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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강현의 세계의 해양박물관 <18> 핀란드 올란드해양박물관

100년 전 거대 실물 범선 전시… 과거 발트해 물류도시 위용 과시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9-25 19:36:22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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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이 많아 교통수단 배에 의지
- 스웨덴과 본토 항해 중간 기점
- 항해·군사 요충지 역할 도맡아

- 지역사회 힘 모아 1954년 개관
- 리노베이션 거쳐 2012년 새단장
- 이달 세계해양박물관 총회 유치

- 시계 등 도구 통한 항해법 설명
- 선원 편지 스토리텔링으로 전시
- 선박 그림·수호신 휘거도 눈길

핀란드는 ‘숲과 호수’의 나라다. 그런데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여 ‘숲과 호수와 섬’의 나라로 추가 명명함이 옳다. 그만큼 섬이 많은 나라다. 그중에서도 가장 크고 위력 있는 섬 중의 하나가 올란드다. 올란드는 낙지발처럼 반도와 만이 형성됐고 수많은 섬이 딸려 배 없이는 못 살던 곳이다. 핀란드와 스웨덴의 중간 수역에 위치하여 예로부터 군사전략 요충지였으며 항해의 중간 기점이었다.
올란드해양박물관에 전시된 범선 폼메른의 실물. 폼메른은 1903년 스코틀랜드에서 건조된 마지막 범선으로, 당시의 실물 범선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경우는 희귀하다.
■세계해양박물관 총회 개최

2019 세계해양박물관(ICMM) 총회가 이번 달 스웨덴 스톡홀름과 핀란드 올란드에서 열렸다. 스톡홀름 바사호박물관에서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발트해를 누비는 바이킹 라인을 타고 선상 포럼을 하면서 5시간 반 만에 올란드 터미널에 당도했다. 세계해양박물관 총회를 유치할 정도로 북유럽에서는 나름 명망 있는 해양박물관이다.

범선 폼메른의 휘거(배의 앞부분에 매다는 수호신).
오로지 배에만 의지해서 살아온 올란드는 한적하다 못해 지루하기까지 한 조용한 섬이다, 그러나 한때 국제무역선을 띄웠던 ‘물류의 섬’이었다. 크루즈 터미널에서 1㎞ 떨어진 해변에 해양박물관이 위치한다. 박물관 역사는 1920년대로 소급한다. 칼 홀름비스트 선장은 범선의 시대가 끝나고 동력선의 시대가 왔음을 감지하면서, 범선 유물이 모두 사라질 것을 우려했다. 그때부터 활발하게 수집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평생 바다에서 일해 온 선장의 예감이 미래를 예비하는 지혜를 발휘한 경우다.

한 개인이 수행하기에는 힘에 벅찬 일이다. 마침내 1935년에 올란드 항해클럽이 조직되고 해양의 역사를 정리하는 중대한 임무를 떠맡는다. 선박 소유주, 선원 그리고 섬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금하여 1949년 박물관 건축이 완료되고, 5년 후에 공식 개관한다. 박물관은 2009년에 리노베이션을 시작하여 2012년에 새롭게 개장한다.

■올란드 선박 물류 역사 정리

올란드해양박물관 전경.
올란드의 역사 역시 북유럽의 역사가 대부분 그러하듯이 바이킹시대를 거친다. 그러나 본격적인 선박 물류의 역사는 13세기 초반 농민들이 배를 띄워 발트해 무역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올란드에서는 장작 물고기 농산물 등을 팔았고, 발트해 바깥에서는 쇠와 소금 커피 향료 등을 사들였다. 섬의 유력한 가문이 이들 배를 운영했다. 1700년대에는 스톡홀름이 주 항로였는데, 1830년대 이후부터는 핀란드 내륙으로 향했다. 국제 정세의 변화에 따라 항로도 변했다.

산업화는 유럽 전역에서 많은 나무와 쇠를 요구했다. 1830년대에 올란드 배는 발트해에 목재를 운반하기 시작했고, 1850년대부터는 북해를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항해는 보통 4월부터 12월까지 계속되었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1900년대가 시작되면서부터다. 쇠와 철이 섬에 들어오면서, 이를 이용해 철선이 건조되었다. 철선은 적재량이 높았으며, 나무를 싣고 북유럽에서 남아프리카와 호주까지 내다 팔았고, 호주에서는 곡식을 싣고 돌아왔다. 장거리 대항해시대가 올란드섬에 처음 열린 것이다.

