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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부산의 전통주 양조장 <3> 동래 제이케이크래프트

부산 쌀로만 100일간 세 번 발효… 맛·향 다 즐기는 고급 막걸리

  • 국제신문
  •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  입력 : 2019-08-21 18:44:59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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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효학·양조학 전공 조태영 대표
- ‘값싼 술’ 편견 엎을 막걸리 구상
- 오랜 발효로 특유의 숙취 없애고
- 도심 한복판에 양조장 열어서
- 고객 욕구·피드백 재빨리 수용
- 인공 감미료 전혀 쓰지 않고
- 품질좋은 강서 해풍쌀로만 빚어
- 1만2000원 가격이 납득되는 맛
‘막걸리는 와인보다 알코올 함량이 낮은데 왜 숙취가 더 심할까’. 부산의 전통주 제조업체 제이케이크래프트 조태영(37) 대표가 막걸리(탁주) 제조에 뛰어들기 전 가졌던 의문이다.
   
부산 동래구 사직동 전통주 제조업체 ‘제이케이크래프트’ 조태영 대표(가운데)와 직원들이 ‘기다림’ 시리즈 4종을 소개하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제이케이크래프트의 양조장은 도심 한가운데 있다. 부산 동래구 사직동 조용한 주택가에 있는 3층짜리 상가건물이다. 1층은 양조장, 2층은 막걸리 비누·샴푸 제조공장, 3층은 사무실로 쓴다. ‘JKCRAFT’라고 쓰인 작은 간판 하나만 있을 뿐 양조장이라고 눈치챌 만한 ‘단서’가 없어 대부분 주민이 양조장일 거라곤 상상도 못한 채 매일 지나친다.

조 대표는 ‘양조장이 꼭 시골에 있어야 할까’라고 생각했다. 모든 공정은 사람 손을 거치고 하루 최대 200병 생산하는 소규모 양조장, 제이케이크래프트는 넓은 장소가 필요치 않았다. 트렌드를 즉각 캐치하고 고객의 요구를 바로 알아차리기에도 도심이 유리하다. 도심에서 만들어서일까. 제이케이크래프트의 술은 세련됐다. 맛도 그렇고, 외양도 그렇다.

   
조 대표가 발효 중인 술을 살펴보고 있다.
일본에서 발효학을 공부한 뒤 현지에서 와인 소믈리에로 일한 조 대표는 건국대 생물공학과 대학원에서 양조학을 전공하며 전통주에 관심을 갖게 됐다. “막걸리는 많이 먹지 않아도 머리가 아프거나 복통을 느낄 때가 있었어요. 연구를 하다 보니 막걸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효가 제대로 안 돼 그런 증상이 나타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시판되는 막걸리의 편견을 뒤엎을 수 있는 막걸리를 만들면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016년 제이케이크래프트 법인을 설립하고 처음 출시한 제품이 ‘기다림34’다. ‘기다림’은 술을 만든 긴 시간을, ‘34’는 조 대표의 당시 나이를 담았다. 기다림34는 일반적인 막걸리 도수 6도보다 높은 12도다. 가격은 그때도 지금도 500㎖ 한 병에 1만2000원. “무슨 막걸리가 이렇게 비싸냐”는 지적을 많이 들었다.

그러나 타당한 이유가 있다. 기다림34는 꼬박 100일 동안 만든다. 세 차례 발효 과정을 거치는 동안 일일이 상태를 점검하며 발효 환경을 조정한다. 조 대표가 발효 전문가이기에 술과의 대화가 가능하다. 막걸리를 만드는 데 쓰는 쌀은 부산 강서구 해포도에서 가져온다. 수확량이 많지 않아 가격대가 높지만 부산 술은 부산 쌀로 만들고 싶다는 소신이 있었다. 해풍 속에 자란 쌀의 품질 또한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다. 인공 감미료는 전혀 쓰지 않는다.

기다림34를 마셔보면 “완전히 새로운 막걸리”라는 평이 절로 나온다. 와인은 향부터 즐긴 뒤 마시지만 막걸리는 보통 입으로 바로 직행한다. 별로 특별한 향이 없기 때문이다. 기다림34는 다르다. 술에서 달콤한 과일 향과 은은한 꽃향기가 난다. 향을 충분히 즐긴 뒤 막걸리를 머금으면 묵직한 질감이 느껴진다. 목 넘김은 부드럽고 뒷맛은 깔끔하다. 1만2000원이 아깝지 않은 맛이다.

두 번째 출시한 제품 ‘기다림’은 막걸리가 아닌 약주다. 흔히 ‘청주’라고 말하는 주종이다. 기다림34처럼 100일 동안 만들고, 다채로운 향과 맛이 특징이다. 고급스러운 맛 덕분에 각종 행사 만찬용 술로 사랑받고 있다.

기다림 16, 25는 앞의 두 종보다 가볍게 즐길 수 있다. 알코올 함량도 가격도 앞선 두 제품보다 많이 낮췄다. 맥주가 깔끔한 맛의 라거와 향기롭고 맛이 깊은 에일 두 종류가 있듯이 막걸리도 두 가지 개성으로 표현했다. ‘기다림 16’을 16도에서 발효했는데 이는 향을 만드는 데 최적의 온도다. 향과 더불어 흑미로 만들어 달곰한 맛도 인기 요인이다. 마니아를 가장 많이 확보한 제품이다. ‘기다림 25’는 25도에서 발효시켰는데 이는 효모가 가장 좋아하는 온도다. 자연과 미생물이 만든 최적의 결과물을 맛볼 수 있다.

제이케이크래프트는 고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올 하반기 감천문화마을에 양조장과 함께 카페처럼 편하게 들어올 수 있는 판매장을 개장한다. 부산대 앞에서 성황리에 운영하다 잠깐 문을 닫은 ‘기다림 펍’도 재개장할 예정이다. 막걸리 효소로 만든 샴푸, 비누 등 미용 제품은 술 만큼 인기가 많다. 기다림 제품은 홈페이지(www.gidarim.co.kr)에서 구매할 수 있다. 070-7574-5549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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