행에 개의치 않고 쓴 너무 귀한 시나리오였다. 출연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윤희는 20년 전 사랑했던 일본 여성 쥰을 추억하고, 그가 사는 도시로 딸과 여행을 간다. 그런 윤희의 감정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연기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먼저 그 인물을 이해하는 것이다. 물론 저는 윤희와 같은 경험은 없었지만 상상으로 이해해야만 했다. 또 이번 역할은 감성적으로 충만해야 해서 그런 감성을 가지려고 이와 비슷한 느낌의 소설이나 영화를 봤다.

-영화의 주요 장면은 일본 홋카이도 오타루에서 촬영됐다. 오타루는 이와이 순지 감독의 ‘러브레터’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오타루 운하 외에 관광지를 배경으로 촬영하지 않았더라. 주로 주택가가 많아서 인상적이었다.

▶일본 촬영은 2, 3주 정도 됐던 것 같다. 관광지를 배경으로 마치 스케치하듯이 촬영한 영화들은 좋은 결과를 내지 않았던 것 같다. 다행히 우리 제작진도 같은 생각이었다. 오타루가 눈이 많이 오는 곳이어서 눈에 대한 느낌만을 생각했다.

-딸 새봄 역으로 신인 배우인 김소혜 씨가 출연했다. 어떻게 호흡을 맞췄나?

   
영화 ‘윤희에게’ 스틸. 리틀빅픽처스 제공
▶각자 자신이 생각한 대사 톤을 준비해 와서 연기했다. 소혜가 연기를 보니 맞춰볼 것도 없이 새봄이더라. 자연스럽게 잘해서 저만 잘하면 되겠다 싶었다.

-실제로는 아들만 둘을 키우고 있는데, 새봄이 같은 딸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나?

▶딸이 있으면 좋다고들 하는데, 마치 자기가 엄마인 것처럼 윤희를 보살피는 새봄이 같은 딸이 있다면 아마 다른 인생을 사는 것처럼 느껴질 것 같다.

-나카무라 유코 씨는 극 중 쥰처럼 김희애 씨의 어린 시절 사진을 간직하고 자주 봤다고 하더라.

▶제 옛날 사진을 유코 씨에게 보내준 줄 몰라서 저도 그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유코 씨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진 못했지만 성실한 배우인 것 같다. 연기할 때 상대의 눈을 보면 집중하고 있는지 아는데, 그 눈빛에 보답하기 위해 저도 최선을 다해서 연기했다.

-그 장면이 윤희와 쥰이 오타루 다리에서 20년 만에 재회하는 장면일 텐데, 스치듯이 지나치다가 서로를 알아보는 두 분의 연기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 장면 때문에 영화나 책을 보면서 감성을 담금질한 것이다.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까 너무나 자연스럽게 감성이 폭발했다. 아마 감성을 유지해 준 시나리오의 힘 때문인 것 같다. 조금도 망설임 없이 연기했다.

-‘윤희에게’는 중년 여성이 첫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아를 찾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는 점에서 여성의 성장 드라마라고도 할 수 있다. 관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자신을 위한 시간을 얼마나 갖는지 돌아보라고 하고 싶다. 하루, 1주일 속에 자기가 가장 편안하고 평화로운 시간이 얼마나 될까? 중년 이후에는 자기 자신에게 집중해서 사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럴 자격이 있다고 본다.

-최근에 출연한 ‘허스토리’나 ‘윤희에게’는 여성 중심의 영화다. 그래서인지 후배 여배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저는 나문희 선생님, 김혜자 선생님을 보면서 안심하고 희망을 품는다. 후배에게도 여배우의 수명을 길게 하는 그런 중간 다리 역할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최근 여성 영화가 많아지고 있는데, 자리를 잡으려면 작은 소용돌이가 많이 일어나고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더 다양한 영화들이 제작됐으면 한다. 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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