올란드해양박물관에는 호주에서 곡식을 싣고 가장 빠른 시일 내에 돌아오는 ‘곡식 경주(Grain Race)’ 전시가 마련되어 있다. 재현된 선장실, 2층 선원 침대와 개인 사물함, 자그마한 서가를 선체에 매단 도서관, 들른 곳에서 수집한 특이한 기념품과 소소한 시간 때우기용 물건들, 200여 년 전 실물로는 드물게 남은 북아프리카의 해적 깃발 등이 대항해 무역과 관련하여 전시되고 있다.

올란드의 중심 항구인 마리에함(Mariehamn) 항구에 대해서도 전시 공간을 할애한다. 마리에함이 차르 알렉산드르 2세에 의해 ‘발견’된 것은 1861년이며, 그로부터 세관 건물과 창고가 세워지고 항해가 빈번해졌다. 곧이어 선원 숙소와 보험회사 출입국 관리소 해사학교 등이 들어섰다. 마리에함은 남쪽으로 길게 늘어진 반도 형태로 발트해 진출에 유리하다. 1층에 마리에함 항구에 정박한 선박모형이 디오라마로 전시되어 있다. 선원과 가족친지가 주고받은 편지, 선원 가족을 둘러싼 스토리텔링이 마리에함 주민들에게는 자신들 직계 조상의 역사에 해당하는 셈이다.

2층에는 다양한 항해 도구를 통해 항해 기술을 설명한다. 당대에 발명된 시계를 이용한 경도의 발견, 개량된 아스톨라라베, 정밀한 해도첩도 전시된다. 케이프혼(Cape Horn)을 돌아오는 항해의 역사에 강조점을 찍고 있어, 거기까지 오가는 항로가 기록된 해도들이 보관 전시된다. 현대적 엔진을 탑재한 배의 역사도 소개하고 있는데 선박수리용 도구와 증기 엔진이 그대로 보관되어 있다.

■실물 범선 전시…백미는 휘거

박물관에 전시된 휘거.
올란드해양박물관의 가장 큰 볼거리는 1903년 스코틀랜드에서 건조된 마지막 범선 폼메른(Pommern)의 실물 전시다. 당대에 건조된 실물 범선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희귀한 경우다. 박물관 앞에 범선을 고정해 정박시켰다. 파도 등을 견디기 위하여 선박 테두리에 철근콘크리트로 옹벽을 쳐서 안전하고 항구적으로 보호하고, 선박 전체를 박물관으로 개조하여 일반에게 개방하고 있다. 바다에서의 안전 지킴이인 등대유물 등이 전시되고 있으며, 관람객은 선박 하부까지 엘리베이터와 층계로 내려갈 수 있다. 호주까지 가는 동안 배의 밸러스트를 위해서 모래를 채우고, 돌아올 때는 곡식으로 채우는 순환 방식을 보여준다. 당대의 사진을 곳곳에 설치하여 항해의 역사를 반추한다.

박물관의 굽이진 언덕에서 보이는 풍경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자작나무가 적당히 서 있는 틈새로 범선이 보이고 첨단적이지는 않지만 핀란드풍의 소박한 박물관 건축물이 조화를 이룬다. 배를 운전하는 키를 쥔 사내를 조각으로 세워두었다. 그런데 그 옆을 자세히 보면 바다에서 죽어간 이들을 기리는 추모기념벽이 서 있음을 알게 된다. 바다와 죽음, 바닷사람들의 노고를 해양박물관에 하나의 작은 기억투쟁으로 전승하는 중이다.

박물관의 백미는 역시 휘거다. 휘거는 선두에 매다는 수호신이다. 대체로 여성의 신격을 숭상하여 여신 조각을 매단다. 특이하게 폼메른 선박을 발주한 주인 남자를 조각한 사례가 유물로 전해온다. 수준 높은 화가는 아니지만 지방 화가들이 그린 다양한 선박 그림도 당대 선박사를 알려주는 좋은 자료다. 이 박물관 역시 어린이를 위한 체험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해상안전을 포함한 다양한 바다체험을 할 수 있게 한다.

올란드에는 오늘날 더는 글로벌 항해물류가 없다. 수산과 해양관광 크루즈, 요트업 등이 발달한 섬에 불과하다. 그러나 자신들의 바다 역사를 기록하고 이를 전시하여 알리는 일에 섬 전체가 동의하고 활발하게 움직인다. 오랜 섬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야무진 박물관은 꿈도 꾸지 않는 한국의 섬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국립해양박물관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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