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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전통주 양조장 <6> 금정구 부산산성양조

3대째 이어온 ‘기찰탁주’… 제품 고급화로 옛 명성 되찾기 승부수

  • 국제신문
  •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  입력 : 2019-09-25 18:48:41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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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검문소 뜻하는 부곡동 ‘기찰’
- 인근 주막거리서 만든 게 시초
- 일제강점기 1대부터 91년 역사

- 부산 양조장 통합으로 잠시 주춤
- 2대 때 재창업, 수출 활로 열어
- 1년 냉동보관해도 맛·영양 생생
- 세계 주류 품평회서 기술 인정

- 쌀 100% 기찰쌀탁·산성막걸리
- 묵직한 기찰생탁주 등 5종 유통

부산에 3대째 91년간 이어온 막걸리 양조장이 있다. 금정구 부곡동 ‘부산산성양조’다. 도시철도 1호선 장전역에서 온천천을 따라 부산대역 방향으로 조금만 가면 양조장이 보인다. 양조장 앞뒤가 모두 아파트 단지라 그런지 자주 지나다니는 사람도 이곳에 양조장이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기찰탁주’로 더 익숙한 부산산성양조의 역사와 맛을 살펴봤다. 2대인 김태윤(74) 전 대표가 부산산성양조의 역사를 생생하게 들려줬고, 3대인 김기헌(41) 대표가 양조장의 미래를 이야기했다.
   
부산 금정구 부곡동 부산산성양조에서 3대 대표 김기헌 씨가 양조장에서 생산한 막걸리를 보여주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기찰탁주’는 부산산성양조의 오래된 브랜드이고 동시에 부곡동 일대인 옛 ‘기찰’ 인근 지역에서 만든 막걸리를 뜻한다. 기찰(譏察)이란 밀입국자나 밀무역자를 단속하는 기관으로 지금의 검문소와 같았다. 현 부곡동에는 옛 동래부로 통하는 기찰이 있어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고, 자연스럽게 주막거리가 형성됐다. 주막마다 막걸리를 만들어 팔면서 기찰탁주의 역사가 시작됐다. 일제강점기에 주류제조 면허제가 시행되자 현 부산산성양조의 전신인 부곡양조장이 1928년 면허를 받았다. 정확히 알 수 없는 어느 시점에 1대 김학도(1978년 작고) 전 대표가 양조장을 인수했다. 1971년 2대, 2010년 3대가 대표를 이어받았다.

   
김 대표가 직원과 막걸리 상태를 점검하는 모습.
양조장이 잠깐 문을 닫은 적도 있다. 1968년 부산지역 43개 막걸리 회사가 국가 주도로 부산탁약주제조협회라는 이름으로 통합됐다. 공동 제조, 공동 판매로 경쟁력을 높인다는 목적이었으나 고유의 특색 있는 막걸리를 생산하던 양조장들이 일시에 없어져 버린 안타까운 일이었다. 김태윤 전 대표는 1971년 ‘부산약주양조공사’를 재창업해 막걸리가 아닌 약주를 만들어 국내에 유통했고, 막걸리는 수출만 했다. 1979년에는 부산산성양조공사로 사명을 변경했다. 부산산성양조는 2002년 비로소 주류제조면허를 취득해 국내에도 막걸리를 팔기 시작했다. 91년의 역사가 있지만 국내에 다시 이름을 알린 건 17년이 된 셈이다.

   
일본에 수출한 부산산성양조의 막걸리 패키지.
일본 수출은 1980년대 후반, 미국 수출은 2012년 시작했다. 까다로운 일본·미국 수출 길을 뚫으려고 생산 라인을 고도화하고,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병 안팎을 오존수로 세척하는 공정을 마련했고, 다 만들어진 막걸리는 원심분리와 진동 두 단계로 밀 껍질 등 찌꺼기를 완벽히 제거했다. 출고할 땐 한 병 한 병 육안으로 혹시 막걸리가 병 밖으로 새지 않았는지 확인한다. 막걸리가 흐른 상태로 유통하면 금방 곰팡이가 피어 그동안 쌓아 올린 신뢰가 한 번에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생막걸리 유통기한이 보통 3주다. 일본에 납품하기 위해서는 유통기한을 늘려야 했다. 이에 냉동 기술을 개발했다. 부산산성양조의 기술로 생막걸리를 얼리면 1년 후 해동해도 탄산과 몸에 좋은 효모가 살아 있다고 한다. 맛과 기술을 인정받아 2011년엔 세계 주류 품평회인 벨기에 ‘MONDE SELECTION’에서 은상을 받았다.

김태윤 전 대표는 “일본 거래처 사장이 10년간 우리 물량이 들어갈 때마다 품질 검사를 했다. 10년 동안 한 번도 문제가 없으니 이제는 검사를 안 하겠다고 하더라. 91년간 회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건 손해 보더라도 ‘신뢰’를 지켰기 때문”이라고 자부했다.

   
현재 생산하는 내수, 수출용 막걸리 패키지.
국내에 유통되는 부산산성양조 막걸리는 대표적으로 5종이다. 특히 ‘기찰쌀탁’과 ‘산성막걸리’는 보기 힘든 쌀 100% 막걸리다. 막걸리 색깔이 희고 맛은 맑고 깨끗하다. ‘기찰생탁주’와 ‘부산산성막걸리’에는 밀 30%, 쌀 70% 비율로 들어간다. 묵직한 식감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찾는다. ‘동래산성마을막걸리’는 누룩 함량을 앞의 4종보다 많이 높였다. 옛날 막걸리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일본에선 쌀 100%에 누룩이 소량 들어간 막걸리가 주로 유통된다. 모든 막걸리는 수질 좋은 지하수를 끌어 올려 만든다. 물맛은 술맛을 좌우한다.

일본에서 한때 막걸리 붐이 일었지만 독도문제와 최근 한일 관계 경색으로 수출 물량이 크게 줄었다. 부산산성양조는 전통을 지키며 건전한 경영을 하고 있지만 부산 막걸리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지는 못했다. 3대 대표는 어떤 미래를 꿈꿀까. “막걸리 고급화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중보다 마니아가 찾겠지만 ‘싼 술’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야 막걸리 시장이 넓어지고, 회사도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습니다.” (051)582-0659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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