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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강현의 세계의 해양박물관 <17> 오키나와 해양문화관

日 해양개발박람회의 선물 … 태평양 지역 희귀 선박·유물 남겼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9-11 18:46:01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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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주민 달래려 박람회 개최
- 학자 ·전문가 해외 각지에 보내
- 유물 수집하고 현장조사 수행

- 나무껍질로 만든 돛 단 트윈 선박
- 다양한 의례에 쓰인 배 등 수집
- 통발·작살·낚시 등 어구도 전시돼

- 부산시 세계박람회 유치 총력전
- 준비 과정 투자 효과뿐 아니라
- 무엇을 남길 것인지 생각해야

부산시는 세계박람회 유치를 구상 중이다. 박람회 유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박람회가 끝난 후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여수세계박람회 이후에 무엇이 남았는지를 생각해본다면, 무조건적 투자로만 즐거워할 일이 아니다. 그러한 점에서 오키나와 해양문화관을 남긴 1975년 사례를 새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키나와 북쪽에 세계박람회를 개최한 공간이 그대로 남아 있으며, 그 한복판에 해양문화관을 남겼다. 두말할 것 없이 해양문화관은 그 자체 오키나와의 해양박물관이다.
   
일본 오키나와 해양문화관의 전통 돛을 매단 트윈 선박. 오키나와 해양박문화관의 전시물 가운데는 오늘날 거의 수집할 수 없는 선박들이 많다.
■일본이면서도 일본이 아닌 나라

‘일본이면서도 일본이 아닌’ 또 하나의 나라. 독립국 류큐왕국이 사쓰마번에 복속되어 오랜 식민 지배를 받았다. 메이지 유신 이후에는 마침내 일본에 한 개의 번으로 병합되었다. 전후에는 미군이 점령하고 있다가 주민들의 선거를 거쳐서 일본 복속이 결정된다. 오키나와 사람 입장에서는 일본 복속이 최선의 상태는 아니었으나 경제적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런 과정에서 오키나와를 위무할 생각을 가지고 개최된 것이 1975년의 오키나와 세계박람회다.

   
인도네시아 의례용 건축.
일본 통산성은 ‘국제해양개발박람회’를 구상해 ‘해양박람회’가 아닌 ‘해양개발박람회’로 ‘개발’에 임했다. 박람회장 안에서는 환경 피해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으나 회장 밖의 주변부는 짧은 기간에 공사가 진행되어 환경 훼손이 심각했다. 산호초가 사라졌으며 환경이 무너져 갔다. 전시관이나 전시 내용에서 개발을 주요 콘셉트로 하고 미래도시를 그 공간모델로 삼았다.

야마가와해안에 123억 엔을 투입해 해상도시의 상징탑인 아쿠아폴리스를 세웠다. 전시관은 ‘바다의 축복’ ‘전쟁의 길’ ‘민족의 상상력’이라는 3개 테마로 구성된 오키나와관, 스미토모관과 히타치관 등으로 이루어진 기업관, 고래관, 어린이 과학관, 극지를 연출한 해양의 미도리관, 마쓰시다관 등이 마련되었다.

■희귀한 유물 된 태평양 선박

   
다양한 목각 신상과 어로 도구.
그중에서도 중심을 차지하는 해양문화관은 일본 해양박물관 역사에 나름 의미가 깊다. 폴리네시아 멜라네시아 뉴질랜드 등 아시아 태평양의 해양문화 관련 유물을 수집 전시했으며, 박람회 이후 해양문화관으로 상설 전시되는 중이다. 해양문화관은 평면적 구성으로, 다양한 선박 전시가 돋보인다. 의례 등에 쓰인 선박들이 정박했고 다양한 어로도구, 제의도구, 놀이도구 등 생활 의례적 소품들이 곁들여 전시되고 있다.

일본은 오키나와 박람회를 위해 많은 학자와 전문가를 태평양에 파견했으며, 유물을 수집하고 현장조사를 수행했다. 1970년대의 경제적 부를 기반으로 일본의 민족지적 해양연구를 과감하게 진행시켰다. 태평양지역 인류학의 권위자인 아키미치 도모야(秋道智彌) 같은 학자들이 이러한 1970년대의 과감한 해양 투자에 힘입어 배출된 것이다.

   
태평양의 통나무배.
어쩌면 당시에도 이들 선박과 유물 수집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현지에서 유물을 수집하고 선박을 오키나와까지 옮기는 과정은 번거롭고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었다. 전시 유물 중 선박이 가장 돋보인다. 오늘날에는 거의 수집할 수 없는 것들이다. 가령 전통 돛을 매단 트윈 선박이 있는데, 나무껍질을 두드려서 만든 타파로 돛을 매달았다. 타파는 지금도 복식 등에 일부 전통이 살아 있으나 돛으로 남은 것은 현지에서도 귀하다. 다양한 의례에 쓰인 선박도 의미가 있다. 지금은 이러한 전통의례가 사라져서 유물 구하기가 쉽지 않다. 1970년대 상황에서나 그런대로 수집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오키나와 해양문화관을 만든 사람들의 글로벌적 수집과 연구는 높게 평가해주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통발, 작살, 낚시 등 다양한 어로 도구도 유리장 안에 전시하고 있다. 목각 신상도 해역별로 수집 전시됐다. 당연히 이러한 소품들도 오늘날 현지에서는 구하기 어려울 것이다. 수집 연대가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이었으므로 그만큼 유물의 질이 높다. 전통적인 품격이 엿보인다. 큰 의미는 없으나 고래상어 등 다양한 태평양 생물의 박제도 전시장에 선보인다. 실제로 박람회에 전시되었던 많은 유물이 오키나와 민족학박물관으로 이관되었다. 동아시아 유수의 박물관으로 손꼽히는 오사카민족학박물관이 가진 양질의 유물과 학술 연구가 오키나와 해양문화관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찍이 남양군도 경영 경험

   
일본은 일찍이 남양군도를 경영하는 등 아시아퍼시픽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침략과 식민 지배를 감행했다. 일본이 가진 태평양에 관한 관심과 지식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그러한 점에서 신남방정책을 구사하면서 남방 해양으로 나아가려는 오늘날 한국의 정책은 나름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의 태평양에 대한 관심과 정보 수준은 제한적이다. 태평양 유물 및 선박 수집의 역사와 현지조사 연구의 경험도 일천하다. 오키나와 해양문화관의 건설과정과 전시콘텐츠에서 우리가 배워야할 바다. 세계박람회를 준비하는 부산시의 입장에서, 박람회 이후에 이만한 전시관·박물관을 남길 자신이 있는지를 되묻게 된다.

국립해양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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