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제강점기 봉오동 골짜기 부대
- 민초들 중 큰형 황해철 역 맡아
- “그들 대표해도 되나 걱정·부담
- 시나리오 통쾌함에 끌려 출연
- 산속·벌판 등 전투화 신고 뛰어
- 평소 꾸준한 운동이 많은 도움
- 무쇠 칼 들고 실전같은 액션신
- 류준열, 자꾸 정이 가는 친구”
일본의 도발로 시작한 한일 경제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참으로 시의적절한’ 영화 한 편이 관객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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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군 연합부대가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첫 대규모 승리를 쟁취한 1920년 6월 봉오동 전투를 영화화한 ‘봉오동 전투’. 쇼박스 제공 |
특히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은 올해 광복절을 앞두고 개봉하는 ‘봉오동 전투’(7일 개봉)는 일제강점기인 1920년 6월, 독립군 연합부대가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첫 대규모 승리를 쟁취한 봉오동 전투를 영화화해 기대를 모은다.
‘봉오동 전투’는 한 명의 영웅이 아닌 평범한 민초들이 독립군이 되어 함께 일궈낸 첫 승리라는 점에서 더욱더 의미가 깊다. 최근 ‘택시운전사’ ‘1987’ ‘말모이’ 등 근현대사를 다룬 영화에서 평범한 서민 역으로 친근함을 더한 유해진은 ‘봉오동 전투’에서 독립군의 큰형 황해철 역을 맡아 봉오동 골짜기를 누빈다. 특히 대도를 들고 일본군을 향해 돌진하는 장면에서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유해진의 또 다른 카리스마를 만날 수 있다.
99년 전 그날의 승리를 그리기 위해 ‘봉오동 전투’에 출연한 유해진을 만나 쉽지 않았던 촬영 과정을 비롯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말모이’에 이어 ‘봉오동 전투’까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 연이어 출연했다.
▶같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라 부담이 있었다. 그리고 민초들이 이뤄놓은 우리말 지키기와 독립운동을 그리는 것이라 역시 부담이 됐다. 제가 자꾸 민초를 대표하는 역을 해도 괜찮은 것인지 양심상의 문제가 있었다. 제가 좋은 사람의 대변인이 돼도 되는지, 그 시대의 가려져 있던 위대한 사람들의 역을 대변해도 되는지 그런 양심의 문제였다. 또 한 가지는 만만치 않은 전투 신이 있는데 육체적으로 잘 이겨낼 수 있을지도 걱정이었다.
-망설임을 이기게 한 것은 무엇인가.
▶시나리오가 너무 좋았다. 통쾌함이 있었다. 봉오동 전투는 알고 있었지만 그 승리가 있기까지 이름 모를 독립군 이야기를 그린다는 것에 끌렸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원신연 감독과 작업하고 싶었다.
-올해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고, 현재 일본과의 관계나 광복절을 앞둔 상황을 감안하면 ‘봉오동 전투’는 시의적절한 영화다.
▶현재 우리나라가 좋은 상황이 아닌데 우리 영화가 그런 도움을 받아 흥행이 잘 된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닌 듯하다. 흥행은 영화의 힘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가 감동을 주지 못하고 울림이 없다면 사랑을 받지 못하고 선택을 받지 못한다. 시류보다 영화의 힘으로 잘 되길 바란다.
-출연을 결정하면서 육체적인 면이 걱정됐다고 했는데, 영화를 보면 전투를 비롯해 거의 모든 장면이 산에서 전개되기 때문에 무척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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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해진 |
▶역시 전투 장면이 만만치 않았다. 육체적인 면뿐만 아니라 감정의 에너지가 있어야 하는 전투 장면이었다. 그 에너지를 몇 달 동안 계속 가져가야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또 산속이나 벌판을 전투화를 신고 뛰어야 했고, 돌부리가 풀에 숨어 있어서 위험하기도 했다. 그래도 늘 산에 다녔고, 이전부터 촬영장까지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 다녀서 잘 달릴 수 있었다. 함께 달리는 촬영 스태프나 뒤에 오는 다른 대원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뛰기도 했다.
-포탄이 빗발치는 봉오동 골짜기를 달리는 장면은 꽤 위험해 보였다.
▶덕분에 볼거리도 많아진 것 같다. 카메라에 잡히지 않지만 배우들에게만 보이도록 포탄이 터지는 위치를 표시해 피해 다녔다. 잘 보면 포탄이 터질 때 날아가는 흙의 색이 땅의 질에 따라 검은색, 갈색 등으로 다르다. 촬영에 들어가면서 고사 지낼 때 전투 장면이 많은데 모두 건강하게 촬영을 마쳤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다행히 무사히 마쳤다.
-황해철은 총보다 칼을 잘 다루는 인물이다. 그래서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어떤 죽음은 새털처럼 가볍다’는 문구가 새겨진 항일대도(抗日大刀)를 지니고 다닌다. 칼을 휘두르며 일본군과 대적하는 모습은 멋있었다.
▶그 칼은 무쇠로 된 것인데, 진짜 무거웠다. 액션 장면은 가벼운 것으로 했지만 그 또한 무거웠다. 칼 액션은 화려하거나 볼거리 위주가 아닌 담백한 액션이었다. 저의 대역을 정두홍 무술감독님이 해줘 더 실제 같은 액션 장면이 나왔다. 원 감독님이 직접 부탁했는데, 다음을 예측할 수 없는 액션을 하고 기교가 들어가지 않은 무술을 하는 사람은 정 무술감독이 유일한 것 같아서 부탁했다고 하더라. 당시 정 무술감독님은 다리에 부상이 있었는데도 너무 잘 해주셔서 고마웠다. 덕분에 힘 있는 장면이 나왔다.
-이장하 역의 류준열 씨와 ‘택시운전사’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택시운전사’ 때는 짧게 연기를 해서 친해질 시간이 없었다. 이번에 길게 촬영하면서 몰랐던 준열이를 알게 됐다. 호흡이 좋았다는 말은 매번 하는 말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정이 가는 친구다.
-영화의 엔딩에서 청산리 전투를 암시한다. 혹시 영화 ‘청산리 전투’도 제작되는 것인가.
▶‘봉오동 전투’가 잘 되면 어떨지 모르지만 제작자에게 물어보지도,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굳이 속편을 암시하는 장면이라기보다 전투의 정신이 청산리 전투까지 이어진다는 의미인 것 같다. ‘봉오동 전투’는 독립이 되기까지 많은 희생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그 과정을 담은 영화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