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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휘의 시네필] 신예 배우와 재해석으로도 떠받치기 힘든 왕관 무게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0-30 18:39:23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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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5세’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중에서도 꾸준히 영화의 단골 소재가 된 작품이다. 로렌스 올리비에는 ‘햄릿’(1948)을 극화하기 전에 감독과 주연을 겸해 영화 ‘헨리 5세’(1944)를 만들었고, 그와 마찬가지로 셰익스피어 정극의 대가로 손꼽히는 캐네스 브래너 또한 자신만의 ‘헨리 5세’(1989)로 영화감독을 시작했다. 배우 연기로만 국한하자면 BBC 드라마 ‘할로우 크라운’(2012)에서 톰 히들스턴이 헨리 5세 역을 맡아 열연을 선보인 바 있다. 데이비드 미쇼의 ‘더 킹: 헨리 5세’(2019)는 지금까지 이어져 온 ‘헨리 5세’ 영상화의 계보에 추가될 또 한 편의 재해석으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으로 스타의 반열에 오른 티모시 샬라메가 저명한 선배 배우들의 바통을 이어받아 헨리 5세를 연기한다.
‘더 킹: 헨리 5세’스틸.
영화는 ‘헨리 5세’의 기본적인 줄거리를 그대로 답습한다. 저잣거리에서 방탕한 생활로 나날을 보내던 할 왕자는 부왕 헨리 4세가 죽은 뒤 왕위를 이어받아 헨리 5세로 즉위한다. 선대의 실정으로 혼란해진 내정을 바로잡고 평화를 구축하려던 그는 프랑스왕 샤를 6세로부터 암살 시도를 받자, 이를 명분으로 삼아 대대적인 프랑스 정벌군을 일으킨다. 항구도시 아르플뢰르를 포위해 항복을 받아내고 전진기지를 확보한 헨리 5세는 아쟁쿠르 전투에서 프랑스군과 맞붙어 불리한 전황을 뒤집고 기적적인 승리를 거둔다.

‘더 킹: 헨리 5세’가 이전의 작품과 갈라지는 차이점은 연출과 인물의 해석에서 나타난다. 올리비에와 브래너가 연극으로 경력을 시작한 정극배우 출신답게 무대극의 요소를 영화에 접목하고 절충한다면, 이 영화에서 감독은 리들리 스콧의 ‘로빈 후드’(2010)나 데이비드 메켄지의 ‘아웃로 킹’(2018)과 같은 사실주의 노선의 시대극 연출을 추구한다. 올리비에가 헨리 5세를 위풍당당한 고전적 영웅상으로 연기했다면, 샬라메의 육체를 입고 재창조된 우리 시대의 헨리 5세는 일종의 안티 히어로에 가깝다. 살라메가 연기하는 헨리 5세는 처음엔 동료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내성적인 청년이며, 권모술수와 살상을 꺼리는 순수한 이상주의자로 그려진다. 영화는 그랬던 그가 군주로서의 짐을 짊어지면서부터 본연의 의도와는 달리 전쟁의 피와 폭력, 정략과 음모의 세계에 휘말리고 변질되는 과정을 다룬다.

헨리 5세라는 배역은 셰익스피어의 세계에서 무척이나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맥베스처럼 야심 차지만 그보다 고결하고, 햄릿이나 로미오보다 강인하며, 낭만적이지만 오셀로보다 현명하다. 올리비에와 브래너, 히들스턴은 남성적 미덕의 복합체라 할 수 있는 이러한 헨리 5세의 캐릭터를 각자의 방식으로 충실히 구현한 바 있다. 샬라메는 다르다. 영화 속에서 샬라메는 별다른 연기라 할 것을 보이지 않은 채 섬약한 청년의 이미지로서만 일관한다. 헨리 5세의 감정은 샬라메의 표정과 몸짓이 아니라 숀 해리스, 조엘 에저튼, 벤 멘델손과 같은 관록 있는 조연들과의 앙상블을 통해서야 간신히 빚어진다. ‘더 킹: 헨리 5세’에서 감독은 셰익스피어의 원전에 대한 독자적인 재해석을 보여주지만, 대리석 조각 같은 이미지로만 존재할 뿐인 젊은 배우의 역량만으로는 헨리 5세의 왕관을 떠받치기에 역부족이었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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