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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야경 따라 ‘8㎞ 산행’…바다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

산복도로 달빛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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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 워터스포츠 사업중 하나
- 참가자들 지하철역 앞서 만나
- 범일동~민주공원 4시간여 여정
- 수정산 능선 오르며 야경 즐겨
- 진행 크루는 지역소개도 곁들여
- 이균도 씨도 부친과 함께 참여

- 사계절 관광지 변신 꾀하는 市
- 공모로 선정한 체험 프로그램
- 해수욕장 밖 레저 상품화 박차

지난여름(6~8월) 부산지역 해수욕장 7곳의 이용객이 지난해보다 440만 명이나 줄었다. 국내외 호텔에서 여유롭게 휴가를 즐기는 ‘호캉스’가 유행하면서 복잡하고 뜨거운 여름철 해수욕장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관광도시 부산으로선 비상 상황이다. 여름철 여행지가 아닌 ‘사계절 여행지’로의 변신이 시급하다. 해수욕에서 벗어나 관광객을 유인할 다채로운 해양 스포츠의 활성화도 요구된다.
   
지난 26일 부산 워터스포츠 페스티벌 ‘산복도로 달빛 트레킹’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호천마을 뒤편 호천통일동산에서 부산항 야경을 바라보고 있다.
이런 과제를 안고 부산시와 부산관광공사가 올여름과 가을, 워터스포츠 활성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아웃도어 액티비티 서비스 플랫폼 업체 엑스크루(xCREW)가 중심이 돼 사계절 부산 바다를 즐길 수 있는 테마형 상품을 만들었다. 지난 7월에는 ‘워터스포츠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지난 12일부터 27일까지는 ‘부산 워터스포츠 페스티벌’이 열렸다. 프로그램 공개모집을 통해 비치 런, 선셋 필라테스, 선셋 서프, 요트투어 등 다채로운 워터스포츠 프로그램이 진행된 가운데 바다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 바다를 바라보며 스포츠를 즐기는 ‘산복도로 달빛 트레킹’이 인기를 끌었다. 지난달 7일과 지난 26일 두 차례 열린 산복도로 달빛 트레킹은 정원 10명이 금세 마감됐고, 신청을 못 해 무작정 출발지로 찾아온 참가자까지 있었다. 참가비는 1만 원이었다.

지난 26일 오후 5시 부산 동구 도시철도 1호선 범일역 7번 출구 현대백화점 앞.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어색하게 인사를 나눴다. 모인 사람들은 ‘산복도로 달빛 트레킹’ 참가자와 엑스크루 관계자 2명, 프로그램 기획자 김화영 크루까지 모두 16명이었다. 친구, 연인, 직장 동료, 가족이 함께 참가한 팀이 많았고 홀로 온 참가자도 있었다. 발달장애인으로 전국을 걸어서 여행한 이균도 씨와 균도 씨의 아버지인 사회운동가 이진섭 씨도 참가했다. 참가자의 연령과 직업은 다양했다. 엑스크루 관계자에게 헤드 랜턴과 이온 음료를 받아 가방에 넣고 수정산으로 출발했다.

산복도로 달빛 트레킹 코스는 현대백화점~호천마을~수정산 능선~민주공원으로 8㎞, 약 4시간 코스다. 수정산은 부산항대교, 영도대교, 남항대교가 한눈에 보여 부산에서 손꼽히는 야경 명소다. 6·25전쟁 이후 부산 원도심 주민이 억척스럽게 살아온 이야기를 품은 동네이기도 하다. 김 크루가 트레킹 코스로 이곳을 선택한 이유다.

영화 ‘친구’ 속 네 친구가 달렸던 범일동 철길 위 구름다리를 지나 다소 가파른 동네 길을 걷다 보니 드라마 ‘쌈, 마이웨이’ 촬영지인 호천마을에 도착했다. 오후 5시50분, 마침 해가 완전히 떨어져 가로등이 하나둘 켜졌다. 호천마을 생활문화센터에 오르니 아랫동네가 별처럼 반짝거린다. 참가자들의 휴대전화 카메라가 바빠졌다. 김화영 크루는 “앞에 보이는 증산이 부산(釜山)의 어원인 솥뚜껑 모양 산이라는 학설이 있다”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헤드 랜턴을 착용하고 본격적인 야간 산행에 돌입했다. 산속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일행이 없거나 두 명 정도라면 쉽게 도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날은 10명 넘는 동행이 있어 든든했다. 힘차게 걸어야 등판이 살짝 젖을 정도로 선선한 날씨라 야간산행을 하기에 더없이 좋았다. 조용한 산과 맑은 공기를 통째로 전세 낸 기분에 야간산행을 하는구나 싶었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부산진구 범천동에서 수정산으로 가는 골목길을 걷고 있다.
김 크루는 호천통일동산에 올라 통일교가 부산에 정착한 역사를 설명했고, 구봉산 봉수대를 지날 땐 봉수대의 역할을 알려줬다. 수정산 능선을 타며 드문드문 보이던 부산 야경은 수정산 전망대에 이르러 절정에 이르렀다. 전망대는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 입항하는 크루즈선에 안전한 항로를 알려주는 부산항 도등(導燈)을 등졌다. 김 크루는 롯데백화점 광복점 측면에 보이는 영도다리의 역사와 애환을 들려주며 6·25전쟁 때 부산의 생활사가 담긴 ‘굳세어라 금순아’ 노래를 휴대전화로 들려줬다.

수정산 전망대에서 종착지인 민주공원까지 약 30분이 걸렸다. 도착 시각은 밤 9시30분. 참가자들은 그새 친해져 반가운 얼굴로 인사를 나누고 각자 시내버스를 타고 헤어졌다. 이진섭 씨는 “균도가 나보다 잘 걸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스포츠를 즐기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참가자 허선혜(35) 씨는 “오랜만에 직장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트레킹을 할 수 있어 이색적이었다”고 했다. 한 참가자는 “다음 달빛 트레킹 일정도 잡아달라”고 재촉했다.

올해 부산워터스포츠 활성화 프로그램은 끝났다. 그렇지만 부산의 역사와 생활사를 들으며 부산의 바다와 야경을 즐길 수 있는 달빛 트레킹의 관광 상품화 가능성은 무궁무진해 보였다.

글·사진=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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